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수범 허위 진술에 확증편향"…`백해룡 주장 마약게이트` 실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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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재 기자I 2026.02.26 11:00:04

세관 직원 마약 밀수 연루 의혹 수사결과 발표
檢 “말레이시아 마약범이 허위진술” 최종 결론
尹정부 대통령실, 당시 경찰 지휘부 외압 의혹 “무혐의”
한동훈·이원석 불송치…김건희 일가 마약 밀수범죄도 단서 無
檢 "백 경정 불리한 수사자료 임의 누락…경찰청에 징계 통보"

[이데일리 김현재 기자] 백해룡 경정이 제기한 ‘세관 직원 마약 밀수 연루 의혹’ 등을 약 8개월 간 수사하던 서울동부지검 검경 합동수사단(합수단)이 26일 종합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합수단은 백 경정이 제기한 의혹이 “마약 밀수범의 허위 진술에 의존한 수사로 야기된 실체 없는 의혹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2년 넘게 정국을 뒤흔들었던 백 경정의 주장은 사실무근인 것으로 결론 내려졌다.

백해룡 경정이 지난달 14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검찰청 앞에서 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 합동수사단 파견 종료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있다.(사진=뉴시스)


합수단은 이날 발표한 종합 수사 결과에서 백해룡 경정팀이 입건한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과 이원석 전 검찰총장, 세관 직원 11명 등 14명에 대해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또 특가법위반(특수직무유기) 등 혐의로 백 경정이 입건한 인천지검·서울중앙지검 검사 4명을 공수처법 제25조에 따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이첩했다고 했다. 합수단은 지난해 12월 외압 당사자로 지목된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 등 경찰 지휘부 6명과 전 인천공항세관장 등 2명도 무혐의 처분했다.

‘세관 직원 마약 밀수 연루 의혹’은 2023년 백 경정이 서울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으로 재직하던 시기 마약 밀수 사건을 수사하던 중 시작됐다. 당시 영등포서 수사팀은 말레이시아인 마약 운반책 3명으로부터 ‘인천공항 세관 공무원들이 마약 밀수 과정에서 도와줬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백 경정은 세관 공무원들의 밀수 연루 의혹 등으로 수사를 확대하다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과 당시 경찰 지휘부 등의 전방위적 외압을 받아 서울 강서경찰서 화곡지구대장으로 좌천됐다고 밝힌 바 있다. 또 검찰이 관련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했다고도 주장했다.

이재명 대통령 당선 이후 대검찰청은 백 경정이 제기한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검찰과 경찰·국세청·금융정보분석원(FIU) 등 20여 명이 참여하는 합동수사팀을 꾸렸다. 이후 합수팀의 지휘권은 서울동부지검으로 넘어갔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백 경정의 합수단 파견을 지시했고, 별도의 팀이 꾸려져 합동수사단으로 조직이 격상됐다.

허위 진술에 속아 수사 착수한 경찰…진술 유도 정황도

백 경정은 그간 ‘세관 직원의 도움 없이는 필로폰 121.5kg을 밀수할 수 없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합수단의 수사 결과는 달랐다. 2023년 당시 공항 이용객들의 마약 소지 여부를 검사하는 장비가 부족했고, 신체 검색에 대한 명확한 법률적 근거가 없어 신체에 마약을 은닉해 입국하는 사례를 완벽히 적발하기 어려운 현실적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밀수범이 2023년 9월 실시된 인천국제공항 실황조사 과정에서 공범에게 허위 진술을 종용하고 있다.(사진= 서울동부지검 합수단 제공)
합수단 수사 결과 말레이시아 국적 밀수범 A씨가 경찰에 허위 진술을 하고 경찰이 이를 일부 유도한 정황이 밝혀졌다. 백 경정이 수사 서류에 당시 촬영된 영상을 첨부하지 않고, 범죄 사실에 부합하는 취지의 진술 혹은 사실과 다른 내용을 기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2023년 9월 경찰이 인천국제공항 1층 검사·검역대 구역에서 실시한 범행 현장 실황 조사 영상을 보면 A씨가 “농림축산검역본부 동식물 검역대를 통과했다”고 말하자, 경찰 관계자가 “여기는 의미가 없고, 갈 수가 없다”며 제지했다. A씨는 곧바로 세관 직원이 있는 4, 5번 검색대를 지목했다. 특히 A씨가 공범에게 말레이시아어로 “그냥 연기해” “솔직하게 말하지 마”라고 지시하는 장면도 영상에 담겼다. 당시 경찰은 중국어 통역만 대동해 이들의 ‘작당 모의’ 정황을 파악하지 못했다. 합수단 조사과정에서 밀수범들은 “세관 직원의 도움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실토했다.

