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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깜빡이' 처음 켠 韓銀…금융시장은 '화들짝'(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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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기자I 2017.06.12 19:3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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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개선시 통화정책 완화 정도 조정 필요성"
다섯번 금리 내린 이주열, 첫 긴축 가능성 발언
채권금리 한달 전 수준 상승…주식시장도 하락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별관에서 열린 창립 제67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이데일리 김정남 경계영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깜빡이’를 켰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추후 통화정책의 긴축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처음 하면서다.

저성장 고착화로 인해 줄곧 인하됐던 기준금리가 인상 쪽으로 방향을 틀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시장은 당장 채권금리 상승으로 반응하며 화들짝 놀랐다.

李총재 “통화정책 완화 정도 조정 검토”

이 총재는 12일 서울 남대문로에 위치한 한은 별관에서 열린 창립 제67주년 기념식에서 “경기 회복세가 지속되는 등 경제 상황이 보다 뚜렷하게 개선될 경우 통화정책 완화 정도의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면서 “그 가능성에 대해 면밀하게 검토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기념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경기 회복세가 본격화하고 빨라지면 그렇게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는 그동안 이 총재의 발언 톤에서 더 나아간 것이다. 이 총재는 이날도 전과 마찬가지로 “당분간 통화정책의 완화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는 했지만, 동시에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암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매파(통화긴축 선호)적인 색채가 훨씬 짙어졌다는 얘기다.

최근 우리 경제의 저성장 국면이 굳어지면서 한은은 기준금리 인하로 대응해 왔고, 현재 사상 최저 수준인 연 1.25%까지 내려 왔다. 그러는 동안 한은은 ‘완화적 통화정책’ 메시지를 시장에 꾸준히 내비쳤다. 추가적인 인하까지는 아니더라도, 중립금리보다 낮은 1% 초반대 기준금리로 경기 회복세를 뒷받침하겠다는 의미였다. 이날 이 총재의 언급은 추가 인상 쪽으로 보폭을 더 옮겨놓는, 그러니까 기조적인 흐름의 변화 가능성을 암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윤면식 한은 부총재보는 “지난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새로 나서는 커뮤니케이션에서 총재의 메시지가 반걸음 정도 나아가야 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李총재, 임기 중 한 차례는 인상할 듯”

이 총재가 조건으로 내건 경기 회복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은은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오는 7월 수정경제전망 때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상향 조정할 것이라고 했다. ‘입이 무거운’ 한은이 두달이나 앞두고 명시적인 방향을 제시한 건 이례적이다. 그만큼 경기 회복세가 공고하다는 의미다.

특히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1.1%(전기 대비)를 기록했다.

이 총재도 “우리 경제는 소비 회복세가 여전히 완만하지만 수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투자도 호조를 보이면서 성장세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이 총재의 언급이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코 앞에 두고 나왔다는 점도 주목된다.

연준은 오는 13∼14일(현지시간)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0.75∼1.0%에서 1.0∼1.25%로 인상할 것이 확실시된다. 미국의 금리 상단이 우리나라와 같아지는 것이다. 당장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주 미국 FOMC 회의가 있는 만큼 언급 시기를 일부러 정한 것 같다”면서 “미국의 금리 인상 재료를 묻히게 하는 동시에 국내 기준금리의 보폭을 (긴축 쪽으로) 벌려보는 수준의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이 총재가 임기 중 금리를 한번도 올리지 않았다는 점도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임기 중 금리를 인상하지 않은 한은 총재는 과거 한 명도 없었다는 점에서다.

이 총재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금리 못 올린 총재’라는 역사적 평가를 피하려 할 것이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를 시장도 일리있게 받아들이고 있다. 시장 한 인사는 “이 총재가 임기 내에 한번은 꼭 올리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올해 말로 갈수록 인상 신호를 강하게 낸 후 내년 1분기 인상에 들어갈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설득력있게 나도는 이유다.

새 정부의 정책과 보폭을 맞춰가겠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나왔다. 이 총재는 이번주 중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첫 회동이 예정돼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추가 인상이 새 정부의 경기 부양 의지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은이 당장 인상에 나서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시장도 추가 인하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다음 움직임은 인상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발언의 배경은 이해가 되지만, 가계부채 증가세가 여전한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올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코스피지수가 전거래일 대비 2357.87(23.82포인트↓)에 장을 마감한 12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외국인 순매도…채권시장 약세 폭 커져

시장은 이 총재의 발언에 반응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원론적인 수준” “예상 가능한 정도” 등의 관측도 나왔지만, 시장금리는 한 달 전 수준으로 높아졌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서울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6.5bp 상승한 1.697%에 거래를 마쳤다. 채권금리가 상승한 건 채권가격이 하락(채권 약세)한 것을 의미한다. 3년물 금리는 지난달 16일(1.717%) 이후 한 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전거래일과 비교해 4.9bp 오른 2.222%에 마감했다. 초장기물인 20년물과 30년물 금리도 각각 4.5bp, 4.6bp 상승했다.

국채선물시장도 약세 마감했다. 3년 국채선물(KTBF)은 전거래일과 비교해 18틱 내린 109.48에 마감했고, 10년 국채선물(LKTBF)은 55틱 하락한 124.91에 거래를 마쳤다. 틱은 선물계약의 매입과 매도 주문시 내는 호가단위를 뜻한다. 틱이 내리는 건 그만큼 선물가격이 약세라는 의미다.

주식시장은 석달 만에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다. 코스피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00%(23.82포인트) 떨어진 2357.87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하락 폭은 지난 3월3일(-1.14%) 이후 최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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