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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민전 사건' 故김남주 시인, 46년 만에 재심서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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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영 기자I 2026.09.02 17: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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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구금·위법 수사 여파 남은 진술, 신빙성 부족"

[이데일리 김한영 기자] 박정희 정권 당시 이른바 ‘남조선민족해방전선 준비위원회(남민전)’ 사건으로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수감됐던 고(故) 김남주 시인이 46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고(故) 김남주 시인. (사진 = 연합뉴스)
고(故) 김남주 시인. (사진 = 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재판장 한대균)는 2일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됐던 김 시인의 재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당시 김 시인에 대한 불법 구금과 폭행·협박 등 가혹행위가 있었던 점을 지적하며 수사 과정에서 확보된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고인이 돼 직접 법정에서 의견을 진술할 수 없으나, 당시 공판에서 피고인이 강도 혐의에 대해 자백 취지로 진술한 사실이 확인된다”면서도 “당시 피고인은 구금 상태에 있었고 법정에 나와 불법 구금과 위법 수사에 대해 진술했다. 그 심리적 여파가 남아 있었을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당시 김 시인과 공동피고인들이 구금된 상태에서 수사를 받았고, 법정에서도 불법 구금과 위법한 수사에 관해 진술했던 점 등을 고려하면 그로 인한 심리적 영향이 법정 진술 당시까지 이어졌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또 “다른 객관적이고 명백한 증거 없이 피고인 및 공동피고인들의 자백만 가지고 유죄를 인정하기에는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설시했다.

남민전은 민족일보 기자였던 이재문 씨 등이 1976년 결성한 지하 조직이다. 유신체제에 반대하는 유인물을 서울 시내에 배포하는 등의 활동을 벌였고, 이후 관련자 80여명이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검거됐다. 남민전 사건은 유신 말기의 대표적인 공안사건 중 하나로 꼽힌다.

김 시인은 1978년 남민전 준비위원회에 가입하는 등 유신 반대 활동을 한 혐의로 1979년 구속됐다. 국가보안법·반공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980년 5월 징역 15년과 자격정지 15년을 선고받았다.

복역 중에도 작품 활동을 이어간 김 시인은 감옥에서 칫솔을 날카롭게 갈아 우유갑과 은박지 등에 시를 써 내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옥중에서 쓴 250여편의 작품은 첫 시집 ‘진혼가’를 비롯해 ‘나의 칼 나의 피’, ‘조국은 하나다’ 등을 통해 세상에 나왔다.

김 시인은 수감된 지 9년여 만인 1988년 형집행정지로 출소했고, 1994년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김 시인의 배우자와 아들은 2024년 6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법원은 같은 해 10월 형사소송법상 재심 사유가 인정된다고 보고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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