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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진학교는 2020년 3월에 문을 연 공립 지적장애 특수학교다. 유치원과 초·중·고·전공과정까지, 총 34개 학급에서 학생 196명을 가르치는 이 공간은 학생 교육뿐 아니라 지역의 장애인식 변화에도 기여하고 있었다.
지난 3일 서진학교 인근에서 만난 시민들은 학교 덕분에 장애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개교 당시부터 강서구에 거주한 김은아(39)씨는 “아침마다 등교하는 모습을 보면서 장애를 가진 친구들이 정말 많다는 걸 알게 됐다”며 “멀리서 오는 친구들도 많으니까 학교가 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와 같은 동네에 사는 윤모씨는 “사람들이 혐오시설이라고 반대했는데 지역 이기주의가 좀 사라져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윤씨는 “편견을 없애려면 주민과 만날 수 있는 시설을 더 늘려야 한다”며 “각 구마다 이런 학교를 둬야 할 것 같다”고 목소리를 냈다.
윤씨의 기억처럼 서진학교는 설립 초기에 강한 반대에 부딪혔다. 서진학교는 2016년 설립에 필요한 행정절차를 마쳤지만, 반복된 반대 민원이 탓에 완공이 수차례 연기됐다. 2017년 9월 특수학교 설립을 위해 열린 토론회에서 일부 주민들은 학교 부지에 한방병원을 짓겠다는 지역구 국회의원의 공약을 지지하면서 ‘우리 지역에 기피시설이 다 모여있다’, ‘(특수학교를) 당신 집 앞에 세워보라’고 항의했다. 이에 장애인 학부모들이 무릎을 꿇고 학교 설립을 호소하기도 했다.
당시 상황을 지켜본 서진학교 학부모 한유정(55)씨는 “학교에서 행정적으로 결정할 사안이 있을 때 주민의견을 듣기도 하는데 처음에 학교를 반대한 주민이 ‘아이들이 밝고 학교도 시끄럽지 않아서 반성한다’고 말했다”며 “장애학생들을 잘 모르니까 반대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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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학교의 학생들과 달리 중랑구에 사는 장애학생들은 올해도 새벽 등굣길에 나서야 한다. 2025년 하반기 개교를 목표로 추진되던 특수학교(동진학교) 설립이 계속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랑구가 포함된 동부교육지원청은 서울지역 11개 교육지원청 중 유일하게 특수학교가 없다. 이로 인해 이곳의 특수교육 대상자들은 다른 자치구의 특수학교로 최대 3시간 30분씩 왕복 통학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2012년 12월부터 2019년까지 동진학교의 후보지를 검토했지만 주민 반대 때문에 부지가 계속 변경되면서 동진학교의 개교는 2027년 9월까지 연기됐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특수학교는 어디에든 세워야 하지만 내 집 앞은 안된다는 민원이 많았다”며 “학교 부지로 적합한 공간을 찾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이어 “동진학교는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서 확정된 부지를 강제수용하는 작업이 끝나야 공사를 시작할 수 있다”며 “올해 5~6월에는 착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6월 교육부가 공개한 특수교육 통계에 따르면 국내 특수교육 대상자는 2019년 9만 2958명에서 지난해 11만 5610명으로 5년간 19.5%(2만 2652명)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동안 전체 학생 수가 613만 7000명에서 568만 5000명으로 줄어든 것과 상반된 흐름이다. 그럼에도 특수학급 학생 수는 2019년 5만 812명에서 지난해 6만 5966명으로 단 2.2%(1만 5154명)만 증가했다.
이를 두고 중랑구에 사는 유인숙(59)씨는 “우리 아이는 일반학교에서 도저히 교육을 받을 수 없어서 특수학교로 가야 했는데 지역에 특수학교가 없어서 광진구로 첫차를 태워 보내야 했다”며 “아들은 졸업했지만 자녀가 있는 가정을 위해서라도 구청과 교육청이 연대해서 지금 있는 계획대로라도 학교 지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한진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특수학교가 들어오려고 할 때마다 ‘땅값이 떨어진다’, ‘교육수준이 떨어진다’는 반대가 있는데 모두 근거가 없는 주장이다”며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주민 의견을 중재하고 계도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이런 활동이 부족해서 안타깝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