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대화 참여해야 국민 지지 받아"…민주노총 내 변화 기류

서대웅 기자I 2024.11.28 18:42:19

조합원 2000여명과 첫 정책대회
10명중 9명 "사회적 대화 모색 필요"
"집회 문화 바꿔야" 지적에 공감대
''대의원대회 혁신'' 주제로 토론도

[정선(강원)=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사회적 대화에 불참하며 득보다 실이 많았고 우리 영향력이 스스로 축소됐다. 우리와 맞서는 단체와 직접 부딪쳐야 국민적 지지도 받을 수 있다.”(민주노총 A조합원)

28일 오전 강원 정선 하이원리조트. ‘2024 민주노총 정책대회’ 이튿날인 이날 총 4개 의제 중 ‘대전환 시대 노동운동 대응 전략 원탁회의’ 세션에 참석한 조합원들은 20개 조로 나눠 ‘사회적 대화, 어떻게 봐야할까요?’라는 주제로 토론을 진행했다. A조합원은 토론 후 오픈채팅방에 이같은 의견을 개진했고 가장 많은 공감 표를 받았다. A조합원은 “전체 노동자를 위한 정책을 만드는 데 사회적 대화가 역할을 할 수 있다”고도 했다.

28일 강원 정선 하이원리조트에서 열린 ‘2024 민주노총 정책대회’ 참석 조합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사진=서대웅 기자)
◇조합원 86% “사회적 대화 모색할 수 있다”

노사정 사회적 대화에 복귀하라는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주노총이 조합원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조합원과 노동자에게 이익이 된다면 사회적 대화를 모색할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85.6%에 달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만난 한 간부는 “당연한 결과”라고 했다. 그는 “현장 조합원, 중간 간부는 이미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며 “일방적인 주장만으론 공감대를 이룰 수 없다”고 했다.

토론회에서도 이러한 분위기가 주를 이뤘다. 오픈채팅방에서 두 번째로 많은 공감 표를 얻은 B조합원은 “노사정·국회·지역 등 사회적 대화는 필요하다”며 “특히 지역에서 진행 중인 사회적 대화를 공론화하고 중앙 차원에서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C조합원 역시 “사회적 책임 있는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 기구에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개진해 세 번째로 많은 공감 표를 받았다. D조합원은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기 위해선 ‘어떤 요구를 할 것인가’ 등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과거 노사정위원회 때처럼 준비 없는 대화는 위험하다”고 했다.

28일 강원 정선 하이원리조트에서 열린 ‘2024 민주노총 정책대회’에서 양경수(왼쪽) 민주노총 위원장과 드니 그라부일 프랑스노총(CGT) 중앙 서기가 대담을 나누고 있다.(사진=민주노총)
◇‘금기’ 건드린 정책대회..변화 꾀하나

조합원들의 요구에 민주노총이 27년째 참여하지 않고 있는 노사정 사회적 대화에 복귀할지 주목된다. 민주노총은 1998년 2월까지 노사정위원회(현 경사노위)에 참여했으나, 정리해고 법제화 등을 담은 대타협에 서명한 이후 대의원대회에서 협약이 부결되는 등 내부 갈등을 겪으며 지금까지 대화에 복귀하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번 정책대회에서 나온 조합원들의 목소리에 촉각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최고의결기구인 대의원대회에 반영되지 않는 조합원들의 요구가 이번 정책대회에서 분출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민주노총 집행부도 이러한 변화를 감지하고 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 19일 기자간담회에서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면서도 “사회적 대화를 통해 대정부 교섭을 하는 게 필요하지 않느냐는 목소리도 크다”고 했다. 다만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더라도 경사노위보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추진하는 ‘국회판 사회적 대화’에 우선 들어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양 위원장은 “국회를 플랫폼으로 하는 사회적 대화에 어떻게 대응할지 내부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2024 민주노총 정책대회’ 첫째 날인 지난 27일 하이원리조트에 모인 조합원들.(사진=민주노총)
이번 정책대회는 민주노총이 변화를 꾀하기 위해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대의원이 아닌 조합원을 대상으로 정책대회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회적 대화 의제를 올린 것에 대해선 ‘금기’를 건드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조직운영과 혁신 분과’ 세션을 통해 대의원대회 혁신을 주제로 토론을 벌인 점도 ‘파격’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조직 및 집회 문화 혁신 토론회’ 세션에 참석한 조합원들은 “집회에서 집행부 발언을 제한하는 방안을 대의원회의에서 통과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쓰레기 가져가기, 길에서 흡연하지 않기 등 집회 문화를 바꿔야 시민의 공감대를 받을 수 있다는 의견도 많은 공감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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