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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어준대도 사절"… 담배회사 '흡연실 기부' 냉대받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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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우 기자I 2026.10.15 15:5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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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구역 증가에도…거리 곳곳 간접흡연 사각지대
KT&G, 흡연실 842곳 지원…2030년까지 1237곳 목표
WHO FCTC, 정부·담배업계 협력 경계 권고
전문가 “흡연시설은 담배사 아닌 공공이 책임져야”

[이데일리 김지우 기자] “길을 걷다보면 여기저기서 원치 않는 담배 연기를 들이마실 때가 많아요. 지정된 곳에서만 피우면 좋겠어요.”

금연구역이 늘어나면서 실내에서 담배 연기를 마주할 일은 줄었지만, 길거리에서는 여전히 간접흡연을 피하기는 어렵다. 건물 출입구와 골목길 등 금연구역 경계에 흡연자들이 몰리면서다. 일각에선 흡연시설을 늘려 담배 연기를 한곳에 모으자는 의견이 나오지만, 정작 시설 설치에 나선 담배회사를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비흡연자를 보호하기 위한 사회공헌이라는 평가와 흡연하기 편한 환경을 조성한다는 비판이 맞서면서다.

서울역 인근 흡연구역. (사진=뉴스1)
서울역 인근 흡연구역. (사진=뉴스1)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T&G(033780)는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에 흡연실 842곳을 설치·지원했다. 투입금액은 98억 7000만원이다. 오는 2030년까지 총 1237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필립모리스는 2021년 서울 여의도 파크원 단지 내 전자담배와 일반담배 전용 실외 흡연공간을 조성했다.

담배회사가 흡연시설을 설치할 법적 의무는 없다. KT&G는 지자체, 공공기관 등의 요청에 따라 흡연시설 설치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공공 흡연시설 설치가 의무사항이 아닌 상황에서 담배회사가 비용 부담의 일부를 떠맡는 셈이다.

편의점이나 회사 건물 출입구, 인도 등에서 흡연자와 비흡연자 간 갈등도 발생한다. 현행법상 모든 길거리 흡연이 금지된 것은 아니어서 지자체가 별도로 지정한 금연구역이 아니라면 흡연을 제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 갈등을 줄이기 위해 담배제조사가 별도의 흡연구역을 마련해달라는 요구도 나온다.

하지만 담배회사의 지원을 받아들이는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가장 인구가 많은 지자체인 서울시는 담배회사의 지원 없이 공공 흡연시설 140곳을 자체적으로 마련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보건복지부 지침에 따라 담배회사와의 협력은 흡연환경을 조장할 우려가 있어 지원을 받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 역시 담배회사의 흡연시설 설치 지원이 금연정책의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기헌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담배회사가 짓는 흡연시설은 간접흡연 대책이라기보다 담배를 계속 피울 수 있는 환경에 대한 투자”라며 “담배회사가 기부나 협약을 통해 지자체의 파트너가 되면 금연정책을 추진하는 데 부담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우려는 국제적인 담배규제 원칙과도 맞닿아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에 따르면 각국 정부가 담배규제정책을 담배산업의 상업적 이해관계로부터 보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와 담배업계의 협력과 담배회사의 사회공헌 활동을 경계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다만 이미 흡연자가 몰리는 곳에 적절한 흡연 시설을 마련하면 담배 연기가 보행로로 확산하는 것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은 무시하기 어렵다. 다만 설치 장소와 시설 구조, 관리 기준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조언이다.

이 교수는 “흡연시설은 편의시설이 아니라 간접흡연을 관리하는 시설이어야 한다”며 “실제 흡연이 몰리는 지점에 최소한으로 설치하되 밀폐형 구조와 제연·환기 설비를 갖추고, 주변 흡연 단속도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흡연시설 확충과 함께 공공의 금연지원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가금연지원서비스 예산은 2017년 1468억원에서 올해 928억원으로 약 37% 감소했다. 흡연시설 설치를 둘러싼 논란을 넘어 정부가 금연정책에 필요한 재원과 관리 책임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가 과제인 셈이다.

이 교수는 “담배회사가 직접 흡연시설을 설치할 게 아니라, 정부가 법정 부담금 등으로 책임을 지우고 시설은 공공 재원과 기준에 따라 설치해야 한다”며 “금연구역이 스팟으로 나뉘어 있어 사각지대가 생기는 만큼 거리와 면 단위로 확대하고 금연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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