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피부 레이저 치료나 보톡스 주사 등 미용의료 이용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4명 중 1명은 한국을 방문해 원정 시술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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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상업·마케팅 전문매체인 ‘닛케이MJ’에 따르면 여론조사업체 인테이지는 지난 6~9일 미용의료 경험이 있는 18~69세 여성 50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44.8%가 지난 1년 사이에 미용의료를 ‘처음’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2~3년 전’이 18.1%, ‘4~5년 전’이 11.2% 등으로 상당수가 비교적 최근에 첫 시술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미용의료를 이용하게 된 계기(최대 2개 복수 응답)는 ‘나이로 인한 변화가 느껴졌다’(39.8%), ‘화장품이나 에스테틱만으론 한계를 느꼈다’(27.5%)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즉 직접적인 시술 효과에 대한 기대가 마음을 움직이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도쿄의 31세 회사원 여성은 “미용의료 지출을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하고 지출을 아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1년간 미용의료에 사용한 지출 총액은 평균 4만엔(약 37만원)으로 집계됐다. 가장 많이 쓴 사례는 37세 여성의 500만엔(약 4672만원)이었다. 100만엔(약 934만원) 이상 쓴 여성도 13명에 달했다. 연간 10만엔 이상 지출한 경우가 약 30%로 가장 많았으며, 이용 빈도는 연간 ‘1~2회’와 ‘3~5회’가 각각 20% 수준을 기록했다.
미용의료를 위해 지출을 줄인 항목은 ‘옷·패션’(24.9%), ‘외식·술자리’(23.7%) 등이 가장 많았다. 도쿄 거주 30세 프리랜서 여성은 “피부에 돈을 쓰게 되면서 파운데이션을 쓰지 않게 됐다. 오히려 화장품 지출은 줄었을지 모른다”고 했다.
첫 경험자가 많은 만큼 가장 많이 받은 시술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제모(55.6%)였다. 쇼난미용클리닉 운영을 지원하는 SBC메디컬그룹의 시미즈 미키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제모를 계기로 내원하기 시작한 이들이 많다. 제모가 미용의료의 ‘입구’”라고 설명했다.
다음으로 많이 받은 시술은 레이저나 IPL 등의 ‘기기’를 이용한 기미·칙칙함·잡티 등의 치료(40%)였다. 도쿄 금융기관에 근무하는 31세 여성은 “몇 년 전부터 정기적으로 미용클리닉에서 기미를 옅게 하는 시술을 받고 있다”며 “주변 사람들도 다 한다. 어디가 더 저렴한지 혹은 시술이 꼼꼼한지 등을 친구들과 정보를 나눈다”고 말했다.
20~30대 겨냥 韓서 인기 있는 시술 적극 도입
주목할만한 점은 미용의료를 위해 한국을 찾는 일본인도 23.3%에 이른다는 점이다. 18~29세에서는 무려 35%에 달했다. 오사카시에 사는 27세 여성은 “작년에 언니와 한국을 찾아 여러 클리닉을 돌아다녔다”며 “일본 클리닉보다 저렴하고 시술 메뉴도 다양한 것이 매력”이라고 강조했다.
인플루언서 나나는 ‘미용의료’라는 일본식 표현 대신 한국의 ‘피부 관리’(肌管理) 개념을 꾸준히 소개해 왔다. 그는 “한국에서는 피부 관리를 위해 일상적으로 클리닉에 다니는 사람이 많다. 피부가 트러블을 일으키면 피부과에 가는 게 당연하다고 여긴다”고 했다.
니혼게이자이는 “한국 미용 트렌드와 피부 관리라는 표현의 확산은 심리적 장벽을 낮추고 유행을 가속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SBC메디컬그룹에서도 현재 시행 중인 치료의 90%가 피부과 치료다. 트렌드에 민감한 20~30대를 겨냥해 한국에서 인기 있는 시술을 적극 도입한 결과다. 지난해 4월엔 새 브랜드 ‘네오스킨클리닉’(NEO Skin Clinic)을 출범하고 도쿄 에비스에 1호점을 열었다.
현재 쇼난미용클리닉의 연간 내원객 수는 150만명으로 20년 전보다 100배 급증했다. 시미즈 CSO는 “미용의료 용어가 정착하면서 이젠 성형이 아닌 미용실처럼 단정한 외모를 위한 하나의 습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주요 고객층인 30대는 물론 40~50대 수요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 이후 ‘민낯’ 가꾸기 수요↑…시장 커지며 경쟁 격화
미용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주요 원인으론 세 가지가 꼽혔다. 우선,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외출 기회가 줄며 화장보다 민낯 또는 피부 자체를 가꾸고 싶다는 니즈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화상회의가 일상화하며 화면 속 자신의 얼굴을 자주 보게 된 점도 한몫했다는 진단이다.
다음으론 SNS에서 클리닉 정보나 시술 체험담·후기를 손쉽게 볼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클리닉 선택시 중시하는 항목(최대 2개 복수 응답)을 묻는 질문에 ‘가격·요금의 명확함’(64.7%)과 ‘미용 인플루언서 등의 소개’(18.8%)가 상당 비중을 차지했다.
마지막으로 시술 자체의 ‘일상화’다. 메스를 쓰지 않고도 기미나 점 등을 제거하는 간편 시술 ‘메뉴’가 늘었다. 이는 일상적인 미용 시간을 줄이고 싶어하는 바쁜 육아 세대 등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수요가 급증하며 시장 경쟁은 치열해졌다. 야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24년 미용의료 시장 규모는 전년대비 6.2% 증가한 6310억엔(약 5조 8800억원)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직전해인 2019년보다 1.5배 커졌다. 보험 진료만 하던 피부과가 비급여 진료에 뛰어들고, 저가형 미용클리닉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등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미용의료 시술을 위한 교육 시장 또한 동반 확대하고 있다.
한편 높아지는 관심과 함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크다. 응답자 중 44.2%가 ‘시술 효과 또는 위험(부작용·회복 기간 등)’을 최대 불안·불만 요소로 꼽았다. 다음으론 ‘요금 시세를 알기 어렵다’(38.6%), ‘정보가 너무 많아 나에게 맞는 클리닉·시술을 고르기 어렵다’(31.3%) 등이 뒤를 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