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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하나·대구銀 '키코 배상' 결정 또 연기..벌써 5번째(종합)

김범준 기자I 2020.05.06 18:35:21

6일 입장 회신 기한 당일 재연장 요청
'이사회 검토 필요, 코로나19 대응" 이유
강제성 없는 조정..사실상 거부의사 해석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은행들이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불완전 판매에 대한 분쟁조정안 수용 여부 입장을 또 한차례 미루고 나섰다. 지난해 12월 금융감독원이 키코 피해 업체 배상을 권고한 이래 5번째 연기 요청이다.

6일 금융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키코 분쟁조정안 수용 여부에 대한 입장 회신 기한을 다음달 8일까지 연장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이날 금감원에 보냈다. 하나은행도 재연장을 요청했다. 두 은행 모두 연기 사유로 최근 이사회 구성원 변경에 따라 검토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점을 들었다.

DGB대구은행 역시 이날 연장 결정을 내리면서 “코로나19 장기화로 악화된 지역경제 지원에 은행 역량이 집중됨에 따라 본 건에 대한 논의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이유를 밝혔다.

금감원은 이날 세 은행들의 연장 요청을 받아들여 회신 시한을 한 달 더 연장하기로 했다. 지난달 6일 네 번째 연장에 이은 다섯 번째 연장 결정이다.

키코 사태에 휘말린 6개 은행 중 현재까지 금감원 분쟁조정안에 입장을 밝히지 않은 은행은 신한·하나·대구은행 3곳이다.

일각에서는 이들 은행이 이미 내부적으로 불수용으로 결론 냈지만 코로나19 사태 등을 핑계로 일단 ‘시간 끌기’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실상 금감원의 권고를 거부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감독당국도 분쟁조정안은 내놨지만 달리 뾰족한 방법이 없는 만큼 개별 은행들의 입장을 존중한다는 방침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조정이란게 강제성이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여기서(금감원이) 종결시키는 것은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성웅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지난해 12월13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의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불완전판매 배상 결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앞서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해 12월 12일 키코 상품을 판매한 은행 6곳의 불완전판매에 따른 배상책임이 인정된다며 기업 4곳에 손실액의 15~41%를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변동하면 약정한 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지만 범위를 벗어나면 큰 손실을 보는 파생상품이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 환율이 급변동해 수출 중소기업들이 대거 피해를 본 지 약 11년 만, 금감원이 키코 재수사에 착수한 이후 1년5개월 만이다.

이번 결정에 따른 은행별 배상액은 신한은행이 150억원으로 가장 많다. 이어 우리은행 42억원, KDB산업은행 28억원, 하나은행 18억원, 대구은행 11억원, 씨티은행 6억원 순이다.

다만 이번 분쟁조정안은 ‘권고안’에 그치다 보니 이러한 배상액 결정을 개별 은행들이 거부한다고 해도 강제하지는 못한다. 민사상 손해배상소송 시효도 이미 지났기 때문에 다른 실효적 구제 방법 없이 금감원의 ‘키코 사태 배상결정’이라는 ‘선언적 의미’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6개 은행 중 우리은행만 유일하게 제일 먼저 분쟁 조정을 수용하고 이미 배상금 지급까지 마쳤다. 산업은행과 씨티은행은 불수용하기로 결정했다. 단, 씨티은행은 추가 배상 대상 기업 39곳에 대해서 자체적으로 검토한 후 적정한 보상을 고려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안팎에선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한 나머지 3개 은행들도 그 동안 다툼의 여지를 보여왔던 만큼 한 달 후에도 이들이 배상안을 전향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은 적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수용할 경우 최고 150억원 규모의 배상금액 뿐 아니라 배임 시비에 말릴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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