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 조원호 람다256 사업본부장은 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STO 써밋 2026’에서 ‘STO: 금융의 새로운 레일과 규제, 그리고 기관의 역할’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람다256은 블록체인 데이터와 인프라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블록체인 노드 운영 서비스 ‘노디트’를 통해 하루 5억건 이상의 트랜잭션을 처리하고 있다.
|
조 본부장은 AI 에이전트가 금융 거래의 주체로 떠오르면서 블록체인이 차세대 원장으로 주목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비자와 마스터카드는 결제망에 AI 에이전트 도입을 실험하고 있고 미국 성인의 23%는 AI 에이전트로 쇼핑한 경험이 있다.
국내도 예외는 아니다. 조 본부장은 증권사 오픈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활용한 자동매매 규모가 지난해 37조원에서 올해 100조원 가까이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API 자동매매 비중은 30% 수준인 반면 증권사는 1%에도 못 미쳐 성장 여력이 크다는 설명이다.
조 본부장은 AI 에이전트 금융의 가장 큰 문제로 ‘확률적 행동’을 꼽았다. 그는 “AI의 제안이나 행동은 학습을 통해 가장 가능성이 높은 방식을 고르는 통계적 확률”이라며 “금융 행위는 확률이 아니라 정해진 대로 움직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블록체인의 강점으로는 투명성과 검증 가능성, 규제 내재화를 제시했다. 누구나 원장의 잔액을 확인할 수 있고 스마트 컨트랙트를 실행해 결과를 미리 검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발행 총량 한도나 대주주 변경 신고 같은 법적 요건을 코드에 담을 수도 있다. 조 본부장은 “블록체인은 AI 에이전트에 훨씬 잘 맞는 차세대 원장”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글로벌 원장이라는 특성이 규제 문제까지 해결해주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고객확인(KYC)과 세금, 회계, 도산절연 기준이 국가마다 제각각이라는 이유에서다. 조 본부장은 “싱가포르 금융기관이 거친 KYC를 국내 은행이 그대로 믿고 쓸 수 있겠느냐”며 “뱅크런 같은 사태가 벌어졌을 때 누가 책임질지 미리 정해두지 않으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해법으로는 금융기관의 역할을 제시했다. 그는 “금융기관이 각 국가의 KYC 규제나 세금, 도산절연 문제를 막아주는 관문이자 방화벽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
해외 제도와의 비교도 이어졌다. 미국은 실물 증권만 법적 효력을 인정해 명의개서대리인이 온체인 장부를 오프체인에서 다시 관리하는 이중 장부 방식으로 토큰화가 이뤄진다. 반면 독일은 전자증권을 법으로 규정해 인가받은 사업자라면 장부 관리 방식을 따지지 않는다. 한국은 두 방식이 섞인 형태라는 진단이다. 조 본부장은 “블록체인은 단일 원장인 만큼 어떤 방식으로 운영할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발표한 혁신 프로그램도 같은 맥락에서 짚었다. 5년간 토큰화와 AMM(자동화마켓메이커) 규제를 면제하지만 허가형 지갑만 접근할 수 있고 시장 안전장치와 감사·기록 보관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는 설명이다.
이에 토큰화에 앞서 상품이 채권인지 소유권인지 청구권인지와 문제 발생 시 처리 방식을 먼저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약 문서와 스마트 컨트랙트를 일치시키는 ‘코드 일관성’도 핵심 과제로 꼽았다. 그는 “블랙리스트 지갑의 거래 중지와 급락 시 거래 중지 같은 기능을 미리 설계해야 한다”며 “거버넌스 체계가 온체인에서 바로 실행될 수 있어야 이상적인 STO와 RWA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 본부장은 “공항을 거쳐 여러 나라로 가듯 금융기관은 온체인과 기존 시스템을 잇는 트랜짓 허브가 돼야 한다”며 “온체인의 즉각 청산 위험이 전이되지 않도록 모니터링하고 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지난해 금융기관들이 객석에서 지켜봤다면 올해는 연단에 올라 비전과 로드맵을 발표했다”며 “내년에는 실제 상품이 출시되면서 한국이 디지털자산 생태계에서 앞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