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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 거리 기차값이 22만원? 북중미 월드컵, ‘등골 월드컵’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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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무 기자I 2026.04.23 14:00:30

티켓·숙박·교통 ‘삼중 폭등’에 울상
팬들 “경기장보다 지갑이 먼저 털린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50여일 앞으로 다가온 2026년 북중미 월드컵은 축구팬들 머리 속에 ‘가장 비싼 대회’로 각인될 것이 틀림없다. 급등한 티켓 가격에 이어 교통·숙박비까지 줄줄이 오르면서 현장을 찾으려는 팬들 사이에서 “축구 월드컵이 아니라 등골 월드컵”이라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지나치게 비싼 티켓과 폭등한 교통 수단 가격이 북중미 월드컵을 즐기려는 축구팬들에 큰 고통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미지=AI 생성
가장 직접적인 부담은 입장권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변동 가격제’를 이번 대회에 처음 도입했다. 티켓 가격이 수요에 따라 실시간으로 상승하고 있다. 그 결과 결승전 1등석 가격은 일찌감치 1만 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일부 재판매 시장에서는 같은 좌석이 수억원대에 거래되는 등 사실상 ‘프리미엄 상품’으로 변질됐다.

조별리그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출전팀이나 장소 불문하고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대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과 비교해 최대 5배 이상 상승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제 월드컵은 일반 관중이 아닌 기업고객과 부유층을 위한 행사”라는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도 전혀 무리가 아니다.

티켓 가격 논란은 판매 방식에서도 이어진다. 인기 경기에 너무 비싼 가격이 가격이 책정돼있다보니 개최국 미국 경기의 티켓 판매가 저조할 정도다. 스포츠 전문매체 디애슬레틱은 “미국-파라과이전 티켓은 최고 400만 원 이상”이라며 “워낙 비싼 탓에 하루 수십 장 수준으로 느리게 판매되고 있고, 티켓 수천 장이 여전히 판매 사이트에 남아 있다”고 보도했다.

게다가 공식 재판매 플랫폼을 통해 거래가 이뤄질 경우 수수료도 최대 30%까지 내야 한다. 이같은 ‘이중 부담’도 월드컵을 직관하고자 하는 축구팬들에게는 고통이다.

이번 논란을 더욱 키운 결정적 요인은 교통비다.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뉴저지 메트라이프 스타디움까지 약 30분 거리 이동에 왕복 기차 요금이 150달러, 우리 돈 약 22만원에 책정됐다. 기존 요금의 10배가 넘는 수준이다. 어린이와 노인도 할인 없이 동일 요금을 부담해야 한다. ‘월드컵 특수’를 염두에 둔 가격 인상의 최대 피해자는 정작 이 지역을 출퇴근하는 미국 시민들이다.

물론 모든 지역에서 다 그런건 아니다. 알링턴에서는 무료 셔틀이 제공되고, 캔자스시티는 왕복 셔틀버스 티켓을 15달러(약 2만2000원) 수준, 필라델피아는 기존 요금인 2.9달러(약 4300원)를 유지하기로 하는 등 지역별 격차가 뚜렷하다.

보스턴 등 다른 개최 도시에서도 비슷한 가격 인상이 이어지고 있다. 경기장 주차 요금 역시 최대 30만원을 웃돌고 있다. 이처럼 돈에 눈이 먼 비정상적인 가격 정책이 잇따르자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마이키 셰릴 뉴저지 주지사는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FIFA가 교통 비용을 외면하고 있다”며 “FIFA가 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잉글랜드 축구팬 단체인 ‘풋볼 서포터즈 협회(FSA)’도 “팬들이 노골적으로 ‘바가지’를 쓰고 있다”고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숙박비 역시 급등세다. 주요 개최 도시 호텔은 이미 예약이 빠르게 차고 있다. 일부 숙소는 평소 대비 수십 배 가격을 제시하고 있다. 항공권과 현지 이동 비용까지 더하면, 팬 한 명이 월드컵 기간 여러 경기를 관람하는 데 드는 총비용은 최소 수천만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심지어 개최지에 거주하는 팬들조차 “경기가 눈앞에서 열리지만 가격 때문에 갈 수 없다”고 토로할 정도다.

이 같은 비용 폭등의 배경에는 대회 구조 자체가 있다. 이번 월드컵은 미국·캐나다·멕시코 3개국, 16개 도시에서 분산 개최된다. 이동 거리가 길어 항공이나 장거리 교통 이용이 필수적이다. 여기에 참가국이 48개국으로 늘고 경기 수가 104경기로 확대됐다. 이는 전체 수요가 급증했고, 이는 곧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FIFA는 “전례 없는 수요를 반영한 가격”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FIFA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쏟아진 티켓 구매 요청은 5억 건을 넘었고, 이미 500만장 이상이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그 같은 판매량의 상당수는 ‘재판매’를 염두에 둔 수요라는 지적도 많다. 일부 인기 경기의 경우 티켓 판매 부진과 재판매 시장 할인 거래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처음 책정한 가격 정책이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팬 반발이 커지자 일부에선 이를 무마하기 위해 가격을 조정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캐나다 토론토는 당초 유료로 추진하던 팬페스트 입장권의 80%를 무료로 전환했다. 하지만 이 역시 보여주기식 조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원래 팬페스트는 대부분 무료로 운영이 된다.

이번 북중미 월드컵은 ‘사상 최대 규모’라는 타이틀과 함께 ‘사상 최고 비용’이라는 그림자를 동시에 드리우고 있다. 과거에는 월드컵이 축구를 매개로 전 세계를 하나로 묶었다면 이제는 돈의 장벽을 통해 세계를 가르는 행사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먼저 탈락할 것은 팬들의 지갑”이라는 우스개 소리는 북중미 월드컵의 쓰디쓴 현주소를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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