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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총 6년새 50배…국경간 흐름 절반 이상 신흥국 연계
보고서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은 2020년 초 약 60억달러에서 올해 6월 3170억달러로 6년 만에 50배 가까이 불어났다. 이 중 99%가 외화 스테이블코인이며, 테더의 USDT와 서클의 USDC 등 달러화 스테이블코인 두 종류가 전체 시장의 약 90%를 차지한다. 그 뒤를 이어 유로화 표시 스테이블코인 시총은 6억8000만달러였다.
국경을 넘는 흐름도 급증했다. 지난해 스테이블코인 활동의 90%가 국경간 거래로 추정되며, USDT와 USDC의 총 국경간 흐름은 6조3000억달러에 이르렀다. 다만 약 1000조달러로 추정되는 전 세계 국경간 지급시장에 비하면 아직 작은 규모다.
특히 두드러진 대목은 신흥국 쏠림이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고객 송금은 선진국 간 거래 비중이 가장 크지만, 스테이블코인은 신흥·개도국과 선진국 간 흐름이 52%, 신흥·개도국끼리 흐름이 34%를 각각 차지했다. 선진국 간 흐름은 14%에 불과했다. 누적 순유입 기준으로 경제 규모 대비 보유액이 가장 큰 나라는 베네수엘라, 우크라이나, 키르기스스탄이었다.
“인플레 높고 자본통제 강한 국가일수록 거래 더 많아”
현재 외화 스테이블코인 수요는 가상자산 거래 결제가 압도적이고, 외화자산 확보와 지급·송금이 뒤를 잇는다. 실제 결제에 쓰이는 스테이블코인은 전체 발행량의 1%에도 못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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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중기적으로는 기업·금융기관의 외화 차입, 외환시장 차익거래 등 새로운 용도로 쓰임새가 넓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사실상 자본자유화, 통화주권 위협하는 네 갈래 부작용
보고서가 가장 우려한 대목은 ‘사실상의 자본자유화’다. 외화 스테이블코인은 거주자에게 외화자산을 보유할 새로운 통로를 열어주고, 오랫동안 유지돼 온 자본통제의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 기존 외화자산의 형태만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보유 총량 자체를 늘린다면 대규모 자본유출이 지속되는 빅뱅식 자유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규제받지 않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와 이용자가 직접 개인키를 관리하는 비수탁형 지갑을 자본통제를 우회하는 핵심 경로로 꼽았다.
달러화 가속에 따른 부작용은 네 갈래로 제시했다. 첫째, 국내 은행 예금이 스테이블코인으로 빠져나가면 은행 조달비용이 오르고 대출 여력이 줄어든다. 위기 땐 뱅크런을 더 빠르고 심각하게 만들 수 있다. 둘째, 통화정책 전달 경로가 약해진다. 외국에서 발행된 외화 자산이라 중앙은행이 유동성 안전판을 제공하기도 사실상 어렵다. 셋째, 화폐 발행 차익(시뇨리지)이 공공에서 민간 발행사로 넘어간다. 넷째, 해외 자본시장 접근이 쉬워지면서 국내 자본시장의 깊이와 유동성이 떨어질 수 있다. 보고서는 과거 사례상 달러화가 한번 고착되면 원인이 사라진 뒤에도 수년간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충격에 대한 취약성도 커진다. 단기적으로는 투자심리 충격과 실질 수익률 변화에 따른 금리 충격이 꼽혔다. 중기적으로는 대형 발행사가 무너지면 준비자산인 미 국채 단기물 시장의 기능이 손상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실제로 스테이블코인 수요 확대 충격이 단기 미 국채 수익률을 지속적으로 끌어내렸다는 분석도 함께 소개했다.
“자국통화 스테이블코인은 해법 못돼…금지보다 포괄 규제”
정책 대응의 첫 번째 방어선으로는 건전한 통화·재정 체계를 꼽았다. 국내외 지급결제 효율을 높이고 자국 통화 금융시장을 키워야 외화 스테이블코인의 매력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자국통화 표시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수요가 외화자산 보유 욕구에서 나온 것이라면 자국통화 스테이블코인으로는 이를 줄일 수 없고, 오히려 촉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같은 블록체인 인프라 위에서 두 코인 간 전환이 전통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낮은 마찰로 이뤄질 수 있어서다.
