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AI 검색
AI

“내 아이 이복형제가 수백명?”…1억 주고 정자 사는 이유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김겨레 기자I 2026.11.03 15:21:28

Google 검색에서 이데일리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미국서 고가 정자 기증 서비스 확산
기증자 한 명당 출생 가정 수 제한
美시험관 11건 중 1건은 기증 정자로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미국에서 정자 기증을 통해 태어나는 자녀의 이복형제자매 수를 제한하기 위해 거액을 지불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한 명의 기증자로부터 수십에서 수백 명의 아이가 태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정자를 독점적으로 이용하거나 기증받는 가정 수를 제한하는 고가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프랑스 파리의 한 병원에서 체외 수정 중인 의료진. (사진=로이터)
프랑스 파리의 한 병원에서 체외 수정 중인 의료진. (사진=로이터)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는 켈리 레이콥은 최근 정자 기증자의 이용 가정 수를 제한하는 데 총 8만3450달러(약 1억2000만원)를 지출했다. 체외수정(IVF·시험관 아기) 시술 비용은 별도다.

레이콥이 이용한 샌디에이고의 정자 기증업체 ‘코스트 투 코스트’는 한 기증자의 정자를 최대 6개 가정에 제공한다. 기본 비용은 약 2만5000달러다. 그러나 레이콥은 자신 외에 5개 가정이 같은 기증자의 정자를 사용하는 것도 부담스럽다고 판단해 2만5000달러를 추가로 내고 3개 가정에 배정될 권리를 사들였다. 이에 따라 같은 기증자를 선택할 수 있는 다른 가정은 최대 2곳으로 줄었다.

오는 12월 딸 출산을 앞둔 그는 “다섯 가정에 유전적으로 연결된 형제자매가 있다는 사실이 아이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마음의 안정을 위해 기꺼이 돈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수요에 맞춰 미국 정자은행들도 고가 상품을 확대하고 있다. 정자 기증자 연결업체 ‘시드 스카우트’는 한 기증자의 정자를 제공받는 가정을 최대 3곳으로 제한하고 있다. 2024년 1월부터는 기본 비용 2만4500달러에 추가 수수료를 내면 기증자를 독점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도 도입했다.

캘리포니아 크라이오뱅크는 7만달러를 지불하면 특정 기증자의 보관 정자 전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페어팩스 크라이오뱅크도 전 세계에서 한 가정만 이용할 수 있는 정자 상품을 판매한다.

이러한 서비스가 등장한 배경에는 정자 기증으로 태어난 아이들의 혈연관계에 대한 우려가 있다. DNA 검사 서비스가 보편화하면서 성인이 된 뒤 자신에게 수십~수백 명의 이복형제자매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생식의학회(ASRM)는 인구 80만 명당 한 명의 기증자로부터 태어나는 아이가 25명을 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기증자를 통합 관리하는 중앙 등록체계가 없어 실제 출생아 수를 제한하기는 어렵다.

뉴욕과 뉴저지에서 활동하는 생식법 전문 변호사 멜리사 브리스먼은 “추가 비용을 지불하는 것만으로 잠재적인 형제자매 수가 줄어들 것이라고 확신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자 기증자가 다른 업체에 추가 기증하는 것을 완전히 막거나 이전 기증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고가 서비스가 부모들의 절박함을 이용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자 기증으로 태어난 코미디언 로라 하이는 “정자은행들은 미혼 여성과 성소수자 커플, 불임 부부가 얼마나 절박한지 알고 있다”며 “그들이 돈을 낼 것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원하는 만큼 가격을 매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에서는 2024년 체외수정을 통해 태어난 아기가 10만 명을 넘어섰다. 미 에모리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본인의 신선 난자를 사용하는 체외수정에서 기증 정자를 이용한 비율은 2014년 5.6%에서 2022년 8.8%로 상승했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