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재판, 9일만에 파기?…與, 왜곡 주장으로 사법부 공격

한광범 기자I 2025.10.01 16:48:57

대법 "접수 후 기록 검토" 설명에도 왜곡주장 반복
"졸속재판" 주장 더해 최근엔 '한덕수 밀약설'까지
與내부서도 "이례적 빠른 선고가 문제…이게 본질"

조희대 대법원장(사진 가운데)이 1일 충남 계룡대 대연병장에서 열린 건군 77주년 국군의 날 기념행사에 참석해 우원식 국회의장 및 김상환 헌법재판소장과 나란히 앉아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의 지난 5월 판결을 ‘사법내란’으로 규정한 여당이 조희대 대법원장과 사법부를 향해 파상공세를 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사실과 다른 무분별한 의혹을 동원하며, 오히려 사안의 본질을 왜곡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법원의 지난 5월 1일 이 대통령에 대한 유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이례적으로 빠른 선고였다. 이 대통령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은 기소 후 2년 2개월 만인 2024년 11월 15일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라는 피선거권 박탈형이 선고됐다.

선거법은 제270조에서 1심 판결의 경우 공소제기 후 6개월, 2·3심의 경우 전심 선고 후 3개월 이내에 반드시 선고해야 한다는 강행 규정을 두고 있지만, 실무에서 지켜지는 경우는 흔치 않다.

특히 증거조사를 해야 하는 1심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관련자 진술이 주요 증거인 선거법 사건에서 피고인이 이들 진술에 대해 신빙성을 다툴 경우, 검찰은 이들 대다수를 증인으로 신청하게 된다. 이 대통령 선거법 1심의 경우 증인만 50명이 넘었고, 공판기일만 28회가 진행됐다. 현직 정치인이었던 이 대통령 사정을 고려해 기일이 변경된 경우도 다수였다.

더욱이 수백개 사건을 동시에 심리하는 업무량을 고려할 경우, ‘1심 6개월 내 선고’ 규정을 지키기 위해선 다른 사건을 제쳐두고 집중심리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법원 내부에서도 선거법에 ‘강행규정’이라고 명시돼 있었음에도 현실적인 한계를 이유로 해당 조항을 훈시규정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았다.

조희대 대법원이 강행규정 준수를 권고한 것은 지난해 9월이었다. 재판 지연이 심화되는 와중이던 2023년 12월 취임한 조 대법원장은 취임 일성부터 ‘신속 재판’을 강조해 왔다. 그는 법에 명시된 강행 규정임에도 선거법 사건의 선고기한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며 법관들에게 법률 준수를 당부했다.

“접수 직후부터 대법관들 전합 처리 합의”

대법원 차원의 지속적 권고에 일선 재판부도 조금씩 빠르게 움직였고, 그 대표적 사건이 이 대통령 사건이었다.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 후 4개월 11일이 지난 올해 3월 26일, 1심 판결을 뒤집어 이 대통령에 대한 무죄 판결을 내렸다. 비록 3개월 규정은 지키지 않았지만 당시로선 이례적으로 매우 빠른 판결이었다.

이 대통령 사건이 대법원에 접수된 것은 2심 판결 이틀 후인 3월 28일이다. 통상적인 기록 이송 등으로 접수에 1주일가량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접수자체도 이례적으로 빨랐던 것이다. 법원 내부에선 조 대법원장이 사건에 대한 유무죄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 이전인, 접수 단계부터 ‘신속한 재판’을 염두에 뒀다고 보고 있다.

대법원은 4월 22일 전산으로 이뤄지는 무작위 배당을 통해 주심 대법관을 결정했다. 그리고 당일 1회 전원합의기일, 이틀 후인 24일 2회 전원합의기일을 열었다. 그리고 2회 전원합의기일에서 다수결에 의해 유죄 취지 파기환송 결론을 내렸다.

