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 작가 "나는 아직 '듣보잡', 문학상 지원한 이유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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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호 기자I 2025.08.19 18:36:05

장편 ''말뚝들''로 제10회 한겨레문학상 수상
자신의 몫 사라진 채 돌아온 사람들 이야기
비상계엄 영향, 소설 속에서 직접 언급도
"''돌발성''과 ''개연성'' 조율하며 글 쓰고파"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제가 문학상을 받으니 누군가 그러더군요. ‘김홍 같이 문단에서 독보적인 작가가 상을 받으면 신인의 자리를 빼앗는 것 아니냐’고요.”

소설 ‘말뚝들’로 제10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김홍 작가가 19일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한겨레출판)
장편소설 ‘말뚝들’로 제10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김홍(39) 작가는 19일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누군가 댓글로 김홍은 ‘듣보잡’(듣도 보지도 못해 유명하지 않다는 뜻)이라 상을 받아도 된다는 말에 공감했다”며 “나는 ‘독보적’과 ‘듣보잡’ 사이 어딘가에 있는 것 같다”고 문학상 수상에 대한 주변 반응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밝혔다.

그는 “솔직히 문학상에 원고를 낼 때는 ‘듣보잡’에 가까우니 상을 받아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며 “누군가의 자리였을 이 상을 내가 받은 만큼 더 열심히 소설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서 미소를 지었다.

201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김 작가는 그동안 소설집 ‘우리가 당신을 찾아갈 것이다’, ‘여기서 울지 마세요’, 장편소설 ‘스모킹 오레오’, ‘엉엉’, ‘프라이스 킹!!!’ 등을 발표했다. 기발한 설정과 엉뚱한 상상력,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이 담긴 작품들로 자신만의 문학세계를 쌓아왔다. ‘프라이스킹!!!’으로 문학동네소설상을 수상했고 이번 한겨레문학상이 두 번째 수상이다.

소설 ‘말뚝들’로 제10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김홍 작가가 19일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한겨레출판)
‘말뚝들’은 김 작가의 네 번째 장편소설이다. 억울하게, 서글프게, 쓸쓸하게 이름도 없이 죽었던 자들이 ‘시랍화’(屍蠟化, 시체가 밀랍처럼 변하는 것) 되어 도심 곳곳에 ‘말뚝들’로 출몰한다는 기이한 설정을 바탕으로 한다. 심사위원단은 “재미, 거침없는 문장, 계엄 사태를 놀라운 속도로 반영한 시의성, 설교 없는 서사” 등을 이유로 ‘말뚝들’을 만장일치로 수상작으로 꼽았다.

김 작가의 창작의 영감은 ‘메모’에서 비롯된다. 그의 스마트폰 메모장 어플에는 8000여 개의 메모가 담겨 있다. ‘말뚝들’은 2014년 9월 14일 기록한 ‘거꾸로 박혀 있는 사람들의 말뚝’에서 출발했다. 김 작가는 “죽어서 이름이 없는 사람들, 세상에 자신의 몫이 사라진 사람들이 ‘말뚝’처럼 다시 돌아왔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해 쓰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12월 발생한 비상계엄 사태가 집필 과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 소설 속에서 비상계엄이 직접 언급되기도 한다. “몇 년 전에도 전례 없이 비상계엄이 발동됐는데 해프닝처럼 세 시간 만에 국회가 해제시켜버렸다. (…) 계엄에 은밀히 동조한 정치인을 비롯해 손발 노릇을 한 하수인들이 안면 몰수하고 자기 자리를 지켜냈다”(217쪽)는 부분이다. 김 작가는 “계엄에 동조한 이들이 자기 자리를 지켜냈다는 언급은 현실에선 그렇게 되지 않길 바라며 쓴 부분”이라며 웃었다.

소설 ‘말뚝들’로 제10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김홍 작가가 19일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한겨레출판)
김 작가는 앞으로도 독특한 발상의 소설을 계속해서 쓸 계획이다. 지금 집필 중인 소설도 “사람이 개와 곰이 되는 이야기”, 그리고 “유전자 조작으로 미생물까지 착취하는 현실”에 대한 이야기다. 김 작가는 “세상은 원인과 결과가 분명하지 않은 일이 많지만, 사람들은 문학 속 인과가 명확한 개연성에서 위로를 받는다”며 “우연으로 가득한 세계의 ‘돌발성’과 독자들이 바라는 ‘개연성’ 사이를 조율해 가며 글을 쓰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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