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發 사스포칼립스 공포 과도해”…월가 거물들 진화 나서

임유경 기자I 2026.02.12 14:46:04

소프트웨어 산업 붕괴론 확산에 “구조 재편일 뿐 종말 아냐”
"기반 탄탄 대형 기업은 오히려 수혜…옥석 가리기 본격화"
사모펀드 노출 우려도 선 긋기…“포트폴리오 다양해 충격 완충"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인공지능(AI)이 소프트웨어 산업 붕괴를 불러올 수 있다는 공포로 관련 기업 주가가 폭락한 가운데, 월가 거물들이 투자자 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해 나섰다. 이들은 AI 코딩·업무 자동화 도구로 인해 소프트웨어가 필요 없어질 것이라는 우려는 과장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존 지토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 자산운용 부문 공동대표는 11일(현지시간) CNBC와 인터뷰에서 “아폴로 내부에서는 소프트웨어가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오히려 소프트웨어는 훨씬 더 많이 사용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AI가 소프트웨어 산업 구조 개편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데에는 동의했다. 지토 대표는 “격렬한 기술 사이클 속에서 승자와 패자가 갈릴 것”이라며 “현재 매출이 비교적 양호하다는 이유만으로 소프트웨어 기업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아이폰이 처음 나왔을 때 블랙베리가 여전히 괜찮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덧붙였다.

투자자들이 엄격한 옥석 가리기에 나서면서 대형 기업들은 오히려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마이클 채 블랙스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10일 뱅크오브아메리카 콘퍼런스에서 “최근 소프트웨어 업종 전반에 대한 무차별적 매도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는 다양한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규모가 크고 확고히 자리 잡은 기업들은 더 잘 보호받을 것이며, 많은 경우 AI의 수혜자가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앤스로픽의 대형언어모델 클로드(Claude) 로고. 클로드 기반 업무 자동화 도구가 법률정보서비스 기업들의 핵심 수익 모델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월가 경영진들은 소프트웨어 기업 가치가 급락할 경우 이들 기업에 투자한 사모펀드가 큰 손실을 입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일축했다. 그동안 소프트웨어 기업은 높은 마진과 안정적인 반복 매출 구조 덕분에 사모펀드가 선호하는 투자처였다.

로버트 루윈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10일 UBS 콘퍼런스에서 대형 자산운용사들은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어 AI 충격을 완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루윈 CFO는 “KKR의 경우 전체 포트폴리오 중 약 15%가 소프트웨어 기업이며 운용자산(AUM) 기준으로는 약 7% 수준”이라고 전했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도 같은 행사에서 자사 소프트웨어 투자 노출은 “전체 플랫폼 규모에 비하면 미미하다”고 말했다. 또 AI가 시장을 교란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지난 한 주간의 (소프트웨어 산업 붕괴) 내러티브는 다소 과도하게 확장됐다”고 평가했다.

최근 소프트웨어 기업 주식 매도세는 앤스로픽이 잇따라 내놓은 AI 코딩·업무 자동화 도구가 촉발했다. AI 코딩 도구 ‘클로드 코드’가 기업과 개발자들 사이 널리 활용되고 있는 가운데, AI를 활용해 영업, 재무, 마케팅, 고객 지원에 특화된 소프트웨어를 쉽게 제작할 수 있는 업무 자동화 도구 ‘클로드 코워크’와 플러그인까지 추가로 공개한 것이다.

기업들이 AI를 활용해 자체적으로 업무 도구를 개발하게 되면, 구독형 소프트웨어를 돈 주고 구매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은 물론 외부 법률, 재무, 마케팅 등의 업무 분야에서 외부 전문 서비스에 대한 의존을 줄일 수 있다. 이 같은 파급이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지식 산업 전반을 붕괴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 투자자들이 영향권 내에 있는 기업 주식을 매도하며 크게 동요하고 있다.

이를 놓고 월 구독료 기반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SaaS’와 종말을 뜻하는 아포칼립스(Apocalypse)를 합친 ‘사스포칼립스’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AI에 대한 우려가 증시에 계속 영향을 미치면서 11일 뉴욕증시에서 뱅크오브아메리카, JP모건, 시티그룹의 주가는 각각 2% 이상 하락했고, 찰스 슈왑과 로빈후드 같은 증권사 주식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 소프트웨어 기업인 세일즈포스와 인튜이트는 각각 4% 이상 하락하며 장을 마감했다.

부동산 서비스가 AI 공포 트레이드의 최신 타깃이 되면서 이날 CBRE그룹 및 존스 랭 라살 주가는 각각 12.24%, 12.46% 하락했다. 쿠쉬맨 앤드 웨이크필드 주가도 13.82% 급락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지수는 10월 28일 최고치 대비 약 25% 하락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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