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 자제하라면서 이익공유제 참여 압박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은행권에 오는 6월까지 배당규모를 순이익의 20%를 넘기지 말라고 권고했다. 규제산업인 은행업 특성상 표현은 권고이지만 반드시 따라야 하는 강제조항과 같다. 코로나19 위기가 지속한다면 금융사가 흡수해야 할 부실 채권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주장이다.
2019년 금융지주들의 배당 성향(배당이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보면 우리금융 27%, KB금융 26%, 하나금융 26%, 신한금융 25% 등이다. 4대금융지주의 경우 배당성향이 5~7% 이상 줄어들 전망이다. 올해 순이익이 줄 것으로 보이는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배당금액이 최대 40%가량 감소할 전망이다.
금융회사의 자율권과 주주권익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빗발치지만, 금융당국은 코로나19의 위험이 어디로 튈지 모르니 최대한 보수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논리를 앞세우고 있다. 올해 성장률이 과거 IMF 외환위기(-5.1%) 때보다 더 나쁜 -5.8%로 추락하고 내년(0.0%)과 내후년 상반기(0.9%)에도 경기 상황이 옆으로 기는 ‘L자형’ 경기침체를 가정한 스트레스테스트를 견디려면 은행들이 배당을 많이 해서는 안된다는 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출자산이 늘어나면 순이익은 바로 반영되지만, 잠재적 부실은 1~2년 뒤 드러난다”면서 “배당을 자제하고 최대한 곳간을 채워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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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통수 맞은 은행‥투자자들도 등 돌려
은행들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 지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은행권이 코로나로 수혜를 입었다는 전제부터가 맞지 않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실제 은행권의 작년 당기순이익(3분기 누적 기준)은 10조3000억원에 그쳤다. 1년 전과 비교해 1조8000억원(15.1%) 감소했다. 작년 연말 이례적으로 가계대출이 늘었다고 해도 예대마진이 감소하면서 이자이익의 증가는 제한된 수준에 그쳤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재우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연말 자산건전성 개선 작업과 판관비 증가, 코로나와 관련된 보수적 충당금 적립, 인력 구조조정 비용 등으로 4분기 은행의 이익은 낮아졌을 것”으로 예상했다.
게다가 은행들은 정부의 방침에 적극 협력해 코로나 신규 대출만 95조원, 만기연장 126조원을 포함해 220조원 가량의 금융지원에 나선 상황이다. 이자마저 받지 않고 있는 대출규모만 4조7000억원 수준이다. 이자유예를 신청했다는 건 이자도 내지 어려울 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뜻이다. 금융권에서는 이자유예를 신청한 차주의 경우 30~50%의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내부에서 배임 아니냐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섰는데 여당을 중심으로 이익공유제에 동참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꼭 필요한 사업이라면 예산을 편성해야 하는데, 민간의 돈을 자신들의 쌈짓돈처럼 여긴다”고 한탄했다.
은행권에 대한 압박수위가 올라가면서 외국인을 포함해 투자자들이 은행에 등을 돌리고 있다. 올 들어 코스피지수는 6.5% 올랐으나 같은 기간 리딩뱅크인 KB금융지주는 주가가 5.3% 하락했다. 배당자제권고가 떨어진 이날 하루 동안 3% 넘게 급락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가 장기화하면 은행도 위험해질 수 있으니 배당을 자제하라고 하는 상황에서 이익공유제를 제도화한다면 재산권 침해 소지도 있고 형평성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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