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보란듯…EU·인도 20여년 만에 FTA 타결

임유경 기자I 2026.01.27 17:02:37

세계 GDP 25%·교역 3분의 1 규모 자유무역권 형성
EU, 자동차·와인 등 수출품 96.6% 관세 철폐·인하
인도, 의류·신발 등 노동집약 산업 수출 확대 기대
EU·인도, 美 관세 리스크 속 교역 다변화 선택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유럽연합(EU)과 인도가 20년여에 걸친 협상 끝에 자유무역협정(FTA)에 합의했다.

27일(현지시간) EU 집행위원회는 홈페이지를 통해 “EU와 인도는 오늘 역사적인 FTA를 타결했다”며 “이는 양측이 체결한 FTA 가운데 최대 규모의 협정”이라고 밝혔다.

EU와 인도는 2007년 FTA 협상을 개시했다. 이후 협상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다 지난해 10월 14차 공식 협상을 시작해 19년 만에 협상을 마무리 지었다.

27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정상회담에 앞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운데)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오른쪽), 안토니우 코스타 유럽이사회 의장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AFP)
EU와 인도 간 FTA 타결은 미국이 전 세계에 고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통상 질서가 급변하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세계 2위와 4위 경제권 간 협정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성명에서 “EU와 인도는 인구 20억 명 규모의 자유무역 지대를 구축했다”며 “규범에 기반한 협력이 여전히 훌륭한 성과를 낳는다는 메시지를 세계에 보냈다”고 강조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이날 에너지 관련 행사 연설에서 EU와 FTA 합의 사실을 알리며 “이번 협정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5%, 세계 교역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규모”라면서 “전 세계 사람들이 이를 ‘모든 협정의 어머니’라고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모디 총리는 이날 늦게 뉴델리에서 열리는 ‘인도-EU 정상회의’에서 협정 세부 내용을 포함해 공동 발표를 할 예정이다.

EU 집행위에 따르면 이번 협정에 따라 EU의 대(對)인도 수출품 가운데 96.6%에 해당하는 관세가 철폐 또는 인하되며, 그 결과 2032년까지 EU의 인도 수출은 두 배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 주요 품목 중 자동차 관세는 현재 110%에서 단계적으로 최대 10%까지 인하되며,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는 5~10년에 걸쳐 전면 철폐된다. 와인에 대한 관세는 기존 150%에서 장기적으로 20% 수준까지 낮아진다. 올리브유 관세는 45%에서 5년에 걸쳐 0%로 인하된다.

인도는 최대 교역국인 EU와의 FTA 협정으로 미국 고율 관세로 타격을 입은 의류·신발 등 노동집약적 상품 수출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25년 3월까지의 인도 회계연도 기준 EU와 인도의 교역 규모는 1365억 달러에 달했으며, EU는 인도 전체 수출의 17% 이상을 차지했다. 반대로 인도는 EU의 9위 교역 상대국이다.

이 협정은 2031년까지 인도의 대EU 수출을 약 500억 달러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엠케이 글로벌 파이낸셜서비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다비 아로라는 제약, 섬유, 화학 산업이 주요 수혜 분야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합의는 EU가 최근 메르코수르와 무역 협정을 체결한 데 이어, 지난해 인도네시아·멕시코·스위스와 잇달아 무역협정을 맺은 이후 나온 것이다.

인도 역시 최근 영국, 뉴질랜드, 오만과의 협정을 최종 타결했다. 또 메르코수르, 칠레, 페루, 걸프협력회의(GCC)와의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잇따른 무역협정 체결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장악 시도를 언급하고 유럽 국가들에 관세 부과를 위협하는 등 전통적인 국제 통상 질서가 시험대에 오른 상황에서, 미국 의존도를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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