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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공식대로 투자했다간 다 잃는다"…글로벌 투자 거장들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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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의 기자I 2026.09.03 16: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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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지니포럼]
전주에 모인 투자전문가들 “전통 분산투자 공식 깨졌다. 유연 대응해야”
지정학 폭풍 속 생존법…낡은 투자공식 버려야
“미국 자산 올인 위험”…비(非)미국 시장서 새 기회 포착

[이데일리 마켓in 지영의 기자] “중동과 러시아·우크라이나, 미국·중국의 갈등을 각각 지나가는 폭풍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이 모든 것이 합쳐지면서 투자환경의 기후 자체가 바뀌고 있다.”

크리스 호빈 라자드자산운용 최고경영자(CEO)는 3일 전북 전주시 국민연금공단 글로벌기금관에서 열린 제7회 지니포럼 글로벌 금융포럼 기조강연에서 “지정학은 더 이상 투자 판단에 있어 부가적인 요소가 아니”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호빈 CEO는 지난 50여년간 비교적 안정적으로 이어져왔던 국제질서가 막을 내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단일 패권국가가 세계질서를 주도하고 비용 효율성을 중심으로 공급망을 최적화하던 시대에서 벗어나, 다수 국가가 경쟁하고 공급망이 파편화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설명이다. 각국의 재무장과 국방비 지출 확대도 물가와 금리, 자산가격에 구조적인 압력을 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크리스 호빈 라자드자산운용 최고경영자(CEO)
크리스 호빈 라자드자산운용 최고경영자(CEO)


그는 “무역전쟁과 중동 분쟁 등이 중첩되면서 세계가 분화되고 있다”며 “여러분의 포트폴리오가 끝나가는 세계를 위해 구축됐는지, 다가오는 시대를 위해 구축됐는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호빈 CEO는 중동 분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갈등을 글로벌 투자환경을 바꾸는 세 가지 충돌로 꼽았다. 중동의 군사적 충돌은 원유와 물류 공급망을 흔들고, 장기화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서방의 지원과 경제제재 등 다른 지역의 갈등과 연결돼 영향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중 관계 역시 표면적으로 긴장이 완화된 것처럼 보이지만 관세와 반도체, 대만 문제를 둘러싼 구조적인 위험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지정학적 위험을 기업과 자산의 가치평가 과정에 직접 반영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호빈 CEO는 “지정학적 요소가 이사회와 기업의 사업전략, 공급망과 매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국가별 위험을 비용과 투자 분석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라자드자산운용은 안보와 지정학, 군사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전담 자문체계를 구축해 투자 판단에 활용하고 있다.

미국 자산에 집중된 포트폴리오를 재점검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미국의 재정 부담과 달러 가치의 구조적 변화를 고려하면 일본을 비롯한 비(非)미국 자산에서 새로운 투자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호빈 CEO는 “많은 투자자가 여전히 미국에 높은 비중을 두고 있지만 환경은 달라지고 있다”며 “시장이 파편화될수록 여러 지역과 자산에서 기회를 발굴하고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운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특별강연에 나선 카밀 블랙번 영국 금융감독청(FCA) 아시아태평양 총괄국장은 연기금의 포트폴리오도 과거와 다른 환경에 맞춰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성장률과 인플레이션, 금리, 세계 무역의 흐름을 예측하기 어려워진 만큼 특정 전망에 의존하기보다 여러 시장 상황을 견딜 수 있는 회복탄력성을 갖춰야 한다는 설명이다.

블랙번 총괄국장은 “연금 포트폴리오를 지난 20년과는 근본적으로 다르게 구성해야 한다”며 “다양한 시장의 결과를 반영할 수 있는 회복탄력적인 연금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카밀 블랙번 영국 금융감독청(FCA) 아시아태평양 총괄국장
카밀 블랙번 영국 금융감독청(FCA) 아시아태평양 총괄국장

