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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진행된 노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무대 맨 앞에 앉았고 좌우엔 각각 김정숙·권양숙 여사가 자리했다.
권 여사는 이해찬 노무현재단 이사장·정세균 국회의장 등의 인사말씀, 가수 한동준씨의 추모공연, 도종환 의원의 추모시 ‘운명’ 낭송 등 추도식이 진행되는 내내 눈물을 흘렸다. 수시로 안경 안으로 흐리는 눈물을 손수건으로 닦았다.
문 대통령은 이런 권 여사를 계속 위로했다. 흐느끼는 권 여사를 옆에서 가만히 바라보며 감정상태를 살폈다. 권 여사가 심하게 운다 싶을 땐 말을 건네며 다독였다. 대형TV 화면 속에서 “여러분들 닥 제가 하고 싶은 얘기 한마디만 하겠습니다. 야 기분좋다!”며 웃는 노 전 대통령을 보며 한 차례 눈물을 훔치지도 했지만 문 대통령은 이날 큰 감정변화를 보이진 않았다. 시종일관 입술을 꾹 다문 채 무표정으로 무대를 응시했고 때때로 눈을 감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의 아들인 노건호씨의 등장으로 엄숙한 추도식 분위기는 순식간에 뒤바뀌기도 했다.
민머리에 검은색 정장차림을 한 노씨는 연단에 서서 “아 공식적인 행사지만 개인적인 해명의 시간을 가져야 할 듯하다”며 “정치적 의사표시나 종교적 의도가 아니다. 최근 심하게 탈모 현상이 일어나 본의 아니게 속살을 보여 드리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일을 겪으며 전국의 탈모인 여러분에게 동병상련을 느꼈다”며 “저는 다시 나고 있다.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좌중은 웃음을 터뜨렸고 문 대통령도 친구의 아들을 보며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문 대통령은 이날 가장 친한 친구의 죽음을 슬퍼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앞으로’를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뿐 아니라 김대중, 노무현 정부까지 지난 20년 전체를 성찰하며 성공의 길로 나아갈 것이다”고 약속했다. “참여정부를 뛰어넘어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 나라다운 나라로 확장해야 한다”고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님. 당신이 그립다”면서도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일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 대목에서 문 대통령의 눈은 급격히 충혈됐다.
한편 노무현재단 측은 이번 추도식에 사상 최대 인파가 몰렸다고 설명했다. 재단의 한 관계자는 “과거엔 많이 오면 6000명 정도였는데 이번엔 3배 가까운 1만 5000여명이 참석했다”며 “연인원으로 치면 이날 오후 4시 기준 5만명이 봉하를 찾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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