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 '공시누락 고의적' 결정…업계 "발목잡기" 우려(종합)

강경훈 기자I 2018.07.12 18:11:45

쟁점이던 '고의적 분식회계' 다시 금감원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 행정소송 불사
업계, "연구개발 위축 우려"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에 대해 ‘공시 고의 누락’ 혐의로 임원 해임 권고와 검찰 고발 등을 의결한 데 대해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들은 “시장 혼란을 부추기는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증선위는 12일 임시회의를 열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국 파트너인 바이오젠과 체결한 콜옵션(주식매수권) 약정을 ‘고의’로 공시누락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논란과 관련한 쟁점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분식회계 △삼성바이오에피스 가치평가의 타당성 △공시누락 과실 여부 등 세가지였다. 이 중 공시누락은 가장 밸류가 낮고 판단이 쉬운 이슈였다.

증선위는 가장 쟁점이었던 분식회계에 대해서는 다시 금감원으로 돌려 보냈다. 이렇게 되면 금감원은 다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감리를 해서 조치안을 만들고, 이에 대해 감리위, 증선위에서 다시 논의를 해야 한다. 지난해 4월부터 1년 3개월째 끌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논란이 앞으로 최대 1년 더 연장되는 셈.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시장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증선위 결정에 대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회사 측은 “그동안 금융감독원의 감리와 감리위·증선위 심의 등 모든 절차에 성실히 임하며 회계처리의 적절성이 납득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소명을 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과가 발표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불편한 뜻을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IFRS(국제회계기준)에 따라 모든 회계처리를 적법하게 이행했다”며 “향후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의 이익보호를 위해 이런 회계처리의 적절성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행정소송 등 가능한 법적 구제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장폐지 우려에 대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 증선위 결정은 상장적격성 실질심사(상장폐지)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업계는 셀트리온(068270), 차바이오텍(085660) 등 연구비 회계처리 논란에 삼성바이오로직스 논란까지 겹치면서 제약·바이오업계 전반에 걸쳐 경영과 연구·개발(R&D) 활동이 위축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이번 이슈가 업계 전체에 대한 회계부정 프레임으로 번질 것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제약·바이오업계는 연구·개발비 회계처리와 관련해 신약개발 가능성을 고려, 자산으로 처리했다가 이를 비용으로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럴 경우 흑자기업이 하루아침에 적자회사로 탈바꿈할 수 있다. 상황은 다르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상장 준비 과정에서 복수의 회계법인을 비롯해 금융당국으로부터 자회사 회계기준 적용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들었다. 적법한 절차를 따랐는데 졸지에 분식회계 주범으로 내몰린 것. 업계 관계자는 “규정에 맞다고 판단해서 내린 결정이 갑자기 규정에 맞지 않은 일이 돼 버리면 회계 이슈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기업은 없을 것”이라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사례가 미칠 파장에 대해 내부적으로는 굉장히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업체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정부 부처와 긴밀하게 협조해야 하는 제약·바이오업계가 정부 눈치를 볼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이 정도면 다른 중소 바이오기업은 더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안 그래도 바이오업계에 대한 정뷰 규제가 심한 상황에서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반기업정서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업계 고위관계자는 “이번 논란은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전문’이라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자체에 대한 이슈라기 보다는 ‘삼성’이라는 재벌에 대한 반감 때문에 생긴 것”이라며 “제약·바이오가 미래 성장동력이라고 말하지만 정작 미래로 나아가는 제약바이오업계의 발목을 정부가 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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