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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한 간담회에서 “미국 측이 아직 (관세 인상) 관보를 올리지 않은 데는 우리의 노력이 나름대로 전달된 측면이 있다고 본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대미투자특별법 지연을 이유로 관세 인상을 예고했기 때문에 특별법이 통과되면 관세 인상도 유예될 가능성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가 지난 4일 대미투자특별법 조기 처리를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에 합의하고 9일 본회의에서 이를 확정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미국이 한국의 3500억달러(약 500조원) 대미투자 약속 이행 의지를 문제 삼아 추진 중인 관세 인상 문제도 곧 해결되리란 기대감을 내비친 것이다.
그러나 미국 관세 재인상 가능성에 노심초사 중인 산업계와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 같은 낙관론에도 안도하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예고 이후 2주간 김 장관을 시작으로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 조현 외교부 장관 등이 차례로 미국을 찾아 물밑 접촉에 나섰으나 여전히 미국 측의 입장 변화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의 진의조차 불분명하다는 평가다. 정부는 미국 측의 요구가 현재 추진 중인 온라인 플랫폼 규제와 쿠팡 사태와 별개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미국 정가 안팎에선 이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또 이 같은 비관세 장벽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도 지난 연말 한 차례 연기된 이후 감감무소식이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현재로선 미국의 관세 인상 예고의 진짜 이유가 대미투자특별법 때문인지, 온라인 플랫폼 규제 때문인지, 혹은 미국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판결을 앞뒀기 때문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이라며 “미국의 주장을 구체적으로 파악해야 협상의 초점도 분명히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현재는 문제가 생기면 그때그때 매달리고 잠시 수그러들면 다시 대응이 느슨해지는 등 미국 측 통상정책의 대응 일관성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협상 전반에 걸쳐 종속적인 위치에 놓일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회에서 진행 중인 대미투자특별법 제정과 별개로 정부 역시 좀 더 강력한 대미투자 및 비관세 장벽 해소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이나 EU은 이미 대미 투자사업을 구체화하고 있는데, 한국은 법 제정을 이유로 투자를 늦추고 있는 만큼 투자 의지부터라도 명확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현재 미국 측과 대미투자 사업을 정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하지만 구체적인 투자처는 특별법 제정 이후에야 확정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법안 통과 이전이라도 투자할 만한 사업을 선별해 소액이라도 시범적으로 투자하고 (특별법 통과) 이후 본 투자를 하는 식으로 관세 부과를 막을 필요가 있다”며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규제도 미국이 민감하게 보고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당분간 논의를 중단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