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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도운 정황 등을 추가로 파악하고 이를 통해 이 부회장을 압박하고 있다. 관련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한동훈 부장검사(44·사법연수원 27기)가 수사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번주 중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가 결정될 예정인 가운데 삼성 관계자들에 대해서도 무더기 영장이 청구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부회장 한 달 만에 특검 재소환
특검은 13일 오전 이 부회장을 뇌물공여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재소환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12일 소환 조사를 받은 뒤 한 달여 만에 특검 포토라인에 다시 섰다.
특검은 이번 소환 조사를 끝으로 이 부회장의 뇌물죄 혐의에 쐐기를 박고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계획이다. 특검의 수사 상황은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한 대가로 삼성이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건넸다는 선에서 정체돼 있었지만 최근 급진전을 이뤘다.
특검이 새롭게 주목한 부분은 공정위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지원한 정황이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3개월 뒤인 2015년 10월 공정위는 삼성의 신규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해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1000만주를 처분해야 한다고 결론을 냈지만 이후 500만주만 처분하도록 결정을 바꿨다.
이 과정에서 삼성이 로비를 했고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공정위 등을 압박해 특혜를 제공했다는 게 특검의 판단이다. 실제 공정위의 결정은 삼성이 최씨에게 자금 지원을 한 이후 이뤄졌다. 특검은 지난 3일 공정위를 압수수색한 데 이어 정재찬 공정위원장과 김학현 전 공정위 부위원장을 소환 조사했다. 특검 내 회계분석팀은 압수한 자료 분석을 통해 혐의 입증을 위한 증거를 다수 찾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에 대한 조사는 재계에서 ‘저승사자’로 불리는 한동훈 부장검사가 주도하고 있다. 한 부장검사는 2015년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장을 역임한 공정거래법 관련 기업 수사의 전문가다. 최태원 SK 회장과 정몽구 현대차 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등을 구속한 바 있다.
특히 한 부장검사는 장 회장에 대한 1차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보강 수사를 거쳐 결국 영장을 받아낸 전력 때문에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재청구 결과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밖에 특검은 공정위가 중간금융지주회사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금융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을 도운 의혹 등도 캐물을 예정이다. 모두 삼성의 수혜가 예상되는 사안들이다.
특검 관계자는 “공정위와 금융위 압수수색을 벌인 것 등을 감안하면 특검이 어떤 의혹에 주목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새로 발견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도 핵심 증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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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은 이날 이 부회장 외에도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과 황성수 삼성전자 전무를 피의자 신분으로 함께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뇌물공여 혐의가 적용됐다.
이규철 특검보는 “삼성 뇌물죄 관련 피의자들의 신병처리는 소환 조사 이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이라며 “이번주 중 영장 청구 여부가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특검 내부 움직임은 이미 영장 청구 쪽으로 기운 모습이다. 영장 청구 시점은 오는 15~17일이 유력하다. 특검이 피의자로 적시한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을 비롯해 최지성 미래전략실 부회장, 장충기 미래전략실 사장, 박 사장, 황 전무 등 5명이다.
특검은 이 부회장과 박 사장, 황 전무 등 3명에 대해서는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 중이다. 최 부회장과 장 사장은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한 법조계 인사는 “재계에서 주장하는 경영공백 우려에 대응하기 위해 그룹 경영을 이끌고 있는 최 부회장과 장 사장은 배제하자는 특검 내부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여기에 현재 참고인 신분인 김종중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사장)이 피의자로 전환돼 구속영장이 청구될 수 있다. 김 사장은 공정위에 삼성물산 지분 매각 축소를 직접 요청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럴 경우 최소 4명 이상이 영장 청구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은 특검이 제기하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관련된 순환출자 해소 과정에서 어떠한 특혜도 받은 사실이 없다”며 “중간금융지주회사의 경우도 지난해 금융위에 입법 가능성을 질의한 적은 있지만 금융위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 철회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