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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야가 글로벌·일본 혁신 스타트업 생태계의 심장이 된 데에는 일본 정부의 전폭적인 스타트업 지원책이 한몫했다. 일본 정부는 2027년까지 약 90조원을 투자해 스타트업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지난 2022년 발표했다. 그러면서 중장기적으로는 기업가치 1조 이상의 스타트업을 의미하는 유니콘 기업 100개를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여기에 글로벌 인재들을 빨아들이기 위해 ‘스타트업 비자’ 제도를 신설하고, 최대 2년까지 일본에 거주하며 일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 역시 서울 강남역, 역삼역 근방의 각종 스타트업 지원 플랫폼에 입주해있다. 그러나 글로벌 투자·운용사들이 지원하는 공간에 입주해 실리콘밸리식 육성을 받는 일본과 달리, 국내 스타트업 지원 기관은 철저히 국내 방식에 맞춰져 있어 아쉬움을 남긴다.
외국인 창업가의 국내 창업을 촉진하기 위한 ‘외국인 창업사업화 지원사업’을 운영하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지원책에도 아쉬움이 남기는 마찬가지다. 이전까지 해당 사업은 정보 부족과 언어 장벽으로 참여가 저조했다. 중기부는 이를 타계하고자 지난해부터 지원 강도를 높이고, 서울 강남구에 글로벌스타트업센터(GSC)도 개소했다.
국내 지방자치단체와 정부기관들은 국내 기업에는 해외 진출 기회를, 현지 기업에는 국내 진출 가능성을 보여주는 데모데이 행사도 해외에서 개최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한 스타트업 대표는 “글로벌 시장을 타겟으로 삼겠다고 하지만 실상 해외에서 열리는 데모데이 행사를 보면 고위직 분들을 만족하게 하는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한다”며 실망감을 토로했다.
형식에 얽매여 보여주기식 퍼포먼스에 급급한 국내와 달리, 글로벌 스탠다드를 따라가는 일본에 글로벌 인재들이 몰리는 이유는 자명하다. 물론 글로벌 투자·운용사뿐 아니라 창업가들이 일본에 몰리는 이유는 안정적인 내부 환경과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의 거대 자본시장이 구축돼 있어서라는 이유가 크다. 그러나 현지에서 만난 자본시장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정책의 확실성이 뒷받침되니 그 힘이 상당하다”고 전했다. 국내에서도 정권과 상관 없이 조금은 답답하지만, 중장기적이고 일관적인 정책이 탄생해야 할 시점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