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몇몇 석유화학·소재 업체들은 그룹 건설 계열사에 대한 직간접적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화학소재 전문기업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난 12일 그룹 건설 계열사 코오롱글로벌이 서울시 서초구에 보유한 스포렉스 토지 및 건물을 총 4300억원에 취득한다고 공시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당사 사옥 등 다양한 활용을 위해 유형자산을 취득했다”고 설명했지만 실상 코오롱글로벌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한 방편이란 해석이 힘을 얻는다. 코오롱인더스트리 관계자는 “스포렉스 부지는 신사업 활용 등 수익성 제고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용도로 활용 가능할 것으로 판단해 매입 결정했다”며 “아직 상세한 개발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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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성세제 원료인 연성알킬벤젠(LAB)을 국내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이수화학도 최근 건설 자회사 이수건설에 자금수혈을 실시했다. 지난 8일 이수화학은 “자회사 이수건설 재무 건전성 제고 및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700억원을 출자했다고 공시했다.
이수화학이 이수건설 지원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2018년과 2021년에도 각각 수백억원을 출자한 바 있으며, 지난 9월에는 이수건설이 발행한 2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의 신용보증을 서기도 했다. 이수건설은 2022년에는 42억원, 2023년에는 416억원의 손실을 내며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이수화학도 상황이 좋지만은 않다. 별도 기준 지난해 242억원의 손실을 냈으며 올 상반기에는 흑자를 기록 중이지만 그 규모가 25억원으로 크지 않다. 그러나 이수화학이 지분 100%를 보유한 이수건설이 흔들릴 경우 위기가 이수그룹 전체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형 화학업체 롯데케미칼도 2년 전 롯데건설 살리기에 발 벗고 나선 바 있다. 2022년 하반기 롯데건설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자 롯데케미칼은 롯데건설에 현금 5000억을 긴급 대여하고 약 3개월 만에 회수했다. 또 앞서 롯데건설이 진행한 2000억원 유상증자에도 참여하며 자금을 지원했다. 롯데케미칼은 롯데건설 지분 44%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롯데건설은 롯데케미칼을 비롯한 계열사 지원에 힘입어 현재는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건설사들은 건설 프로젝트에 대해 대규모 차입 보증을 서주기 때문에 한 곳에서 부실이 발생할 경우 도미노처럼 위기가 확산하는 리스크가 존재한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사 위기로 그룹 전체가 흔들린 사례도 많은 만큼 대부분 건설사 재무건전성 확보를 우선순위 최상단에 놓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