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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은 16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에서 빈그룹 지주회사 지분 약 6.1%를 10억달러에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제휴를 통해 두 회사는 향후 베트남 시장에서 신규사업 투자는 물론 국영기업 민영화 참여와 전략적 인수합병(M&A) 등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빈그룹은 ‘베트남의 삼성’으로 통한다. 베트남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약 23%를 차지하는 시총 1위 민영기업이다. 부동산개발(빈홈·빈컴리테일), 유통(빈커머스), 호텔·리조트(빈펄) 사업을 비롯해 스마트폰(빈스마트), 자동차(빈패스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확고한 시장 지위를 확보하며 최근 10년간 총 자산 규모가 14배 증가했다. 올 1분기 매출액은 21조8230억동(한화 약 1조1000억원)을 기록했으며, 직전 3년간 연평균 45.5%의 매출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SK에 따르면 이번 베트남 투자는 SK그룹의 경영 화두인 ‘딥체인지’(Deep Change·근본적 변화)와 일맥상통한다. 과거 생산기지 구축이나 국내사업의 수평적 확장, 경영권 확보 중심의 투자를 진행했다면 현재는 현지 기업과의 파트너링을 통해 △사업영역 확대 △시너지 강화 △사회적 가치 추구 등을 추진하는 게 목표다. SK그룹은 빈그룹의 강점을 적극 활용,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인프라 구축, 협력사업 모델 개발 등 폭넓은 논의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빈그룹 투자는 지난해 5월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그룹 차원의 성장기회 모색을 위해 팜 녓브엉 빈그룹 회장과 만나 협의를 시작한 후 1년여 만에 성사됐다.
SK그룹은 작년 8월 그룹의 주요 경영전략인 ‘따로 또 같이’ 차원에서 동남아 투자 플랫폼인 SK동남아 투자법인을 설립한 바 있다. SK㈜와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 E&S, SK하이닉스 등 주요 관계사들이 참여한 이 법인은 베트남 시총 2위 민영기업인 마산그룹 지분 9.5%를 약 4억7000만 달러(한화 약 5300억원)에 매입하며 베트남 시장 진출을 알렸다.
최태원 회장 역시 베트남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에서 번 돈을 재투자해 현지화하겠다는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에 더해 동남아로 확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 회장은 그동안 SK 관계사들의 베트남 시장 진출 교두보 마련을 위해 폭넓은 활동을 이어왔다. 2017년 11월 응웬 쑤언 푹 베트남 총리와 첫 면담을 갖고 상호 협력의 물꼬를 튼 이후 지난해 11월에도 베트남을 찾아 아응웬 총리와 베트남 국영기업 민영화 참여 등 폭넓은 의견을 나눴다. 최 회장은 올 하반기에도 베트남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은 베트남 1, 2위 민영기업과의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베트남 사회 아젠다에 기여할 수 있는 영역을 적극 발굴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1월 개최한 제1회 하노이포럼에서 최태원 회장은 축사를 통해 “환경보존에 더 적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해법을 찾아야 할 때”라며 “경제적 가치뿐 아니라 환경 보호 개선 등과 같은 사회적 가치 창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항수 SK수펙스추구협의회 PR팀장(부사장)은 “이번 계약은 세계적으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에서 최고 역량의 파트너와 함께 장기적인 발전을 모색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