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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이후 거침없이 오르기만 했던 주식시장에 너도나도 투자에 뛰어든 상황에서 시장이 급락하면서 투자자들의 충격은 더욱 컸다. 실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주식거래활동계좌수는 1억 219만 6014개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5월말 9035만개 수준이었던 주식거래활동계좌수는 지난 1월 1억개를 돌판한 뒤 가파르게 증가 추세를 이어가고 있었다.
10년차 직장인인 30대 김모씨는 “코스피가 5000에 다다를 때쯤 투자를 어딜가나 주식 얘기를 하길래 투자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익숙한 삼성전자와 SK하아닉스 같은 우량주를 중심으로 시작해서 지난주까지 점점 종목을 늘려가며 투자금도 배로 늘리며 굉장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며 “그런데 어제 급락하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아 패닉바잉을 시도했고, 설마 오늘도 연이어 떨어질 줄 몰랐는데 지금은 증권앱을 켜지도 못하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직장생활 19년만에 올해 처음으로 주식 투자에 나섰다는 40대 한모씨도 급변동하는 시장 상황에 발만 구르고 있다. 그는 “대통령이 나서 주식시장을 부양하고 가족 중 한명도 단타로 일주일 새에 500만원을 벌었다고 하니 나만 안하면 손해보는 느낌이라 처음으로 주식 투자에 나섰다”며 “기존 자산은 모두 부동산 투자에 묶여있는 터라 보험계약대출금을 끌어다 투자했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대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곽모(27)씨는 “여자친구랑 2년 뒤에 결혼하려고 모은 돈 가운데 1000만원을 빼서 투자에 나섰는데 수익률이 -40%다”라며 “그간 미국 투자 중심으로 안정적으로 투자하다 포모를 느껴 국내 주식 투자를 시작했는데 이란 전쟁으로 인한 낙폭이 이렇게 클 줄은 몰랐다. 이 투자금을 잘 굴려서 결혼 자금으로 쓰려고 했는데 눈물도 다 말라버렸다”고 말했다.
올 들어 주요 증시와 비교해도 압도적인 상승률을 보였던 코스피는 이란 전쟁 충격파도 주요 지수 대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연초 이후 지난달 말까지 코스피는 48.17% 상승하며 세계 대표 지수 중 상승률 1위를 나타냈다. 2위 역시 코스닥 28.88%이었다. 코스피 상승률은 3위인 대만(22.27%)을 두배 이상 웃도는 압도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상승폭이 컸던 만큼 대외 충격에 하락폭도 두드러졌다. 코스피와 코스닥은 전일에만 각각 7.24%, 4.62% 급락해 전 세계 1, 3위 하락률을 기록한 데 이어 이날 하락폭을 더 키웠다.
이에 투자자들은 최근 몇개월새 계좌에 찍혀있던 수익금이 손에 넣어보기도 전에 일시에 사라졌다며 허탈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여의도의 한 증권사에 근무하는 이모(29)씨는 “시드머니가 없어서 일단 마이너스 통장으로 시드머니를 만들어보잔 생각에 3000만원짜리 마이너스 통장을 뚫어 지난 12월부터 국내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며 “며칠새 그동안 이익 봤던 걸 다 뱉어냈다. 그간 증권 계좌에 이익으로 찍혔던 금액이 다 꿈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스스로를 ‘주린이’라고 칭한 정모(31)씨는 “최근에 주식이 돈 ‘복사기’라는 말을 듣고 지난 1월부터 핫하다는 반도체주와 로봇주 등에 돈을 넣고 수익도 봤다”며 “어제 장 초반에 장이 떨어지길래 반등할 것 같아 더 넣었다가 계속 빠지니까 원금까지 잃을 것 같아서 급하게 다 회수했는데 결국 이제까지 수익까지 다 똔똔이 됐다. 잠깐 코스피가 급등했던 거 보고 혹했던 것 같은데 앞으로 주식 투자하기 무서울 것 같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