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일본’ 외치는 다카이치 내각 출범…재정확대·우경화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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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유경 기자I 2025.10.21 17:59:32

140년 일본 내각제 역사상 첫 여성 총리
확장 재정 추진에 시장 ‘기대 반 우려 반’
안보 강화 행보 주목·한일관계 새 시험대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21일 오후 공식 취임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중의원(하원) 10선의 베테랑 정치인으로 ‘강한 일본’을 주창하고 있다. 경제 정책에선 확장 재정과 금융완화에 중점을 둔 ‘사나에노믹스’를 추진하고, 외교·국방·사회 정책에선 보다 강경한 우파적 노선이 예고된다.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다카이치 신임 총리는 이날 오후 임시국회에서 실시된 총리 지명선거에서 중의원 의석 465석 가운데 237표를 얻었다. 과반인 233석을 넘으면서 결선 투표 없이 총리로 선출됐다. 참의원(상원)에서 실시된 총리 지명선거에서는 1차 투표 결과 과반에 약간 못 미치는 123표를 획득했고, 2차 투표에서 과반에 해당하는 125표를 얻었다. 이에 따라 140년 일본 내각제 역사상 첫 여성 총리로 선출됐다.

다카이치 총리의 승리는 자민당이 전날 우익 성향의 일본유신회와 연합정부 수립에 전격 합의하면서 가능해졌다. 전후 대부분의 시기 집권해온 자민당은 새 연정 출범을 통해 다시 한번 정권 기반을 강화했다. 유신회는 자당 의원이 입각하지 않는 각외(閣外) 협력 형태로 연정에 참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기존 자민당·공명당 연정보다는 협력 관계가 약할 것으로 분석된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사진=AFP)
다카이치 총리는 정부 대변인인 관방장관에 기하라 미노루 전 방위상, 재무상에 가타야마 사쓰키 전 지방창생담당상, 외무상에 모테기 도시미쓰 전 자민당 간사장을 기용했다. 자민당 총재 선거 경쟁자였던 고이즈미 신지로, 하야시 요시마사는 각각 방위상, 총무상으로 발탁했다. 여성 각료로는 재무상에 가타야마 사츠키 전 지방창생상이, 경제안보상에 오노다 키미 참의원 의원이 입각했다.

재정지출 확대 기대↑…재정 건전성·인플레이션 우려도

다카이치 총리는 아베 신조 전 총리처럼 경기 부양을 위한 적극적 재정지출을 선호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기대감에 따라 주식시장에서 ‘다카이치 트레이드’가 형성되며 이날 일본 증시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을 훨씬 웃도는 일본 재정 여건상, 추가 지출의 재원 마련 능력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모리 타다시 아이치가쿠인대 정치학 교수는 “아베노믹스를 부활시키려는 시도는 현재의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며 “추가 경기 부양은 엔화 약세를 심화시킬 위험이 있고, 소비세 인하가 수요를 자극할 수는 있지만 물가 상승을 억제하진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민당이 유신회와 손잡았지만, 여전히 양원 모두에서 과반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도 다카이치 내각의 과제로 꼽힌다. 모리 교수는 “총리직 확보에는 충분한 표를 얻었지만, 실질적 국정 운영을 위해선 추가적인 야당 의원들의 협조가 필요하다”며 “양당은 어느 한쪽 의회에서도 과반을 차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안정적인 내각 운영과 주요 상임위원회 장악을 위해 절반 이상의 의석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야스쿠니신사 참배 고집…한일관계 악화하나

다카이치는 아베 전 총리의 직계로, 강력한 ‘친미·안보 중시파’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GDP의 3.5%까지 방위비를 확대하길 원하는 미국의 요구를 충족할지는 미지수다. 일본의 방위비 지출 규모는 2025년 회계연도 기준 GDP의 1.6% 수준이며, 2027년 회계연도까지 2%로 증액할 계획이다. 유라시아그룹의 데이비드 볼링 일본·아시아 무역국장은 “트럼프 행정부는 일본이 더 많은 방위비를 지출하길 강하게 압박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차이치 총리가 극우 인사로 분류된다는 점에서 한일 관계가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전 일본 총리가 도쿄와 부산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여는 등 셔틀 외교 복원을 선언했지만, 다카이치 내각이 들어서면 일본 위안부 및 강제동원 문제, 독도 문제 등을 둘러싸고 양국이 갈등을 빚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 역사·영토 문제에서 강경한 ‘매파’ 발언을 쏟아냈고,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도 정기적으로 참배해 왔다. 지난 17∼19일 진행된 야스쿠니신사 가을 예대제 기간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본 방문,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외교 일정 등을 고려해 참배를 보류했다.

한편,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직후 대형 외교 이벤트들을 소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26일부터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ASEAN) 정상회의, 2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일, 31일~다음달 1일 APEC 정상회의 등이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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