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소각 '의무화' 시대 온다...지난해 소각 규모 증자 3.6조 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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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은 기자I 2026.02.23 16:53:57

3차 상법 개정 통과 임박 '자사주 디플레이션' 뚜렷
소각 규모 증자보다 많아…2년 연속 증시 공급액 마이너스
올 두달새 연간 21% 달성, 금융·지주사 '대기 수요' 주목
금융·증권주 중심 자사주 소각 활발해 질 듯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자기주식(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3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 통과를 목전에 두면서 국내 증시의 수급 구조가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소각이 매입을 압도하는 ‘자사주 디플레이션’ 현상이 뚜렷해지는 가운데, 자사주 비중이 높은 금융주와 지주사를 중심으로 주주환원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자사주 소각 2배 ↑...약 두달만에 작년 21% 도달

23일 정치권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3차 상법 개정안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데 이어, 24일 본회의 의결이 유력하다.

핵심 내용은 기업이 신규로 취득하는 자사주를 취득일로부터 1년 이내에 의무 소각하도록 한 것이다. 다만 보유 중이라면 기한이 6개월 더 늘어나고 외국인 지분제한이 걸린 기업은 최대 3년까지 소각을 미룰 수 있다.

법개정을 앞두고 상장사들의 자발적 자사주 소각 공시는 잇따르고 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동안 소각된 자기주식은 4억1500만주로, 1년 전 1억9700만주 대비 110.66% 급증했다.

그 결과 지난해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발행 등 증시 공급 금액을 자사주 소각 금액이 3조5600억원 초과하며, 2024년(1조5300억원)에 이어 2년 연속 순공급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는 앞서 6년 연속 누적 62조원 규모로 증시 공급액이 증가한 것과 대비된다.

자사주 매입 금액이 2024년 18조8000억원에서 2025년 20조1000억원으로 소폭 늘어나고, 소각 금액은 같은 기간 13조9000억원에서 21조4000억원으로 54% 넘게 뛰면서다.

이 같은 흐름은 올해 들어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이달 20일 기준 올해에만 82건(1억1900만주)의 자사주 소각 공시가 접수됐는데, 이는 2025년 연간 소각 주식건수(378건, 5억6100만주)의 약 21%에 달하는 수치다. 2월이 아직 채 끝나지 않은 시점임을 감안하면 소각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진 셈이다.

이 같은 소각 확대 기조는 상장사 전체 자기주식 수의 실물 감소로도 확인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 종목 자기주식 수는 2024년 초 27억3797만주에서 2025년 초 28억6692만주로 4.71% 증가했으나, 2026년 초 28억4928만주로 -0.62% 감소했다. 이에 따라 2026년 들어 상장사 총 발행주식수 대비 자사주 비중도 전년 2.56%에서 2.53%로 0.03%포인트 감소 전환했다.

자사주 10% 넘는 곳들 보니...지주ㆍ금융사ㆍ전통제조업 ‘쏠림’

3차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 같은 흐름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특히 자사주 비중이 높은 금융주와 지주사들이 소각 확대의 주요 주체로 부상할 것으로 증권가에서는 보고 있다.

이날 현재 자사주 비중이 10%를 넘는 상장사를 분석한 결과(자사주 보유 기준은 지난해 3분기말), 지주회사와 금융사, 전통 제조업 기반 기업에 집중되는 경향이 뚜렷하다.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는 기업은 인포바인(115310)(54.2%)으로, 발행주식의 절반 이상을 자사주로 보유하고 있다. 이어 신영증권(001720)(51.2%), 일성아이에스(003120)(48.8%), 조광피혁(004700)(46.6%), 텔코웨어(078000)(44.1%), 부국증권(001270)(42.7%) 등이 40~50%대에 분포한다.

지주사 그룹에서도 자사주 비중이 높게 나타난다. 롯데지주(004990)(27.5%), SK(034730)(24.8%), 하림지주(003380)(13.2%), LS(006260)(12.5%) 등이 대표적이다. 지주사의 경우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소각·교환·합병 등 다양한 전략적 선택지를 제공해왔다. 3차 개정안은 이러한 활용 방식을 사실상 봉쇄하는 만큼, 기존 보유 자사주를 어떻게 처리할지가 향후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증권·보험업에서도 높은 자사주 비중이 확인된다. 미래에셋생명(085620)(26.3%), 미래에셋증권(006800)(23.3%), DB손해보험(005830)(15.5%), 한화생명(088350)(13.5%), 삼성화재(000810)(13.4%), 삼성생명(032830)(10.2%) 등이 포함된다. 금융사의 자사주 매입은 주당순이익(EPS) 개선, 주주환원 강화, 주가 안정 등 복합적 목적이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전통 제조업 기반 기업에서도 자사주 비중이 높다. 제일연마(001560)(32.2%), 대한방직(001070)(31.8%), 대웅(003090)(29.7%), 한샘(009240)(29.5%), SNT다이내믹스(003570)(28.9%)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기업은 오너 중심 지배구조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아, 자사주 보유가 경영권 안정 장치로 기능해왔다는 점에서 법 개정 이후 행방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3차 상법 개정안 통과는 시장 기대심리의 정점 통과 시점이 될 수 있다”면서도 “정책 기대가 현실화되는 과정에서 금융주를 중심으로 자사주 소각 공시가 잇따를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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