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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부사장은 “AI 에이전트 시대는 한국 금융에 새로운 도약의 기회이자 위기”라고 진단하면서 “계좌 조회와 이체 연결의 혁신을 보인 오픈뱅킹과 세계 최초의 법제화로 시행한 금융 마이데이터,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한 대환대출 인프라로 쌓은 경쟁력을 에이전트 결제로 이어가야 하며, 이를 위해 위임 한도와 에이전트 인증 같은 새로운 규칙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부사장은 먼저 지난 40년 간 한국 지급결제 인프라의 성과를 짚었다. 그는 “오픈뱅킹은 2018년 영국이 9개 은행과 함께 먼저 시작했지만 활성화 측면에서는 여전히 물음표가 붙는다”며 “한국은 2019년에 출발했어도 가장 효과적으로 안착시켰다”고 평가했다.
마이데이터에 대해서도 “개인 동의를 받아 금융권 데이터를 한곳에 모아 볼 수 있는 나라는 아직 한국뿐”이라며 “미국에 플레이드 같은 민간 데이터 연결 회사가 있지만 한국 마이데이터 인프라에 비하면 상당히 약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지난 2023년 5월 신용대출을 시작으로 주택담보대출까지 넓어진 대출 비교·대환 서비스도 대표적인 성과로 꼽았다. 조 부사장은 “1·2금융권을 오가는 대환과 자금 중개는 개인이 엄두를 내기 어려운 영역이었다”며 “평균 금리가 1.5%포인트가량 낮아지고 연간 이자 절감액이 약 170만원에 이르는, 생활에 와닿는 금융 인프라”라고 했다.
조 부사장은 지난 6월 뉴욕 출장 당시 현지 금융권에서 “앞으로 모든 클라이언트는 에이전트가 될 것”이라는 얘기를 반복해 들었다고 전하면서 글로벌 시장의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미국 증권 거래 플랫폼인 위불(Webull)은 생성형 AI와 MCP(모델 컨텍스트 프로토콜)로 연동해 “SPDR S&P500지수 상장지수펀드(ETF)가 700달러 밑으로 내려가면 10주를 사 달라”는 식의 주문을 처리한다고 전했다. 이어 “위불 전체 거래의 약 8%가 이미 웹이 아닌 LLM을 통해 들어오고 있고, 연말에는 20% 수준까지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사용자가 “반도체 종목 중 주가수익비율(PER)이 낮고 현금흐름이 좋은 종목으로 1만달러짜리 상품을 구성해 달라”고 하면 AI가 포트폴리오 후보를 짜고 백테스트와 리밸런싱 규칙까지 제시하는 상품도 등장했다. 수수료는 일반 ETF 수준인 0.2~0.5%다. 조 부사장은 “국내 퇴직연금 수익률이 2.4% 안팎인 반면 미국 401(k)는 8% 수준”이라며 투자 대중화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짚었다.
예측시장도 언급했다. 그는 “뉴욕증권거래소(NYSE) 모회사인 ICE가 폴리마켓에 2조원 넘게 투자한 것은 시장 데이터와 투자자 심리를 먼저 확보해 결제·투자 추천 경쟁력으로 연결하겠다는 판단”이라고 해석했다. 뉴욕증시와 나스닥의 23시간 거래 추진, 약 400조원 규모로 불어난 스테이블코인 발행액 역시 ‘24시간, 국경 없는 금융’으로 가는 흐름이라고 봤다.
조 부사장은 AI 금융을 △연결 △통합 조회 △비교·추천 △에이전트 위임 실행 △에이전트 자율 관리 등 5단계로 나눴다. 그는 “1~3단계는 정책당국과 금융결제원, 업계 노력 덕분에 한국이 글로벌 최고 수준”이라면서도 “미국은 인프라가 우리보다 떨어지지만 보안 리스크를 감수하고서라도 사용자 편의 중심 서비스를 빠르게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해외 에이전트 서비스가 사용자 계정·비밀번호 등 과도한 권한을 요구하는 점은 우려로 꼽았다. 그는 “조금이라도 악용되거나 해킹되면, 특히 결제까지 이뤄지는 경우 사회적 파장은 상상하기 힘든 규모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사용자가 에이전트에 위임하는 한도를 카드 한도와 별도로 어떻게 관리할지 △해당 에이전트가 권한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주체인지 △에이전트 간, 국내외 에이전트 간 자금 이체 지시의 신뢰성을 어떻게 담보할지를 금융당국과 금융결제원의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네이버페이가 실제로 금융결제원과 ‘AI 에이전트 결제’ 개념검증(PoC)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예컨대 “20만원짜리 운동화가 18만원 밑으로 내려가면 사 달라”, “20만원까지는 에이전트가 결제해 달라”는 식의 위임에 맞춰 한도를 관리하고 에이전트 규칙을 정하는 방식이다. 조 부사장은 “금융위원회도 결제·금융 AI 에이전트 확산에 관심이 많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문제는 신뢰할 수 있는 안전한 인프라를 만들 수 있느냐”라고 강조했다.
판매자 생태계도 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에이전트는 가장 좋은 조건을 찾아가기 때문에 마켓플레이스 노출이나 광고보다 상품 자체의 가격·품질 경쟁력이 더 중요해지고, 전반적인 거래 수수료 인하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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