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AI 기업 1210곳 투자…자산관리부터 중고차값 조회까지 척척

[이데일리 김나경 기자] 주요 금융그룹이 올해 핀테크 기업과 제휴·투자를 통해 생성형 AI(인공지능) 사업을 강화한다. 정부의 망분리 규제 개선으로 AI 금융 시장 선점이 중요해지면서 ‘연결과 확장’ 전략을 통해 금융권 AI서비스를 선점하겠다는 포석이다. 내년 1월 AI 기본법 시행을 앞두고 소비자보호·내부통제 등 ‘AI 거버넌스’도 구축한다. 특히 책무구조도를 시행 중인 금융지주·은행을 중심으로 금융권 AI 거버넌스 기틀을 확립할 예정이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핀테크 기업 투자·제휴로 AI 키우는 은행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우리금융과 하나·농협은행은 금융당국의 핀테크 규제 완화에 맞춰 AI 핀테크 기업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앞서 은행·보험 등 지주 자회사들의 핀테크 최대 출자 비율을 5%에서 15%까지 상향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KB·신한·우리금융그룹과 하나·농협은행이 지난해까지 발굴·육성한 핀테크 스타트업 총 1345개(6073억원) 중 90%인 1210개(5466억원)가 AI와 관련한 기술 기업이다. KB금융은 AI 스타트업에 투자한 후 KB국민은행·카드·캐피탈 등 여러 계열사와 협업을 늘리고 있다. KB금융은 지난 2016년 ‘KB스타터스’를 통해 AI 채팅 솔루션 개발사 ‘센드버드’에 투자한 후 국민은행·국민카드(메시징 솔루션 탑재), KB캐피탈(고객과 딜러 간 실시간 상담 서비스 구축) 등과 협업을 진행 중이다.

보험 비교추천·AI 플랫폼 해빗팩토리 또한 KB스타터스로 KB금융의 지원을 받은 후 국민카드(고객분석·자산관리 서비스 탑재), KB라이프(소비매니저 오픈API 제휴), KB캐피탈(중고차 시세조회 서비스 고도화) 등과 협업하고 있다. 농협은행 또한 AI 스타트업에 투자해 시너지를 내고 있다. AI 기반 자산운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셈버앤컴퍼니, 램코드가 대표적인 사례다. 농협은행은 ‘NH오픈비즈니스허브’를 통해 핀테크, 애그테크(Ag-Tech·농업+기술) 기업을 중심으로 총 657억원을 투자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AI거버넌스 키워드는 활용과 소비자 보호

그간 AI 기술·전략 개발에 투자했던 금융사는 올해 AI 거버넌스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 AI 기술이 금융사 영업 현장에 들어온 만큼 리스크 관리, 소비자보호, 내부통제를 두고 새로운 ‘AI 활용법’을 세우겠다는 것이다. 이미 주요 금융지주·은행은 윤리지침을 제정해 운영 중이다. KB금융은 지난 2022년 금융권 최초로 AI 윤리기준을 제정했다. AI 기술을 도입할 때 공정과 포용, 참여와 협력, 디지털 역량을 고려해야 하고 기술을 운영할 때는 데이터 관리와 투명한 활용에 힘써야 한다는 기준이다.

지난해 금융권 최초로 책무구조도를 도입한 신한은행은 AI 등 신기술을 활용하는 분야까지 내부통제 범위를 확대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AI 활용범위 확대 이후 선제적으로 내부통제 점검 체계를 고도화했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은 인간존엄성 원칙, 고객권리 보호, 공정성·다양성 등 5대 항목을 명시한 AI 윤리기준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개인정보 등 중요정보 유출 방지를 위해 보안대책을 준수하도록 명시했다. 농협은행 또한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을 중시하는 AI’, ‘책임지는 안전한 AI’ 등을 AI 윤리원칙에 담았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3월 AI 윤리강령을 제정한 후 금융보안원과 협업해 하나은행 특성에 맞는 AI 보안정책을 수립 중이다.

금융당국이 올해 AI 거버넌스 개발·활용 안내서를 제시할 예정인 가운데 업계에서도 구체적 가이드라인에 대한 필요성을 요구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AI 기본법 하위법령을 정비할 때 AI 서비스별 구체적인 예시와 기준이 잘 마련됐으면 좋겠다”며 “고 영향 AI 등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실제 업무에 참고할 수 있는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혁신금융 간소화·핀테크 출자 풀어 ‘글로벌 경쟁력’ 강화

전문가들은 금융사 AI 서비스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려면 추가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혁신금융 서비스 신청과 승인까지의 속도감을 높이고 절차를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가 의료, 교통, 카드 소비지출과 금융 데이터를 결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어 “일본과 같이 금융지주가 디지털 분야 자회사를 더 활발히 인수·설립할 수 있도록 금산분리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철흠 신용정보원 금융AI데이터센터장은 “중소형 금융사는 데이터를 학습할 인프라 자체가 없는 곳도 많다. 국가 AI 컴퓨팅 센터처럼 공동으로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가 있으면 도움이 될 것이다”며 “금융권 AI 플랫폼에서 개발한 모델을 오픈API 형태로 쓸 수 있도록 허용하면 중소형사의 AI 역량 또한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사가 AI 인력 양성과 내부통제 강화에 더 투자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효섭 연구위원은 “AI와 관련해 리스크 관리, 금융보안 이슈가 많다. 책무구조도 시행 이후 AI 관련 내부통제 책무를 어떤 임원이 담당할지 누수 없이 배분해야 한다”며 “글로벌 회사의 AI 혁신 수준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원천 기술을 개발·활용할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하는 데에도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