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Z세대 'SNS 차단'에 대규모 반정부 시위…최소 19명 사망

방성훈 기자I 2025.09.09 18:00:08

"경찰, 학생들 향해 무차별 총격" 목격자 증언
부상자도 400명 넘어…결국 SNS 차단 해제
"본질은 부패한 기득권층·정부에 대한 불만"
국제사회 "명백한 국제법 위반"…조사 촉구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네팔에서 Z세대(1990년대 중반~2010년대 초반 출생) 주도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네팔 정부가 소셜미디어(SNS) 플랫폼을 차단한 것이 방아쇠가 됐다.

시위를 계기로 정부의 광범위한 부패 및 열악한 경제 상황에 대한 불만이 한꺼번에 폭발했다. 시위 진압 과정에서 최소 19명이 숨지고 수백명이 다치면서 네팔 정부는 SNS 접속을 다시 허용했다.

(사진=AFP)


9일(현지시간) CNN방송 등에 따르면 네팔 정부는 지난 4일 통신당국에 등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페이스북, 유튜브, 인스타그램, 엑스(X·옛트위터) 등 26개 SNS 플랫폼을 일괄 차단했다. 공식적으론 가짜뉴스, 증오발언 등 온라인 범죄 방지를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제론 정권에 대한 불신·비판이 확산하는 것을 검열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분석이다.

네팔 젊은이들은 SNS 플랫폼 이용이 막히자 거리로 뛰쳐나와 정부의 무능함을 탓하며 “SNS 차단 철회, 부패 청산, 일자리 확대”를 외쳤다. 네팔 국민 3110만명 가운데 90% 가량이 인터넷을 사용하는 만큼, SNS 이용은 일상 생활이나 다름없다.

13~28세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수도 카트만두 국회 주변에 대규모 시위대가 집결했고, 일부는 도심 주요 관공서와 총리 사저까지 행진했다. 네팔 경찰은 강경 진압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최소 19명 이상이 숨졌다. 카트만두에서 최소 17명이 사망했고 동부 도시 이타하리에서도 2명이 목숨을 잃었다. 또한 보안군을 포함해 400명 이상이 부상을 입어 병원에 입원했다.

다수의 외신 보도 및 목격자 증언에 따르면 경찰은 고등학교 또는 대학교 교복을 입고 있는 수천명의 학생들을 향해 실탄, 고무탄, 물대포, 최루가스 등을 무차별 발사했다.

상당수의 사상자가 발생하자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했고, 결국 네팔 정부는 이날 닷새 만에 모든 SNS 플랫폼에 대한 차단 조치를 해제했다. 언론까지 가세해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자 내무장관을 비롯한 주요 장관들이 일괄 사퇴했다.

샤르마 올리 네팔 총리는 대규모 인명 피해가 일어난 데 대해 “깊은 슬픔을 느낀다”며 진상 조사를 지시했다. 그는 또 SNS 사용 환경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보름 안에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이번 시위에 대한 원인을 규명하고 향후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시위는 겉으론 단순히 SNS 플랫폼 차단에 대한 항의처럼 보이지만, 본질적으로는 Z세대의 경제적 박탈감과 부패한 정부에 대한 불만, 미래에 대한 불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네팔은 국내총생산(GDP)의 33%를 해외 송금에 의존하고 있으며, 15~24세 청년 실업률은 20.8%에 달한다. 이는 네팔 국내에서 일자리를 찾기가 그만큼 힘들다는 의미로, 해외로 나가 힘들게 돈을 벌어 본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보내주는 방식으로 상당수가 생활하고 있다는 얘기다. CNN은 GDP 대비 해외 송금 비중은 지난 30년 동안 꾸준히 증가해 왔다고 짚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인 자녀들이 온라인에서 명품·사치품을 과시하며 SNS에서 ‘네포 키즈’(Nepo Kids) 논란이 확산, 기존 기득권층에 대한 분노로 이어졌다. 네포 키즈란 ‘네포티즘’(nepotism, 족벌주의·연줄인사)과 ‘키즈’(kids, 아이들)의 합성어로, 정치인·관료·재벌 등 사회 기득권층의 자녀를 일컫는 말이다.

한 시위 참가자는 “네팔 국민 모두가 부패에 신물이 났다. 모든 청년들이 국외로 나가고 있다. 우리는 청년들을 보호하고 국가 경제를 발전시키고 싶다”고 규탄했다.

유엔, 앰네스티 등 국제기구들은 네팔 경찰이 실탄을 발사해 많은 사망자가 나왔다며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네팔 정부에 투명하고 강도 높은 조사를 촉구했다.

외신들은 “Z세대는 ‘디지털 자유는 개인의 자유’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며 “이를 차단하는 것은 정부가 청년층을 침묵시키려는 시도로 받아들여졌고, 저항 의식도 매우 높을 수밖에 없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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