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 중구 을지로4가의 중부시장. 방앗간 골목에 들어서자 상인들이 일본어로 말을 걸어왔다. 깨볶는 냄새 사이로 일본인 관광객들이 북적이고 있었다. 점포의 간판도, 호객행위도 모두 일본어로 이뤄지고 있었다.
일본 관광객들 사이에서 중부시장이 ‘K-기름 성지’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들어 참기름, 들기름을 구매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다.
관광객의 발길이 늘면서 카드결제액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서울특별시 빅데이터 캠퍼스에 따르면 중부시장 방앗간이 위치한 구역의 올해 상반기 기타유통 업종 외국인 일평균 결제액은 25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0.9만원)보다 약 12배 증가했다. 농수산물 업종의 외국인 일평균 결제액도 125.1만원으로 전년(65.7만원)보다 90.4% 늘었다. 기름과 곡류를 함께 취급하는 방앗간의 특성이 반영된 두 업종에서 외국인 소비가 나란히 늘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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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의 시작은 유튜브였다. 지난해 7월, 유튜브 구독자 132만명을 보유한 일본 방송인 사시하라 리노가 라멘에 중부시장 ‘충북제유소’의 참기름을 뿌려 먹으며 “위험할 정도로 맛있다”고 평한 영상이 화제가 됐다. 이후 한국 여행 중 매장을 찾아 참기름을 구매하는 영상을 올리면서 중부시장은 일본 관광객들의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중부시장의 방앗간 골목은 시장에서도 가장 구석 자리에 위치해 있다. 참기름을 취급하는 6개 상회는 대부분 서울 시내 식당에 제품을 납품하는 도매 전문 점포로, 평소에는 배송 차량 정도가 오가는 한적한 골목이었다. 그러나 일본 관광객들이 늘어나면서 골목에도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방앗간들도 일본 손님 맞이에 나섰다. 간판과 상품 설명은 일본어로도 병기했고, 국제 배송을 고려해 새지 않는 꼼꼼한 포장법도 개발했다. 여행 선물용으로 다양한 용량의 제품을 구비하고, 아기자기한 소품을 좋아하는 일본인 손님들의 취향을 겨냥한 곰돌이 모형 케이스도 마련했다. 기름을 직접 맛보고 구입할 수 있도록 시식도 제공한다. 아이스크림에 들기름을 얹은 이색적인 맛보기 상품을 내놓은 곳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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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식문화에서도 참기름을 쓰지만, 마트에서 공장제 완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한국의 방앗간처럼 기름을 만드는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는 곳은 드물다. 깨를 볶고, 기름을 짜는 장면이 일본 관광객들에게는 로컬 문화가 깃든 이색적인 볼거리로 여겨지는 이유다.
최근에는 일본 현지 매체에서도 중부시장을 관광 코스로 추천하고 있다. 여행 전문 매체 ‘루루부’는 “중부시장의 신선한 참기름은 현장에서 병입되는 프리미엄 오일로, 각 매장이 수년간 연구해 개발한 저온 관리 기술 덕분에 참깨의 풍부한 향과 풍미를 느낄 수 있다”고 소개했다. 한 매체는 참기름을 “시장의 생동감, 장인정신, 한국 음식 문화의 본질을 집으로 가져갈 수 있는 기념품”이라고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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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 골목의 낙수효과는 시장의 다른 점포로도 이어지고 있다. 참기름을 구매한 관광객들이 중부시장을 둘러보며 건어물과 김을 구매하는 덕분이다. 건어물을 판매하는 한 상인은 “건어물 가게는 기름집들만큼 손님이 늘어나지는 않았지만, 젊은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시장에 활기가 도니 보기가 좋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