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월스트리트를 대표하는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가 이르면 2분기(4~6월)부터 개인들을 상대로 한 자산관리 전담부서에서 고객들에게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에 투자하는 상품을 내놓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31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인 CNBC에 따르면 최근 골드만삭스의 개인 자산관리부문에서 디지털자산을 총괄하는 글로벌 대표로 내정된 메리 리치는 “이르면 2분기부터 부서 내에서 새로운 자산계층인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리치 대표의 승진 기용은 이날 중 공식 발표를 앞두고 있다.
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개인 자산관리 고객들을 위해 가상자산에 대해 사려깊고 적절한 방식으로 접근하기 위해 회사 내 여러 팀들과 다양한 방안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면서 “가까운 시일 내에 (비트코인 등에 투자하는 방안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적어도 2500만달러(원화 약 282억5000만원) 이상의 자산을 가진 개인이나 가족, 개인 기부재단 등의 자금을 위탁받아 운용하는 골드만삭스 개인 자산관리부문은 고객들을 위해 비트코인 현물에 직접 투자하거나 파생상품인 비트코인 선물에 투자하는 방안, 또는 전통적인 간접투자상품 등을 이용해 디지털 자산 전반에 대한 투자를 제공하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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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가 이 같은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경쟁사인 모건스탠리와의 경쟁이 예상된다. 앞서 모건스탠리는 월가 IB 중에서는 처음으로 오는 4월부터 비트코인 펀드를 만들어 고액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투자를 받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골드만삭스는 모건스탠리와 마찬가지로 비트코인 투자 펀드를 조성하는 방안은 물론이고 세계 최대 가상자산 간접투자상품인 갤럭시 비트코인 펀드와 같은 가상자산 전용 펀드에 간접 투자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그동안 IB나 자산운용사들은 비트코인의 투기적인 성향이나 높은 가격 변동성 탓에 고객 자산관리 대상에서 이를 배제해왔다. 그러나 최근 비트코인 상승랠리 과정에서 기관투자가와 상장사, 핀테크업체들까지 적극적으로 시장에 뛰어들자 금융사들도 이를 적극 수용하고 있다.
리치 대표도 이날 인터뷰에서 “최근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비책으로 비트코인을 찾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면서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나타난 거시적인 경제 상황에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아직도 가상자산이라는 거대한 생태계의 초기 단계에 있는 만큼 이 생태계가 어떻게 진화하게 될 지 정확히 알 수 없다”면서도 “하지만 가상자산이 우리 미래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꽤 안전하다고 믿는다”고 낙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