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안정세에 접어든 국제유가에도 경유 가격 강세가 이어지며 정유사들의 수익 지표인 ‘정제마진’도 반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유 생산을 늘리면서다. 경유 가격 상승이 정유사들의 실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15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등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전국 평균 경유 판매 가격은 ℓ당 1889.59원으로 휘발유 판매 가격인 1659.64원보다 229.95원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올해 중순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넘어서는 가격 역전 현상이 발생한 뒤 나타난 가장 큰 폭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며 천연가스 대체 수요가 경유로 몰리며 가격이 꾸준히 오른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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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현상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경유 수급 상황이 악화한 영향이 크다. 유럽은 경유 수입의 60%가량을 러시아에 의존해왔는데, 전쟁 이후 러시아산 석유제품에 대한 제재가 이어지면서 경유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그 사이 러시아가 경제제재 보복 차원으로 대(對)유럽 가스 공급을 중단하며 가스 대체재 경유 수요는 더 늘어난 상황이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프랑스 파업과 유럽연합(EU)의 다음 달 러시아 원유 금수조치, 내년 2월 석유제품 금수조치로 유럽 내 경유 재고 비축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최근 약 한 달간 전 세계적인 경유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정제설비와 재고가 부족한 점도 경유 부족 현상의 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더해 정부의 유류세 인하 조치도 경유 가격 상승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가 연말까지 27%의 유류세 인하율을 일괄 적용하면서 기존에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던 휘발유의 세금 인하 폭이 더 크게 작용했다. 휘발유 유류세는 기존 ℓ당 820원에서 516원으로 304원 내렸으나 경유 유류세는 기존 581원에서 369원으로 212원 인하해 낙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다.
전문가들은 북반구가 본격적인 겨울철로 접어들면서 경유 가격의 오름세는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경유와 휘발유의 가격 역전 현상 역시 단기적으로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도 최근 “올해 디젤 가격은 갤런(약 3.8L)당 5달러 이상을 유지할 것”이라며 “미국 가정의 난방 요금도 지난해보다 45%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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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9월 셋째 주 0달러를 기록했던 정제마진은 점차 올라 지난주 배럴당 7.5달러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정제마진은 휘발유·등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료인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을 뺀 값을 의미하는데, 정유업체의 수익성을 가늠하는 지표로 쓰인다. 업계에선 보통 배럴당 4~5달러 수준을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정제마진에서 등·경유 강세가 이어지고 있고, 이달 들어 휘발유도 예상 밖의 강한 반등세를 보이며 상승했다”며 “겨울철 진입을 앞두고 정제설비에서 경유 생산을 늘리면서 상대적으로 휘발유 생산 비율이 감소한 것으로 판단돼, 휘발유 반등은 수요보다는 공급 조정 영향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겨울철에 접어들다 보니 등·경유 수요가 커지면서 이를 중심으로 정제마진이 반등하고 있다”면서도 “정제마진이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4분기엔 3분기보다 나은 실적을 거둘 수 있겠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와 중국의 석유제품 수출량 증가 등 여러 이슈가 있어 실적을 가늠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