조 대법원장을 포함해 10인의 대법관이 같은 의견을 냈고, 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은 상고기각(무죄확정)이라는 반대의견을 냈다. 대법원은 2회 전합기일에서 5월 1일로 선고기일을 잠정 확정했고, 일정을 4월 29일 이 대통령 측과 검찰에 통보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지난 5월 1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원정에서 이재명 대통령(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 전원합의체 선고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민주당은 판결 선고 전까진 ‘이례적 빠른 선고’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당 내부에선 ‘대법원이 빠르게 무죄 확정을 하는 것 같다’는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같은 입장은 대법원이 유죄 취지 파기환송을 내리자 180도 뒤바뀌었다.

여권은 “대법원이 심리 9일 만에 선고를 했다”며 졸속 심리를 주장하기 시작했다. 9일 만에 방대한 양의 사건 기록을 제대로 보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이는 전산상으로 4월 22일 사건이 4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된 소부(2부)에 배당된 직후 전원합의체로 회부됐다는 점을 근거로 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대법원 사건은 기본적으로 전원합의체로 배당이 된다. 즉, 3월 28일 사건이 접수됐을 때 이미 전합 배부가 된 것이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사건이 접수됐을 때부터 전체 대법관들이 전합으로 처리하기로 합의를 했다”고 밝혔다.

법원 내부서도 “정치적 의도 없겠지만…선고 시점 소명 하자”

대법관들은 사건의 중요성을 감안해 접수 후 곧바로 사건 기록 검토에 돌입했다. 민주당이 사건 심리를 시작했다고 주장하는 4월 22일은 전산 무작위 배당을 통해, 판결문 작성 등을 주도할 주심 대법관이 정해진 날이다. 대법관들은 모두 4명씩 구성돼 있는 소부에 소속돼 있다.

전산상으로 무작위로 주심 대법관이 결정되면, 실제 소부 회부와 상관없이 사건은 전산상으로 해당 소부로 배당된 것으로 표기된다. 대법원은 통상적으로 중대한 사건이나 판례 변경 사건에 한해 전원합의체에서 심리를 하고, 나머지 사건들은 소부에서 결론을 내린다. 이 대통령 사건은 소부 회부 없이 전합에서 줄곧 심리가 이뤄졌다.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이 판결을 주도했다며 그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서영교·부승찬 의원은 조 대법원장이 사전에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만나 이 같은 판결을 계획했다는, 소위 ‘밀약설’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법원장이 전원합의체 재판장으로서 절차를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지만, 결론 자체를 특정한 방향으로 이끄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법원 내부의 설명이다. 재판연구관 출신 한 변호사는 “스스로 최고의 법률가라고 자부하는 대법관들이 대법원장을 따라 결론을 낸다는 것은 넌센스”라고 일축했다. 한덕수 밀약설에 대해선 황당무계하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여권 내부에서도 황당한 의혹 제기가 사안의 본질을 가리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 한 의원은 “대법원의 주장에 따르더라도, 왜 대법원이 대선을 앞두고 36일 만에 이례적으로 급하게 선고를 했는지가 핵심”이라며 “엉뚱한 의혹제기가 오히려 우리의 합리적 요구를 왜곡되게 보이게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대법원은 ‘빠른 선고’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경우 법에 따라 상고심을 3개월 내에 선고하도록 돼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천대엽 처장은 지난 5월 “선고를 하지 않을 경우, 선고를 하되 시기를 더 늦췄을 경우, 이번처럼 빨리 했을 때 경우 모두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대법관들이) 대선 한참 전에 이뤄지는 것이 더 낫지 않나란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 선고시기를 뒤로 했으면 오히려 오해의 소지가 더 컸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법원 내부에서조차 ‘이례적 빠른 선고 시점’에 대해선 일정 부분 소명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지방법원 판사는 “당시 기준으로 선고시점이 언제였든, 정치권에서 ‘선거 개입’이라는 논란을 피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대법원이 정치적 의도가 없었다고 확신한다. 그렇기에 차라리 이례적 신속한 선고 배경을 소명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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