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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2014년 자유한국당에 대패한 아픔을 씻고 이번 선거에서 크게 이겼다.
1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인천 기초단체장 선거 개표 결과 민주당은 인천 10개 구·군 가운데 9곳에서 승리했다. 강화군은 한국당이 이겼다. 민주당은 2014년 지방선거에서 부평구, 계양구, 남구 등 3곳만 이기고 나머지 7곳을 한국당에 내줬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보수성향이 강한 옹진군, 중구에서도 민주당 깃발을 꽂아 변화의 길을 열었다.
옹진군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것은 조건호(1995~2006년 재직) 군수 이후 12년만이다. 중구에서는 2010년 민주당으로 당선됐다가 공갈 혐의로 2년만에 구청장직을 잃은 김홍복 청장 이후 6년만의 탈환이다.
현직인 이흥수 동구청장, 이재호 연수구청장, 강범석 서구청장 등 한국당 단체장 3명, 이상복(한국당 탈당) 무소속 강화군수가 연임을 위해 출마했지만 모두 낙선했다. 현직은 민주당인 박형우 계양구청장만 승리해 자리를 이어가게 됐다.
불출마한 장석현 남동구청장, 김홍섭 중구청장, 조윤길 옹진군수 등 한국당 단체장 3명과 박우섭(민주당 탈당) 남구청장은 이달 말로 임기가 끝난다. 올 초 사퇴한 민주당 홍미영 전 부평구청장의 자리는 같은 당 차준택 당선인이 이어간다.
다음 달 1일 취임식이 이뤄지면 계양구청장만 제외하고 9곳의 단체장이 모두 바뀌는 셈이다.
◇승리 요인 ‘평화 바람과 인천의 자존심’
이번 결과는 민주당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민주당 인천시당은 애초 이번 선거를 준비하며 기초단체 7곳의 승리를 목표로 했으나 시민의 열망은 이를 훌쩍 뛰어넘었다.
민주당의 승리 요인으로는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정책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한국당의 구태, ‘이부망천’(이혼 하면 부천 가고 망하면 인천 간다)‘ 발언 논란 등이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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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선거운동에서는 민주당 후보들이 경선 탈락 후보와 원팀을 이룬 것과 인천지역 시민단체들과 소통하며 지지층을 결집한 것이 효과가 있었다”며 “앞으로 단체장 공약 이행은 물론이고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 잘 추진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일부 인천시민은 투표 직전에 터진 정태옥(전 자유한국당 대변인) 국회의원의 이부망천 발언이 민주당 후보들의 지지율을 10% 이상 높인 것으로 평가했다.
인천 중구에 거주하는 50대 윤모씨(여)는 “정 의원의 발언이 인천 유권자의 자존심을 건드리고 투표로 분출된 것 같다”며 “정치인들이 당선됐다고 좋아할 것만이 아니라 시민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고 생활 속에서 공감하는 정치를 실천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정의당·바른미래당 ‘대열 정비’
자유한국당 인천시당에서는 선거 결과와 관련해 내부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당 인천시당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 사태부터 지금까지 한국당이 구심을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있다”며 “민심을 헤아리지 못하고 지지부진 했던 것 같다. 보수정당의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위에서부터 혁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선거 평가를 거치며 방향 전환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의당은 기초단체장 석권에 실패했지만 시의원 비례대표 선거에서 9.2%의 지지를 받은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정치활동을 넓혀가기로 했다.
정의당 인천시당 관계자는 “4년 전 인천에서 정의당 지지율은 3.8%였다. 이번에 한 뼘의 성장을 만들어준 인천시민에게 감사하다”며 “역량이 부족한 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인천시의원 비례대표 활동 등을 통해 민주당의 독선을 견제하고 민생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인천시당은 선거 결과를 시민의 채찍질로 받아들이고 제3정치세력의 정체성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