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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맡기는 게 손해"…지난달 예금 15조 증발

송주오 기자I 2025.04.03 18:11:45

2월 15.7조 증가했지만 3월에 모두 반납
투자 대기 자금인 요구불예금 25조 급증
투자자 예탁금·CMA 잔액도 증가세 보여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예금이 15조원가량 감소했다. 트럼프발 무역전쟁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금리는 떨어지면서 투자 대기 자금으로 이동한 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5대 은행 정기예금 잔액은 922조 4497억원으로 전달 대비 15조 5507억원 감소했다. 2월 한 달 동안 15조 7006억원 증가했지만 한 달 만에 이를 반납한 것이다. 올해 들어서는 4조 6000억원 가량 줄었다.

예금에서 빠져나간 돈은 투자 대기 자금으로 이동했다. 지난달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650조 1241억원으로, 전달과 비교해 24조 9770억원 증가했다. 5대 은행 요구불예금은 지난 1~2월 연속 감소했지만 지난달 크게 반등했다.

요구불예금은 입출금이 자유로운 예금으로 투자 대기 자금 성격이 강하다. 주로 수시 입출금 통장 형식으로 이용해 금리는 연 0.1%에 불과하다. 이런 탓에 요구불예금은 투자 대기 자금으로 분류된다.

예금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주식시장으로도 흘러가며 증권사 투자자예탁금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58조 474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8월 6일(58조 9617억원) 이후 최고치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가 증권사에 예치해놓은 자금으로 주식시장 진입을 대기하는 자금을 말한다. 또 다른 대기 자금인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도 지난달 31일 기준 87조 2867억원을 기록하며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금 통장도 들썩거리고 있다. KB국민·신한·우리은행의 금 통장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1조 83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금 통장은 은행이 입금액에 해당하는 금을 국제 시세에 맞춰 금 무게로 환산해 적립하는 상품으로, 금값이 오르면 수익률도 올라간다. 금 가격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어서다. 금 현물가격은 지난달 31일 기준 트로이온스당 3160달러까지 치솟았다.

이 같은 현상의 원인 중 하나로 금리 경쟁력 실종이 꼽힌다. 지난달 31일 기준 5대 은행 대표 정기예금의 최고 금리는 연 2.85~2.90%를 기록했다. 연초인 1월 2일(연 3.15~3.22%)과 비교해 최대 0.37%포인트 하락했다. 한국은행이 추가적인 금리 인하를 검토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예금금리가 더 낮아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부 상품은 기준금리(2.75%) 아래로 떨어진 상태다. 신한은행의 쏠편한 정기예금은 우대금리를 적용받지 못하면 연 2.15%에 불과하다. KB국민은행(KB 스타 정기예금)과 하나은행(하나의 정기예금)도 기본금리로 2.40%를 제공해 기준금리를 밑돌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시중금리 하락에 따라 다른 투자처로 자금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금리가 하락이 이어지면서 투자자금이 다른 투자처로 이동하고 있다”며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커진 만큼 당분간 이런 흐름은 계속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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