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가 된 작품은 지난해 ‘문학과 사회’ 여름호에 실린 ‘그런 생활’이다. 김 작가는 이 작품으로 올해 초 문학동네의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지난 5월 창비에서 나온 소설집 ‘시절과 기분’에도 이 작품을 포함시켰다.
지난 10일 트위터에는 “내가 바로 소설 속 C누나입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그는 “독자들은 소설 속 C씨를 가상 인물이나 소설적 변형된 인물로 생각했겠지만 C는 제 이름의 이니셜”이라며 “김봉곤은 내가 보낸 카카오톡을 한 글자도 바꾸지 않고 그대로 옮겨썼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사실을 발견했을 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과 ‘시절과 기분’이 총 7만부가 배포돼 있었고 김 작가와 나를 동시에 아는 사람 모두가 C누나가 나라는 것을 알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김 작가가 ‘그런 생활’ 발표 전 소설에 등장시켜도 되는지 물은 적이 있다”며 “당연히 어느 정도 가공을 하리라 예상하고 허락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원고를 읽고 성적 수치심과 자기혐오를 불러일으키는 부분을 그대로 쓴 것에 충격을 받고 원고 수정을 약속받았지만 김 작가가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 생활’은 게이인 주인공이 애인과 겪는 갈등을 다룬다. 문제가 된 대목은 주인공이 C누나에게 메신저로 말을 걸며 상담을 하는 부분이다. 둘은 메신저에서 간밤에 일어난 애인과의 일을 이야기하며 적나라한 성적 표현을 사용한다.
그는 “소설에 강제로 출현 당해 김봉곤의 밑에 엎드려 깔린 기분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김봉곤의 글쓰기와 응대는 저를 시시하고 쓸모없는 사람으로 느끼게 했다”고 항의했다.
또 그는 문학동네와 창비 등 출판사도 이 문제를 공문으로 받아 이미 알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문학동네에 젊은작가상 수상 취소도 요청했지만 “심사위원들은 심사결과에 영향이 없다는 데 일치된 의견”이라는 답변을 보내왔다고 주장한다.
김 작가는 C씨의 수정 요청을 사전에 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그는 11일 트위터에 “작품에 싣기 전 사용 동의를 얻었고, 게재 전 원고를 보여줬을 때의 반응이 수정 요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직접적으로 수정 요청을 받은 적은 없었다고 기억했지만 혹여 불쾌했다면 사과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해 즉각 사과하고 수정했다”고 덧붙였다.
논란이 된 후 출판사에 입장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문학동네는 13일 “문제 제기를 5월 6일 전달받고 전자책은 5월 8일, 종이책은 5월 28일 수정본으로 반영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소설집 ‘시절과 기분’을 출간한 출판사 창비는 공식입장을 내지는 않고 있다.
문학동네와 창비는 원고 수정에 대한 C씨의 내용 증명을 받고 문학동네는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의 6쇄부터, 창비는 ‘시절과 기분’의 3쇄부터 수정된 내용을 넣었다. 김 작가는 수정본에서 기존 카카오톡 대화 대신 새로 창작한 대화를 썼다.
한 문학 관계자는 “현실의 사건을 소재로 소설을 쓰는 것에 대한 논란은 지속돼 왔다”며 “완전한 창작은 없다는데 문학계에서도 합의를 하고 있지만 허용 범위에 대해서는 아직 그 경계가 애매하다”고 말했다. 이어 “물질로 존재하는 텍스트를 가져오는 표절에 대해서는 비교적 명확한 정의가 있지만 현실 사건은 불확실한 면이 커 기준을 정하기가 힘들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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