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오전(현지시간) 레바논 동명부대 주둔지에서는 지난 8개월간 임무를 수행한 16진 부대와 앞으로 작전을 수행할 17진 부대의 임무교대식이 있었다. 주둔지가 위치한 지역의 75개 마을을 대표하는 압둘 무흐신 후세이니(Abdul Mohssen Husseini) 티르 연합시장은 이날 동명부대에 ‘티르 명예시민증’을 수여했다. 1978년 레바논 내 분쟁을 막기 위해 유엔 레바논 임무수행단(UNIFIL)이 파견된 이후 외국군이 명예시민증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후세이니 시장은 “한국군은 UNIFIL 부대원이 아니라 모두 내 아들이다. 이제 새로운 아들이 생긴 기분”이라고 말했다.
동명부대는 이슬람 수니파 단체인 헤즈볼라의 근거지이기도 한 이 지역에서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지난 8년 파병기간 동안 펼쳐온 주민친화 활동의 성과다. 동명부대의 친한화(親韓化) 활동은 주민과 화합을 하는 데에서 더 나아가 우리 군의 안정적인 작전수행에 보탬이 되고 있다. 레바논 남부 지역은 이슬람 수니파 무장정파인 헤즈볼라의 근거지이기 때문에 주민과 두터운 신뢰관계가 있어야 원활한 작전 수행도 가능한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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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부대는 UNIFIL 중 의료봉사를 정기적으로 펼치는 유일한 부대다. 우리 의료진은 압바시야, 샤브리하, 부르글리야, 부르즈라할, 디바 등 5개 마을을 순회하며 의료봉사를 진행하고 있다. 매일 한 마을씩 일주일 5회씩 순회 의료봉사를 실시한다. 지난 6월 10일에는 누적 진료 환자 8만명을 돌파했다.
앞서 지난 3일 찾은 지상 2층짜리 자그마한 부르즈라할 시청 한 켠 벽면에 사물놀이패의 공연 모습과 태극기, 레바논 국기를 나란히 그려놓은 벽화가 눈에 띄었다. 오전 9시 의료진이 짐을 풀기도 전 시청 내부에는 주민 30여명이 동명부대의 순회 의료봉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주로 40~50대 여성, 아이를 이끌고 온 젊은 주부와 노인이 많았다. 주민들에게 지급되는 처방약 봉투에는 ‘고혈압약, 하루1번’ 등 복용방법을 알려주는 아랍어 안내 스티커가 붙었다.
간호장교인 조영롱 대위는 “주로 고혈압, 당뇨를 앓는 환자들이 많이 찾는다. 하루 50~60명이 진료를 받는다”며 “우리 의료진의 치료를 받은 환자의 진료차트를 모두 보관하고 있어서 주민들을 기억하고 치료 이력을 찾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브루즈라할 시청에서 차량으로 7분 거리에 위치한 만수라학교에서는 들뜬 얼굴을 한 학생들이 모여 있었다. 동명부대가 설치를 지원한 인조잔디 축구장과 놀이터가 첫 문을 여는 날이기 때문이다. 8~16세 사이의 초등·중학생이 다니는 만수라학교는 학생 90%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다.
동명부대에 따르면 파병 이후 올해 8월까지 도로포장, 오수관로 연결 등 주민숙원 사업 142건, 학교물품지원, 교육환경 개선공사 등 학교지원 사업 114건 등 총 330건(931만 달러)의 인도적 지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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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부대에서 운영한 태권도 교실과 한글 교실로 인연을 맺기 시작해 올해 3월에는 회원 20여명으로 구성된 동명부대 팬클럽이 생겨나기도 했다. 팬클럽의 이름은 ‘동명 서포터즈’다. 현지에서는 ‘KLM(Korea Lebanon MachaAllah)’으로 불린다. 마 샤 알라(Ma cha Allah)는 직역하면 ‘신이 원하는 것’이라는 뜻으로 ‘최고’라는 의미를 띄고 있다. 부대 관계자는 “10~20대 여성들이 회원”이라며 웃었다.
서포터즈는 동명부대 16·17진 임무 교대식을 어김없이 찾았다. 일부 회원은 부대에서 마련한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머리에는 이슬람 여성 의상인 히잡을 머리에 썼다. 서포터즈 회원들은 서열과 의전에 민감한 레바논인의 행사 좌석배치와 안내를 도왔다. 평소에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레바논 지역사회에서 동명부대의 활동을 소개하는 등 현지인 홍보대사의 역할도 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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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벨 아부 카릴(Sharbel Abu Khalil) 레바논군 남부(SLS) 사령관(준장)은 “현재 레바논 남부는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이는 우리 혼자서만 이룰 수 없는 일이었다. 공동작전을 수행해 준 한국군의 도움이 컸다”면서 “하지만 레바논 국민들이 레바논군보다 한국군을 더 사랑하는 것 같아 질투가 날때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