규제 방식에 대해서는 전면 금지보다 국제 기준에 맞춘 포괄적 규제가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금지는 집행 비용이 크고 혁신을 저해하며 우회 유인만 키운다는 이유에서다. IMF의 ‘2024 외환제도 연례보고서(AREAER)’에 따르면 회원국의 약 4분의 1이 스테이블코인 취득·사용에 어떤 형태로든 제한을 두고 있다. 신흥·개도국에서는 이 비율이 약 30%로, 선진국(20% 미만)보다 높다.
IMF의 자본흐름 관리 원칙(IV)상 위기 상황이 아니라면 스테이블코인으로의 자본유출을 막기 위한 새로운 자본유출 규제는 권고하지 않는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선제적 금지 역시 왜곡이 크고, 이용자를 비수탁형 지갑이나 규제 밖 기관으로 몰아낼 수 있다고 봤다. 다만 과거에 완화했던 자본통제를 재도입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했다.
단기 외환보유액 확충…위기시 서킷 브레이커 미리 준비
IMF는 통합정책체계(IPF)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외환시장이 얕고 자본통제 의존도가 높은 국가일수록 외환보유액을 쌓고 충격 발생 시 외환시장 개입에 더 의존해야 할 것이라고 봤다. 중기 전망은 두 가지 극단적 시나리오로 나눴다. 스테이블코인이 충격을 증폭시키고 정책 수단을 무력화하는 ‘하방 시나리오’에서는 재정·외환 완충력 확대와 외환 개입, 중앙은행 유동성 공급 필요성이 커진다. 반대로 거래비용을 낮추고 시장 마찰을 줄이는 ‘상방 시나리오’에서는 외환보유 부담이 줄고 통상적인 통화·재정정책 중심으로 대응할 수 있다.
보고서는 실제 결과가 그 중간 어딘가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비용 절감 효과가 작고, 발행사들이 규제가 느슨한 국가로 옮겨가는 ‘바닥으로의 경쟁’이 벌어지며, 각국이 필요한 거시정책 조정 대신 왜곡적 규제로 대응할수록 하방 시나리오에 가까워진다고 경고했다.
실제 위기 때 자본유출을 막는 조치는 아이슬란드(2008년)와 우크라이나(2014~2015년) 사례처럼 정책 패키지의 일부로 쓰일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관련 법령이 외화 스테이블코인 거래를 명시적으로 포괄하고, 거래소와 지갑 사업자를 외화 중개기관에 준하는 규제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스테이블코인 지갑은 24시간 접근이 가능해 위기가 시작된 뒤 즉석에서 규제를 설계하기 어려운 만큼, 서킷브레이커 같은 법적·기술적 기반을 미리 마련해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스테이블코인 송금비용 평균 2%…데이터 공백은 여전
혜택에 대한 실증 결과도 소개했다. 거래소 기반 스테이블코인으로 200달러를 송금할 경우 평균 비용은 약 2%로, 주요 20개국(G20) 목표치인 3%와 전통 송금 평균을 밑돌았다. 다만 비교 가능한 경로의 약 3분의 1에서는 여전히 기존 송금업체가 더 저렴했다.
데이터 공백은 큰 과제로 꼽혔다. IMF가 G20 데이터 갭 이니셔티브로 실시한 시범 수집에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있는 11개국 중 총발행량을 보고한 곳은 5곳, 거주자 보유·흐름을 보고한 곳은 2곳뿐이었다. 보유자를 부문별·국경간으로 구분해 보고한 나라는 한 곳도 없었다.
보고서는 각국의 법제 정비 사례로 브라질과 일본 등을 들면서, 한국도 외환·자본흐름 법체계에서의 취급을 명확히 하는 내용을 포함한 스테이블코인 포괄 법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IMF는 “외화 스테이블코인은 현재 용도를 넘어 확산될 경우 수취국에 거시적으로 중대한 사안이 될 수 있다”며 “정책 대응은 선제적이고, 국가별 여건에 맞춰져야 하며, 국제적으로 조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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