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韓증시·美 기술주 동조화 심화…AI로 묶인 ‘운명 공동체’”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김윤지 기자I 2026.07.28 14:40:59

Google 검색에서 이데일리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코스피·나스닥100 상관계수, 5년만에 최고치
분산투자 효과 사라진 ‘운명 공동체’로
CXMT 등 中 메모리 산업 확대는 변수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한국 증시와 미국 기술주의 움직임이 갈수록 긴밀하게 연동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가 한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과 미국 빅테크들의 실적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고 있다는 평가다. 이로인해 지역적 분산 투자 효과가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7일(현지시간) 미 투자전문매체 CNBC가 인용한 레이리언트 자료에 따르면 코스피와 나스닥100의 60일 상관계수는 최근 약 0.50까지 상승해 202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상관계수가 1에 가까울수록 동조화 경향이 강하다는 의미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이 같은 연계성 확대 배경에는 코스피에서 갈수록 비중이 높아지는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있다. 두 기업의 시가총액은 현재 코스피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두 회사는 미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 데이터센터 운영업체)에 메모리 반도체를 공급하며 AI 하드웨어 공급망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퓨처럼그룹의 롤프 벌크 애널리스트는 “코스피가 사실상 반도체 지수가 됐기 때문에 상관관계가 높아졌다”고 짚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이 미국 반도체·기술기업과 마찬가지로 하이퍼스케일러의 데이터센터 투자 규모에 좌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벌크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글로벌 D램 수요에서 데이터센터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약 40%에서 올해 절반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이 비중이 앞으로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한국 증시는 미국 시장이 열리기 전에 글로벌 AI 투자심리를 가늠할 수 있는 선행 지표 역할도 하고 있다.

피보나치애셋매니지먼트의 윤정인 설립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글로벌 AI 수요와 관련해 빠르게 시장 반응을 보여준다”면서 “특히 SK하이닉스는 AI 공급망의 가장 핵심적인 부품 가운데 하나인 고대역폭메모리(HBM)에 대한 노출도가 높아 중요한 바로미터가 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거래 흐름은 이러한 관계를 잘 보여준다. 이달 13일 코스피는 8% 넘게 하락했다. 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 낙폭인 15% 급락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같은 날 나스닥100도 뒤이어 1.88% 하락 마감했다.

주요 기술주도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4%, 샌디스크는 12%, 인텔은 6% 각각 하락했다.

KB금융그룹의 피터 김 글로벌 투자전략 책임자는 한국 메모리 반도체주의 상승세가 나스닥보다 늦게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미국 투자자들이 초기에는 하이퍼스케일러에 더 집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한국 반도체주 랠리의 규모와 변동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은 한국 증시를 전반적인 AI 투자 흐름을 보여주는 선행지표로 보기 시작했다.

삼성전자의 잠정실적 발표도 매 분기 AI 수요를 확인할 수 있는 초기 신호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통상 미국 주요 반도체 기업보다 약 2주 먼저 실적을 발표한다.

다만 애널리스트들은 한국과 미국 기술주가 한쪽이 지속해서 다른 쪽을 선도한다기보다 함께 움직이는 관계라고 보고 있다. 레이리언트글로벌어드바이저스의 필립 울 리서치 책임자는 “미국 기술주와 한국 기술주의 성과는 갈수록 하나의 공통된 기초 요인, 즉 AI 하드웨어 투자에 대한 시장 심리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고 말했다.

양국 증시의 상관관계가 높아지면서 이를 새로운 위험 요소로 보는 시각도 있다. 전문가들은 상관관계 상승으로 투자자들이 미국과 한국 주식을 함께 보유함으로써 얻어왔던 전통적인 분산투자 효과가 약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벌크 애널리스트는 “한국 증시는 더 이상 미국 기술주에 대한 분산투자 수단을 제공하지 못한다”며 “코스피의 절반이 하나의 경기순환적 테마에 묶여 있는 만큼 하이퍼스케일러의 자본지출이 둔화하면 한국 증시는 대부분의 다른 시장보다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메모리 반도체주가 본질적으로 미국의 다수 반도체 기업보다 변동성이 크며,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의 자금 흐름이 주가 등락을 더욱 확대한다고 덧붙였다.

울 책임자 역시 AI 테마가 한국과 미국 기술주를 지배하는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으면서 투자자들이 두 시장을 함께 보유하는 주요 이유였던 지역적 분산투자 효과를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모든 시장이 사실상 하나의 거대한 위험 요인에 의해 움직이게 되면, 애초 미국과 한국처럼 지리적으로 떨어진 시장에 투자하려 했던 이유인 국제적 분산투자 효과를 상실하게 된다”고 말했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기업별 주가 흐름이 다시 엇갈릴 가능성도 있다. 김 책임자는 마이크론과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현재는 동일한 D램 가격 상승의 수혜를 보고 있지만, 자본지출 규모와 제품 구성, 미국 정부의 자국 반도체 생산 지원정책 차이가 향후 기업별 실적을 갈라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일 상장한 중국 반도체 업체 창신테크놀로지(CXMT)등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산업 확대도 새롭게 떠오르는 위험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업체들은 기술적으로 여전히 글로벌 경쟁사들에 뒤처져 있지만, 발전 속도는 여러 차례 투자자들의 예상을 웃돌았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