영국 연기금 시장에서는 인프라와 사모대출, 벤처캐피털 등 장기·비유동 자산의 활용이 확대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들 자산이 전통적인 주식과 채권을 보완해 장기적인 현금흐름과 투자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사모자산은 상품별 유동성과 위험이 다른 만큼 일률적인 규제보다 자산의 특성에 맞춘 관리체계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그는 “혁신과 투자 다변화, 특히 장기자산에 대한 투자가 중요하다”면서도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투자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가입자가 신뢰하고 필요한 상품과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 7회 지니포럼 패널토론에서는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이 좌장을 맡고 앤디 버든 캐피탈그룹 솔루션 부문 총괄, 앤드루 샤프-폴 웰링턴 매니지먼트 컴퍼니 솔루션 부문 디렉터, 김승범 미래에셋자산운용 자산배분부문 대표, 박종학 베어링자산운용 한국법인 대표이사가 지정학적 인플레이션 시대의 자산배분 전략을 논의했다. (사진=지영의 기자)
제 7회 지니포럼 패널토론에서는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이 좌장을 맡고 앤디 버든 캐피탈그룹 솔루션 부문 총괄, 앤드루 샤프-폴 웰링턴 매니지먼트 컴퍼니 솔루션 부문 디렉터, 김승범 미래에셋자산운용 자산배분부문 대표, 박종학 베어링자산운용 한국법인 대표이사가 지정학적 인플레이션 시대의 자산배분 전략을 논의했다. (사진=지영의 기자)


이날 패널토론에서는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이 좌장을 맡고 앤디 버든 캐피탈그룹 솔루션 부문 총괄, 앤드루 샤프-폴 웰링턴 매니지먼트 컴퍼니 솔루션 부문 디렉터, 김승범 미래에셋자산운용 자산배분부문 대표, 박종학 베어링자산운용 한국법인 대표이사가 지정학적 인플레이션 시대의 자산배분 전략을 논의했다.

샤프-폴 디렉터는 냉전 종식 이후 세계 경제가 누려온 ‘평화의 배당’이 약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샤프-폴 디렉터는 "자본과 상품, 인력이 자유롭게 이동하던 세계화가 안보와 자국 산업 보호를 우선하는 방향으로 바뀌면서 공급망 이중화 등에 들어가는 비용이 구조적인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에너지와 전력망, 교통 인프라, 국방, 핵심 광물 등에 대한 장기간의 투자 부족도 문제"라고 꼽았다. 공급 능력은 단기간에 복구하기 어려워 앞으로 수요 변화에 대한 공급의 대응이 늦어지고, 인플레이션이 정치·안보와 물리적 제약에 더 크게 좌우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변동성이 높아진 환경에서 필요한 투자 원칙으로는 집중과 유연성, 회복력을 제시했다. 그는 "주식과 채권의 전통적인 분산 효과에만 의존하기 어려워진 만큼 헤지펀드와 사모자산 등 차별화된 수익원을 포트폴리오에 포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버든 총괄은 AI가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테크 유토피아’와 지정학적 분열로 저성장·고물가가 이어지는 ‘다자주의 이후’의 두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두 흐름이 동시에 전개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어느 한쪽을 단정하기보다 시장 변화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조정할 준비가 필요하다는 평가다.

그는 “AI를 비롯한 새로운 기술이 생산성을 높이는 환경에서는 주식과 신흥국 자산에서 기회가 커질 수 있다”며 “반대로 지정학적 분열과 인플레이션 위험에는 물가연동채 등 방어자산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변화한 환경을 잘 활용하는 다국적 기업이 더욱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승범 대표는 지정학적 사건을 정확하게 예측하기보다 시장에 미치는 충격의 강도와 빈도가 커지는 흐름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정학적 인플레이션은 경기 둔화와 물가 상승을 동시에 일으킬 수 있고, 일반적인 경기 순환보다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지정학적 충격이 발생하면 주식뿐 아니라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국채도 함께 부진할 수 있다”며 “주식과 채권의 상관관계가 달라지는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식과 채권이 동시에 하락하는 시장에서는 전통자산과 상관관계가 낮은 헤지펀드 전략이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을 낮추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박종학 대표는 지정학적 충격이 발생했다고 주식 비중을 기계적으로 줄이는 전략을 경계했다. 과거 주요 지정학적 사건 이후 주식시장이 단기 충격을 딛고 회복한 사례가 많았던 만큼 사건 자체보다 성장률과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지정학적 사건이 발생했다고 주식을 일률적으로 줄이는 것이 반드시 좋은 전략은 아니었다”며 “채권 역시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 전통적인 안전자산 역할을 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과 물가연동채, 단기채 등 여러 자산을 활용한 다변화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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