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계에서는 요즘 기이한 수준의 메모리 가격 폭등을 두고 이런 말이 나온다. 그동안 메모리 업황은 PC, 스마트폰과 맞물려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며 ‘올림픽 주기’로 불려 왔다.
그런데 지금은 인공지능(AI) 인프라 특수로 구조적인 메모리 수요가 강해졌다. AI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연산 능력을 필요로 하는데, 그 연산 능력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데이터를 빠르게 공급하고 저장할 수 있는 메모리가 필요하다. AI 시대 들어 핵심 연산을 담당하는 그래픽저장장치(GPU) 외에 고대역폭메모리(HBM), 서버 D램, eSSD, 고용량 메모리 모듈 등 각종 메모리 제품들을 사고자 굴지의 빅테크들이 혈안인 것은 이같은 이유에서다. 그 과정에서 과거에는 쉽게 상상할 수 없던 3~5년 장기공급계약(LTA)까지 확산했다. 말 그대로 ‘슈퍼 을(乙)’로 급부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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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구글, 애플, 아마존, 오라클, 퀄컴, 델, HP, IBM 등 글로벌 빅테크들은 데이터센터, 스마트폰, PC, 서버, AI 가속기 등 핵심 사업 영역에서 메모리 의존도가 크다.
이 때문에 업계와 학계에서는 한국의 높은 메모리 영향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반도체 협업을 주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교수는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행사에서 “한국은 메모리 제조 분야에서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고, 일본은 패키징·소부장 생태계에서 강점이 있다. 미국은 다양한 설계 기술과 AI 특화 모델, 메모리 관리 알고리즘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며 한미일 3국이 AI 칩 협업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 파업에 대한 우려도 한국산(産) 메모리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사례다.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타격을 입힐 수 있을 정도로 영향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미 일부 글로벌 기업들은 삼성전자에 메모리 공급 차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납기 지연이 현실화하면 위약 청구 등 법적 분쟁으로 번질 수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