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수사 한계에 논란 만 남긴 공수처

송승현 기자I 2025.01.23 17:14:33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결과는 미미하고 논란은 많았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사건을 23일 검찰로 송부했다. 예견된 수순이지만, 예정보다 빨랐다.

사건 초기 공수처가 호기롭게 사건이첩요청권을 행사했을 때부터 세간의 우려가 컸다. 물론 성과는 있었다. 헌정 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을 체포하고 구속영장까지 발부받았다. 그게 전부다. 반면 불거진 논란은 차고 넘친다. 공수처가 내란죄에 대한 수사권이 있는지는 재판을 통해 다시금 확인받아야 한다.

논란은 차치하고서라도 공수처의 수사는 아마추어 같았다. 1차 체포영장 발부부터 집행까지 수사력 부족을 스스로 증명했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으면서 이례적으로 기한까지 밝혔다. 윤 대통령 측에 1월 6일까지 버티면 된다고 신호를 준 것과 다름없었다.

영장 집행은 더 가관이다. 대통령 경호처의 필사항전에 막히자 집행 약 5시간30분만에 ‘안전상 이유’로 철수했다. 영장 집행이 어려울 것이란 건 모두가 예상했으나 공수처는 “경호처가 협조할 줄 알았다”는 이해하기 힘든 변명을 내놨다. 더욱이 영장기한 만료 하루 앞두고 집행을 경찰에 일임하겠다고 하다가 퇴짜를 맞는 촌극도 벌어졌다.

윤 대통령의 신병을 확보하고서도 그 흔한 피의자신문조서 하나 남기지 못했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을 체포하면서 딱 한 번 대면조사 했다. 이마저도 윤 대통령이 조사 후 조서에 열람·날인을 거부한 탓에 증거로도 사용할 수 없다. ‘빈손’ 마무리다. 강제구인도 세 차례나 시도했으나 그 중엔 윤 대통령이 병원으로 가는 바람에 대기만 하다 돌아가는 굴욕도 맛봤다.

최근 한 달 사이 공수처는 모두가 주목하는 대상이 됐다. 이제는 성과를 내야 한다. 기회는 있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사건이 남았다. 계엄 수사가 마무리되면 매듭지어야 할 ‘채해병’ 사건도 있다. 이번 윤 대통령 사건이 공수처의 흑역사로 남을지, 부족했지만 수사 능력 자양분이 될지는 전적으로 공수처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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