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의 대외 충격에 대비해 안전판 역할을 하는 중앙은행 준비자산에서 달러의 비중이 줄면서 달러 패권이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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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은 15일 발간한 ‘BOK경제연구 인사이트(INSIGHT)’에서 글로벌 준비자산의 재편에 대한 최신 연구들을 소개하면서 지정학적 위험이 확대되고 경제·금융 분절화가 심화되면서 준비자산을 평가할 때 금융제재와 자산동결 위험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짚었다.
과거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을 굴릴 때 가장 먼저 따진 조건은 안전성과 자산유동성(필요할 때 즉시 현금화할 수 있는 정도)이었다. 이 기준에서 가장 완벽한 자산은 단연 미국 국채였다.
하지만 2022년 발생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어진 서방의 러시아 외환보유액 동결 조치는 글로벌 금융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시장에서 아무리 비싸게 팔릴 수 있는 미 국채라 할지라도, 발행국인 미국과의 지정학적 갈등으로 계좌가 동결되면 위기 상황에서 단 1달러도 꺼내 쓸 수 없다는 ‘자산접근성 위험’을 보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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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적 위험 충격이 발생할 경우 금 보유 비중과 보유 물량이 모두 증가했으며, 미국과의 정치적 거리가 먼 국가일수록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될 때 금 보유량을 한층 공격적으로 늘리는 경향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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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금협회(World Gold Council)의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중앙은행의 약 57%는 금을 영국의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ank of England)에 맡겨둔다. 해외 보관소에 두면 국제 시장에서 금을 담보로 잡거나 거래할 때 편리하지만 해당 국가의 법적 관할권 아래 놓인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지난 1년간 국내 보관을 늘렸다는 응답은 9%, 해외 보관처를 다변화했다는 응답은 10%로 전년(각각 5%, 2%)보다 증가했다. 금을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도 중요하지만 위기 상황에서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느냐도 신경쓰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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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자산 중 달러 비중이 줄어들었다고 해서 특정 통화로 기축통화의 패권이 이동하는 것은 아니었다. 달러 비중 감소분 중 약 4분의 1은 중국 위안화로, 나머지 4분의 3은 호주 달러나 캐나다 달러 같은 비전통 준비통화로 흩어졌다.
달러 자산 내부에서도 지각변동이 감지된다. 최근 연구에서는 금융제재 충격 이후 글로벌 투자자의 미 국채 보유가 단기물 중심으로 조정되는 현상도 보고되고 있다. 2022년 러시아에 대한 금융제재 이후 제재위험에 더 크게 노출된 국가일수록 미 국채 단기물 보유를 상대적으로 더 늘렸다는 것이다.
지금 일어나는 변화는 달러 체제의 전면적 붕괴가 아니라 달러 중심 체제 안에서의 포트폴리오 재편 혹은 구조조정으로 볼 수 있다는 평가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찬호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등은 “국제통화체제의 강한 관성 때문에 단기간 내 달러를 대체하는 통화가 등장하기 쉽지 않다”며 “최근의 준비자산 재편은 기존의 단기 외화수요 대응과 투자 목적에 따른 자산배분에 금융제재·자산동결 위험에 대한 고려가 추가되면서 나타나는 다차원적 포트폴리오 조정”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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