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R 발목 잡는 韓 규제…“트럼프 원전 정책 벤치마킹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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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훈길 기자I 2025.08.26 17:56:29

한국정책학회 하계학술대회, SMR 쟁점 토론
美, SMR 속도전…18개월 내 인허가 심사 완료
“韓 기술 최강인데 인허가 규제로 상용화 난항”
“SMR 키우려면 의견수렴해 규제부터 바꿔야”

[부산=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한미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에너지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가운데, 우리나라가 차세대 미래 원전인 소형모듈원자로(SMR) 관련 기술력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국내 규제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한국이야말로 SMR의 강자”라고 했지만,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며 악수하고 있다. 한미정상회담 이후 이 대통령은 “SMR 개발 및 상용화로 AI 시대의 전력 수요를 충당하고 에너지 안보를 확충하는 일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진상기 대한기계설비산업연구원 실장은 26일 오후 부산항 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국정책학회 하계학술대회의 ‘SMR 안전규제의 주요 쟁점과 고려사항’ 주제 발표에서 “우리나라는 SMR 기술에서 세계 선두 그룹인데 SMR 규제 측면에서는 그렇지 않다”며 “이것이 SMR 관련 산업계의 최대 불만”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21일 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을 만나 “한국이야말로 SMR의 강자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한미정상회담 직후 “SMR 개발 및 상용화로 인공지능(AI) 시대의 전력 수요를 충당하고 에너지 안보를 확충하는 일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SMR 규제 때문에 어려움이 크다는 게 산업계 분위기다.

SMR(Small Modular Reactor)은 기존 원전보다 3분의 1가량 작은 소형 원전이다. 기존 원전보다 높은 경제성과 안전성 때문에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아직 상용화한 기술은 아니지만 미국, 중국, 캐나다 등을 중심으로 막대한 투자와 기술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앞으로 5년이 중요한 골든타임이라는 분위기다.

기술 경쟁에 뛰어든 산업 현장에서 속앓이를 하고 있는 애로사항은 SMR 인허가 문제다. 선진국들은 치열한 SMR 기술 경쟁에 뛰어들어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정반대 상황이라는 것이다.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원자로 심사를 18개월 이내에 완료’하는 내용의 ‘원자력 산업 활성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신규 원자로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해 SMR 개발에 속도를 내겠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미국은 원자력 에너지 혁신 및 현대화법(Nuclear Energy Innovation and Modernization Act·NEIMA)에 단계별로 원자로에 대한 인허가 절차를 진행하도록 해 신속하게 검토가 진행되도록 했다. 또한 미국 원자력안전위원회(NRC)는 인허가 프로세스 이전에 ‘사전신청검토’(Pre-Application Review·PAR) 절차를 운영해 사업자가 인허가 관련 규제를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했다. 캐나다도 미국의 PAR 절차와 비슷한 ‘공급자설계검토’(Pre-Licensing Vendor Design Review·VDR) 절차를 운영 중이다.

진상기 대한기계설비산업연구원 실장이 26일 오후 한국정책학회(회장 박형준) 하계학술대회에서 SMR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최훈길 기자)
관련해 진 실장은 “트럼프는 ‘바이든 당시 에너지 가격이 폭등했기 때문에 자신이 대선에서 재임할 수 있었다’, ‘에너지 가격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에너지 가격 검토 결과 태양광·풍력은 가성비가 안 나오고, 원전 산업 생태계가 붕괴된 미국에서 대형 원전을 짓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트럼프는 SMR에 올인하고 빠르게 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 실장은 “미국은 전 세계에서 SMR 규제가 가장 체계적이고 다른 국가에 비해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앞으로 원전을 운영하는 국가 대부분은 미국 NRC의 규제 체계를 기본으로 각국의 상황에 맞게 변형된 규제 체계를 도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진 실장은 “미국의 SMR 규제 특징은 각 단계별로 인허가 절차를 진행해 상용화가 빨리 되도록 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공격적으로 인허가 절차를 앞당겼으면 한다”고 제언했다.

진 실장과 함께 ‘SMR 안전규제의 주요 쟁점과 고려사항’ 연구를 함께 한 박영원 원자력산업정책연구원 정책연구본부 수석연구위원도 “트럼프가 신규 원자로 인허가 기한을 18개월 이내로 한 것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아울러 전문가들은 규제를 완비하고 기술력을 올리는 과정에서 리스크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진 실장은 “SMR은 기술적 불확실성, 인허가 및 규제, 건설시공 리스크, 시장 수요의 변동성 등이 크기 때문에 아직은 불완전한 상태”라며 “기술적 안전성을 확보하고 적정전력공급량을 토대로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규모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진 실장은 “SMR 사고가 발생할 경우 이를 완화할 수 있는 방사능 확산 범위나 환경 영향을 반드시 사전에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SMR의 운전에서 배출되는 방사선 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뿐만아니라 적극적인 산업계 의견 수렴과 대국민 소통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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