합수단은 밀수 의혹을 받는 세관 직원들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없다고 봤다. 연루자로 지목된 직원 B씨는 당일 연가였으며 스마트워치 분석 결과 범행 시간에 수면 중이었다. 백 경정은 세관 직원 C씨를 무단 조퇴하는 방법으로 마약 밀수 범행을 방조했다며 입건했으나, C씨는 당일 정상적으로 상급자의 결재를 받아 조퇴한 것으로 밝혀졌다. 휴대전화를 초기화 해 직위해제된 세관 직원 D씨도 개인적 사생활이 담긴 자료를 삭제한 것이고, 밀수범들에게 도움을 준 사실이 없어 무혐의 처분됐다.

‘尹정부 대통령실, 경찰·관세청 지휘부 외압 의혹’ 사실 무근

백 경정은 윤석열 대통령실 지시로 보도자료에서 ‘세관 연루 의혹’ 부분이 삭제되고 브리핑도 연기됐다며 ‘외압’ 의혹을 제기해 왔다. 그러나 합수단은 “수사 외압 자체가 없었다”고 밝혔다.

실제 당시 영등포경찰서 내 마약 밀수 수사팀 인력은 증원됐고, 별다른 제약 없이 수사 업무를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경찰 지휘부가 백 경정에게 브리핑 연기와 보도자료 수정을 요구한 것은 “수사 보안을 유지하고 경찰 공보 규칙을 준수하기 위한 적법한 지시였다”고 합수단은 밝혔다.

합수단이 당시 경찰·관세청 지휘부의 주거지와 근무지 등 30개소를 압수수색하고 이들의 휴대전화 46대를 포렌식해 분석한 결과, 대통령실 관련자와 연락한 내역 자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이 이 사건을 대통령실에 최초 보고한 시점은 10월 10일로, 백 경정의 주장과 맞지 않았다.

또 김건희씨 일가의 마약 밀수범죄 관여 여부에 관한 단서도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 백 경정팀이 생성한 5000쪽 분량의 수사 기록에도 관련 자료는 없었다.

한동훈· 이원석 등 ‘검찰 지휘부 마약수사 은폐 의혹’도 불송치

백 경정은 그간 2023년 10월 검찰 지휘부가 서울남부지검 6부를 해체하는 수준의 인사를 단행해 영장 신청 등 수사가 진행되지 못 했다고 주장해왔다. 합수단 합류 이후 백 경정은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과 이원석 전 검찰총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입건했다.

그러나 합수단 수사 결과 서울남부지검 조직개편은 2023년 9월 이뤄졌으며, 백 경정이 주장한 같은 해 10월에는 조직 개편이나 검찰 인사가 이뤄진 사실 자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영등포서가 신청한 영장 24건 중 22건이 보완을 거쳐 청구됐다고 합수단은 밝혔다.

합수단은 공수처법 제25조에 따라 백 경정이 특가법 위반(특수직무유기) 등으로 입건한 인천지검·서울중앙지검 검사 4명에 대한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했다고 밝혔다. 해당 사건은 합수단에 수사권한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백 경정은 이 사건을 이첩하지 않고 직접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으나 합수단은 범죄사실을 뒷받침 할 수 있는 소명자료가 전혀 없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이 3명의 밀수범을 구속기소했고, 공범 9명을 특정해 ‘입국 시 통보요청’ 등 조치를 취해 직무 유기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백 경정은 이와 관련한 증거 등 소명 자료를 첨부하지 못 했다.

檢, “백 경정 확증편향에 빠져 무리한 수사원칙 위반”

합수단은 백 경정이 수사 중 사건 기록을 고의로 누락하는 등 수사 원칙을 위반한 것과 수사기록을 무단으로 반출한 행위에 대해 경찰청에 징계 등 혐의사실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번 수사에 대해 합수단은 “약 8개월간 치밀하게 수사해 국제 마약 밀수 범죄단체의 실체를 밝혀내고, 이와 관련하여 제기된 각종 의혹들이 근거 자료가 없는 추측성 주장들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백 경정이 확증편향에 빠져 수사원칙을 위반해 마약 밀수범들의 허위 진술에 의존한 무리한 수사를 진행하고, 무분별한 의혹 제기로 사회적 혼란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백 경정의) 의혹 제기가 장기간 사회적 불신과 혼란으로 이어진 것은 검찰을 비롯한 국가기관이 시민들로부터 신뢰받지 못해서임을 겸허히 인정한다”면서 “수사원칙의 엄정한 준수 등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한편 합수단은 지난해 12월 9일, 범죄단체활동 및 특가법위반(향정)죄 등으로 구속기소한 말레이시아 마약 밀수 범죄단체 조직원 6명과 국내 유통책 2명에 대해 “철저한 공소유지로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했다. 또 “말레이시아 도피 중인 공범들에 대해서도 인터폴 수배 등을 통해 신병을 조속히 확보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동부지검 합수단이 26일 밝힌 사건 및 관련 의혹에 대한 개요. 백 경정이 주장한 의혹 대부분은 사실무근인 것으로 드러났다.(사진=서울동부지검 합수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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