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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진료는 뜨거운 감자다. 지난 20여년간 도입 여부를 놓고 공회전이 이어지다 코로나19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허용됐다. 상시 도입을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날 4차위 정책 세미나 의견을 종합하면 비대면 진료 도입엔 ‘왕도가 없다’는 것이다. 3차 의료기관 쏠림 등 의료전달체계 붕괴 우려와 비대면 진료 시 법적 책임 소재, 현실적인 수가 보전 등 의료계에서 지적이 꾸준히 나온다. 하나도 허투루 넘길 수 없는 문제다. 대한의료협회(의협)는 비대면 진료에 ‘원칙적 반대’ 입장을 유지 중이기도 하다.
다만 이날 의료계가 주축이 된 토론 참가자들이 솔직한 의견을 내는 가운데 ‘비대면 진료는 결국 가야 할 방향’이라는 공감대를 이뤘다. 비대면 진료에 전향적인 인물들이 모였다.
윤건호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대한민국의학한림원 원격의료연구특별위원회 위원장)와 한상원 연세대 의과대학 비뇨의학교실 교수(대한민국의학한림원 기획이사), 김성근 여의도성모병원 교수(서울시의사회 원격의료연구회장)다.
윤 교수는 서울시의사회 원격의료연구회와 협업 의지를 보였고, 김 교수는 “의사 사회가 무조건적 반대를 하는 것은 아니고 저희가 대화를 하기 위해 자료를 만드는데 주력하고 있다”며 “의사들이 움직일 수 있는 근거를 저희가 만들고 있다”고 의지를 보였다.
◇“비대면 진료가 미래, 다만 선결 과제 많아”
윤건호 교수는 “비대면 진료를 앞으로 갈 방향으로 볼 수밖에 없다. 패널들도 동의를 했지만 몇 가지 지적을 했다”며 비대면 진료로 의료전달체계가 붕괴될 것이냐 오히려 기회를 잡을 것이냐 대목에서 “저는 긍정적으로 본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1차 2차 기관의 의료 인프라를 올려줄 수 있는 찬스가 아닌가 한다. 자원 투입을 많이 하고 환자들이 신뢰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지원책을 촉구했다.
그러나 비대면 진료를 도와줄 전문 간호인력(코디네이터)이 부족하다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다. 윤 교수는 “간호사 인건비를 수가로 채울 수 없는데다 모델을 만들어놔도 의사를 서포팅할 제대로 교육이 된 코디네이터를 구할 수도 없다”고 현황을 전했다.
새로운 포괄수가제 도입 얘기도 꺼냈다. 윤 교수는 “(인프라 도입에 따른) 비용 보상에 대해서도 얘기했지만, 새로운 수가 체계가 개발되지 않으면 어려울 것”이라며 솔직한 의견을 내놨다.
한상원 교수도 비대면 진료 도입에 대해 “화상 인프라를 갖춰야 하고 환자 스케줄에 맞춰서 모든 걸 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어가게 돼 있다”며 “그러나 복지부나 건강보험관리공단이나 원격진료 체계에서 인상된 수가를 줄수 있느냐 신뢰의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세대가 바뀐다…기업실습 사례 많아져
김성근 교수는 “서울시의사회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70~80%는 원격의료 시대가 올 것이고 일상화될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도 안 하겠다는 회원이 꽤 많다”며 그 이유를 수가 보전과 개인정보 관리 책임 등을 꼽았다.
이어서 김 교수는 “그러나 젊은 의사들이 많아지면서 시대적 변화를 잘 알고 있다”며 “저희가 바라는 바는 제대로 분석하고 효과성에 대해서 보여주고 신뢰를 줘 설득을 하는 것”이라고 연구회 계획을 밝혔다.
산업계 대표로 참석한 의료정보 플랫폼기업 메디블록 이은솔 대표는 “저희 회사만 해도 의대생들이 많이 실습을 돌고 또 인턴 신청을 하고 돌고 있다”며 “디지털헬스케어에 관심을 가지고 많은 의과대학에서 실습을 많이 오고 있다”고 변화상을 짚었다. 또 이 대표는 “강의도 많이 부탁을 한다”며 “저 같은 회사에 있는 사람에게도 어떤 상황인지 알려달라 상황으로 교수님도 관심을 가지고 열려있고 관심을 가진 학생들도 의과대학에 가면서 선순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예상했다.
◇이제 달라질까 “의정 신뢰 개선됐으면”
비대면 진료 도입이 더뎠던 것은 의료계와 정부 간 논의가 제자리걸음을 이어온 탓이기도 하다. 지난 2020년 9월 마침내 의정 합의가 이뤄졌다.
고형우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이전엔 의협이 ‘아예 협의를 안 한다’에서 ‘협의를 하겠다’를 합의한 것”이라며 “원격진료 수가와 진료 책임 문제 등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어서 고 과장은 “의료계와 보건복지부가 서로 신뢰하지 못한다는 부분이 개선됐으면 한다”며 “의협에선 시민사회단체나 환자단체 의견도 봐주셨으면 한다는 의견도 말씀드리고 싶다”고 입장을 전했다. 이어서 “새 정부가 되면 안을 발표하고 의견을 듣고 정립도 해서 의료계와 개선해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