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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심하는 文대통령, ‘비핵화·경제·협치’ 3대 난제를 어찌할까?(종합)

김성곤 기자I 2018.10.31 17:15:24

11월 1일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향후 국정운영 기조 밝힐 듯
제재완화 통한 비핵화 진전 차질에 남북관계 개선도 악영향
경제문제 ‘가장 아픈 손가락’ 뾰족한 묘수 없어 고민 깊어져
여야협치 원론적 다짐에도 현실 정반대…강대강 대치 장기화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출입기자단과 함께 청와대 뒤 북악산을 산행하던 중 정상에서 잠시 환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향후 국정운영이 중대 분수령을 맞았다. 한반도 비핵화 진전과 남북관계 개선은 최근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다. 경제이슈는 문 대통령의 머리를 아프게 하는 최대 악재다.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이후 70%대에 육박했던 지지율은 줄곧 하락세다. 문 대통령이 취임 이후 강조해왔던 ‘여야협치’ 또한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첩첩산중이다. 비핵화, 경제, 협치 등 어느 것 하나 쉬운 과제가 없다.

문 대통령의 고민이 깊어지면서 상황은 다소 급해졌다. 내년이면 임기 중반을 시작하는 집권 3년 차에 돌입하기 때문이다. 이전 보수정부를 탓하기보다는 현 정부의 실력으로 국정 모든 분야에서 가시적 성과가 절실하다.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11월 1일 국회를 방문,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통해 향후 국정운영의 기조에 대해 설명하고 여야 정치권의 이해와 협조를 요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연내 종전선언·김정은 서울답방 불투명…文대통령 ‘비핵화 구상’ 답보상태

한반도 정세는 제2차 북미정상회담의 내년 개최설이 유력해지면서 다소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특히 2차 북미정상회담의 조기 개최를 동력으로 연내 종전선언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통해 한반도 평화의 새로운 전기를 만들겠다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불투명해졌다. 문 대통령은 최근 유럽순방에서 북한의 추가적인 비핵화 조치 견인을 위해 유엔의 대북제재 완화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국제사회의 큰 호응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남북정상회담 합의사항 이행을 위한 후속조치 또한 야당의 반대로 차질을 빚고 있다. 아울러 제재완화를 둘러싼 한미 간 엇박자가 제기되면서 남북미 3자 간 비핵화 로드맵이 꼬일 우려도 제기된다.

물론 청와대는 연내 종전선언 가능성과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대한 기대감을 버리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청와대 출입기자단과의 북악산 산행에서 김 위원장의 답방을 전제로 “원한다면 한라산 구경도 시켜줄 수 있다”고 말한 게 대표적이다. 상황은 녹록지 않다. ‘선(先) 북미회담·종전선언 후(後) 김정은 답방’이 현실적인 수순이기 때문이다. 북미 간 비핵화 대화의 진도가 더딘 상황에서 남북관계 개선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최근 남북관계 개선 및 경협 본격화 움직임에 대해 미국 측에서 견제구 성격의 언급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한미가 11월 중으로 비핵화와 대북제재 등을 논의할 워킹그룹을 11월 중으로 출범시키기로 한 것은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경제난국 지속에 경제투톱 교체론까지…靑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

경제문제는 문 대통령의 가장 아픈 손가락이다. 문 대통령은 30일 군산을 방문한 자리에서 경제사정 악화와 관련, “구조적인 요인도 있고, 오랫동안 진행된 원인도 있다”면서도 “나라의 어려운 일은 모두 대통령 책임 같아 마음이 무겁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대통령의 우려에도 현 경제상황은 단기간에 풀릴 문제가 아니다. 요술방망이가 없는 상황이다. 생산과 소비는 물론 투자까지 나쁜 ‘트리플 부진’에 이어 경기상황을 나타내는 경기동행지수 또한 6개월 연속 하락세다. 한국경제에 사실상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그렇다고 청와대에 전면에 나서기도 곤란하다. 시장에 미칠 파급효과가 워낙 큰데다 또다시 경제부처 패싱론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남북관계에 올인하면서 경제문제는 홀대한다’는 비판에서도 청와대가 정중동 행보를 이어가는 이유다. 더구나 고용참사·부동산 폭등은 물론 소득주도성장 정당성 논란의 와중에서 상처를 입은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동반 교체설이 꺼지지 않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경제난국의 한가운데서 수장을 교체할 수도 없지만 이미 시장의 신뢰를 잃은 경제수장이 난국 대처에 나서는 것 또한 한계가 명확하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곤궁한 처지다.

◇판문점선언 비준 대치에 통일부장관 해임안까지 ‘여야협치’ 난항

문 대통령은 일찌감치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을 요청해놓은 상태다. 다만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요지부동이다. 오히려 평양공동선언과 남북 군사분야 합의서의 국무회의 비준에 대해 “위헌적 행위”라며 초강경 공세로 일관하고 있다. 여야는 물론 청와대가 원론적 차원의 여야협치를 강조할 뿐 정치현실은 정반대 상황이다. 이 때문에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을 통해 한반도 평화의 분기점을 마련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구상도 헝클어졌다.

최근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한국당이 평양공동선언 및 남북군사합의서 비준과 관련,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의 체결·비준에 대한 국회의 동의권을 명시한 헌법을 위반한 행위”라고 반발하면서 조명균 통일부장관 해임건의안을 제출했다. 또 조명래 환경부장관 후보자 임명 여부도 갈등의 불씨다. 한국당이 절대불가를 외치고 있지만 문 대통령이 유은혜 교육부장관과 마찬가지로 청문보고서 재송부 시한 마감 이후 임명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여야의 초강경 대치가 지속되면 일자리창출, 양극화 해소, 복지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내년도 예산안은 물론 민생경제 및 주요 개혁법안의 처리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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