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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노트7 단종]‘최고 스마트폰’ 출시 2달 만에 역사 속으로

정병묵 기자I 2016.10.11 19:38:16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다소 삼성에 냉소적인 편이었던 미국 언론들도 ‘올해 최고의 패블릿’,‘ 기대를 뛰어넘는 제품’, ‘아름다운 제품’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삼성전자가 처음 개척자로서 시장을 열었던 패블릿이 더욱 완성된 모습으로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새 장을 여는 순간입니다.”

지난 8월11일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이 ‘갤럭시노트7’ 출시 한국 미디어데이를 통해 한 말이다. 스마트폰의 새 장을 열었다는 ‘갤럭시노트7’은 그러나 두 달 뒤 정 반대 의미에서의 ‘새 장’을 열고 있다.

삼성전자는 11일 오후 늦게 “최근 갤럭시노트7 소손 발생으로 정밀한 조사와 품질 관리 강화를 위해 공급량을 조절하였으나 고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갤럭시노트7의 판매 중단에 따라 생산도 중단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생산 및 판매를 잠정 중단한다고 밝힌 지 반나절 만의 결정이다. 이로써 사상 최강의 안드로이드폰이라는 칭송을 들었던 갤럭시노트7은 2달 만에 쓸쓸히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11일 서울 광화문 KT올레스퀘어 매장에서 ‘갤럭시노트7’ 제품의 판매 중단을 알리고 있다.
◇사상 초유의 ‘배터리 게이트’…결국 단종까지

사상 초유의 스마트폰 리콜 사태를 초래한 이 제품은 어떻게 삼성을 위기로 몰고 갔을까.

전자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갤럭시노트7’의 배터리는 물론 스마트폰 하드웨어 설계상 오류가 총체적으로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우선 삼성이 지난달 공식적으로 밝힌 폭발 원인은 배터리 셀 제조 공정상 문제다. 당초 삼성이 지난달 리콜을 결정하면서 밝힌 ‘갤럭시노트7’ 발화 원인은 ‘배터리 셀’이었다. 배터리 내에서 양극판과 음극판으로 조합된 것이 하나의 조를 이루는데 격실로 된 케이스 내에서 전해액 속에 담가 다른 셀과 분리되어 있는 형식이다. 그런데 외부 충격으로 분리막이 훼손되면 음극과 양극이 맞닿아 과전류가 흐르면서 화재나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

한 배터리 전문가는 “스마트폰 디자인이 슬림화되고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더 높은 용량의 배터리를 채택하게 된다”며 “배터리의 물리적 크기는 그대로 두더라도 내부 밀도를 더 높여 음극과 양극이 빨리 오가게 하는 방식으로 전력량을 더 높일 수 있는데 그 속도가 너무 빠르다 보면 분리막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즉 배터리 자체의 문제라면 용량 향상을 위해 내부 밀도를 더 빡빡하게 하느라 무리가 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에 전작 ‘갤럭시노트5’(3000mAh)보다 500mAh 용량이 큰 3500mAh 배터리를 탑재했다.

그러나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배터리 문제만이 아닌 것은 확실해 보인다”며 “애초 문제가 됐던 삼성 계열사 배터리 대신 중국 ATL사 배터리를 탑재했지만 계속 사고가 발생하지 않나”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일체형 배터리에 방수방진 기능…‘열 배출’ 실패했나

지난 8일 국내 한 야구 경기장에서 ‘갤럭시노트7’이 폭발했다고 주장하는 인터넷 동영상 화면 캡처.
또한 고속 충전, 방수·방진 등 제품에 탑재된 새로운 기능을 끼워맞추다 보니 일체형 배터리에서 발생하는 열이 외부로 빠지기 힘든데 이 부분을 설계상 잡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전작 ‘갤럭시노트5’에는 방수방진 기능이 탑재되지 않았다. 즉, 배터리 용량은 전작보다 늘었는데 슬림한 디자인과 최고 수준의 방수방진 기능을 장착하다 보니 제품에 무리가 온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삼성이 아직 원인을 잡지 못했다는 점이다.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 등에서 분석하고 있지만 하자 유무를 전수조사를 통해 일일이 가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전자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35만2000대가량 ‘갤럭시노트7’ 제품 교환이 이뤄졌는데 이걸 모두 회수해 원인을 일일이 분석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결국 제품을 단종하고 다음 제품을 준비하는 수순이 나은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는 “삼성이 그동안 1년에 두번씩 봄가을로 스마트폰을 선보였고, 전작의 장점이나 문제점을 다음 제품에 반영해왔는데 갤노트7 폭발 원인을 제대로 찾지 못할 경우 내년 봄에 나올 예정인 S8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며 “삼성전자의 진짜 위기는 지금부터 시작된다고 봐야 할”것 이라고 강조했다.

◇천문학적 손실 불가피…브랜드 가치도 타격

이번 단종 결정으로 삼성전자는 천문학적인 금액의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브랜드 가치 타격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250만대 제품을 대상으로 했던 ‘갤럭시노트7’ 리콜 비용은 약 1조5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판매 재개 후 ‘갤럭시노트7’은 380만대 가량 양산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리콜 당시 회수 비용을 감안하면 총 3조원대에 달하는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IT·모바일(IM) 부문의 한 분기 영업이익을 크게 웃도는 금액이다. 3분기 삼성전자 IM부문 영업이익은 2조6800억원가량이다.

실제 ‘갤럭시노트7’ 판매중단 효과가 본격 반영되는 4분기에는 참혹한 수준의 실적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는 3분기 반도체와 생활가전의 실적 호조로 영업이익 7조8000억원을 기록했는데 IM부문의 부진으로 전사 실적에 타격도 입게 된다.

더 심각한 것은 ‘1등 품질’을 지향해 왔던 삼성 브랜드 가치 훼손이다. 의욕적으로 만든 제품이 결국 2개월 만에 조기 단종된다면 세계 1등 스마트폰 업체로서 인식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것.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갤노트7의 생산 및 판매 중단으로 IM 부문의 4분기 실적이 3분기에 크게 못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며 “비용도 비용이지만, 향후 스마트폰 판매에 미치는 영향과 중장기 브랜드 가치 훼손 등의 영향 등을 현 단계에선 예측하기가 어렵고 불확실성은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즉 애플을 제압하기 위해 칼을 갈고 만든 ‘갤럭시노트7’이 되려 삼성에 유무형으로 악영향을 미치게 되는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13일부터 이통3사 통해 교환 환불 실시

한편 삼성전자는 국가기술표준원의 판매중지, 교환중지, 사용중지 권고에 따른 후속 조치로 이동통신사와 협의해 갤럭시 노트7 제품의 판매와 교환을 중단하고, 13일부터 12월 31일까지 제품 교환과 환불을 진행한다.

다른 기종으로의 교환이나 환불을 원하는 고객은 최초 구매처(개통처)에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오픈 마켓 등에서 무약정 단말기를 구매한 고객은 개통 매장에서 통신사 약정 해지 후 구매처에서 환불을 받을 수 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으로 교환할 경우, 3만원 상당의 모바일 이벤트몰 할인 쿠폰이 제공될 예정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갤럭시 노트7을 믿고 사랑해 주신 고객과 파트너께 큰 불편과 심려를 끼쳐드려 깊이 사과를 드린다”며 “매장별 준비 상황이 다르니 방문 전에 전화 확인하시어 불편을 줄이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갤노트7 글로벌 판매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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