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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지난 2017년 발생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집단사망 사건’ 당시 주치의였던 조수진 교수를 비롯한 의료진 7명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의료진의 실수가 신생아의 사망으로 이어졌다는 합리적인 입증을 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의료과실을 비전문가가 입증해야 하는 불합리한 상황을 보여주는 판결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안성준)는 21일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 교수 등 의료진 7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감염관리 부실 등 과실은 인정되나 해당 주사제가 영아들의 사망에 직접 작용했다는 인과관계는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앞서 지난 2017년 12월 16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환아 4명이 잇달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검찰은 지난해 4월 이대목동병원의 의료진 7명을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했다. 조 교수 등은 주사제 1인 1병의 원칙을 무시하고 스모프리피드(지질영양제) 1병을 주사기 7개로 나눠 투약하는 과정에서 시트로박터프룬디균에 오염시키고 상온에 최대 8시간 이상을 놔둬 균이 증식되도록 방치해 신생아 4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12월 15일 스모프리피드 준비과정에서 오염을 일으킬 수 있는 주의의무 위반이 있었고, 당시 투여된 주사기 수와 스모프리피드 잔량을 조사한 경과 시트로박터프룬디균이 검출됐다”며 “이는 15일 투여된 스모프리피드가 시트로박터프룬디균에 오염됐을 의심이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준비과정에서 주의의무 위반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주사제 오염이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전문가 법정 진술을 보면 (병이) 잠긴 상태라고 해서 오염이 불가능하다고 볼 수 없고, 1.5m의 수액 라인을 타고 올라와 잔량을 오염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검찰 수거과정에서 오염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해보면 패혈증 감염 시점은 의무기록만으론 확인하기 어렵다”며 “식사량 감소와 액티비티 감소 무호흡 증상은 12월14일 이후에도 확인되기 때문에 피해자들 시트로박터프룬디균 발생 시점이 15일 스모프리피드 투여 이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15일 투여한 스모프리피드가 시트로박터프룬디균에 오염된 사실이 합리적 의심없이 입증되기 어렵고 증거도 없다”며 “시트로박터프룬디균 오염 사실이 합리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이상 과실 등으로 스모프리피드가 시트로박터프룬디균에 오염됐고 그로 인해 균에 의한 패혈증이 발생해 사망에 이르렀다는 공소사실의 인과관계 입증이 어렵다”고 밝히며 무죄를 선고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법원의 판결로 인해 향후 의료소송을 진행하는 환자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 대표는 “신생아 4명이 두세시간 만에 사망한 명백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의료진들이 무죄를 선고받은 것은 우리나라 의료소송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 판결”이라며 “의료 과실과 그로 인한 결과가 있음에도 인과관계를 입증하지 못하면 결국 환자는 보상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이어 “의료과실을 환자나 검사 등 비전문가가 입증해야 하는 문제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며 “이 사건 이후 의료계는 고의가 아닌 경우 의료진에 대한 형사처벌을 면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우리는 의료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피해자들이 낙담할까 우려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