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대장암 수술에 있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직장암 수술의 경우 항문보존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 특히 분당서울대병원은 대장암 사망률이 세계 최저 수준인 0.00~0.02%이며, 직장암 환자의 95% 이상 항문을 보존하는 등 실적을 올리며 최근 주목 받고 있다. 다만 항문 보존만이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강성범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는 “일부 직장암 환자의 경우 항문을 절제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인데도 무리하게 항문을 보존하는 수술을 해 대변실금으로 기저귀를 차야 하는 등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겪기도 한다”며 “반대로 인공장루를 달고도 등산과 수영, 골프 등 운동까지 무리 없이 해내는 환자도 많기 때문에 어떤 치료법이 가장 환자에게 최선인지 의료진 조언에 귀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국내 발생률 2위 대장암…조기발견하면 생존율 95% 달해
대장암은 암이 생기는 위치에 따라 크게 직장암과 결장암으로 나뉜다. 2015년 기준 전체 암 중 12.5%를 차지할 정도로 발생률이 매우 높은 암이다. 과거에는 흔한 암이 아니었으나 경제 성장으로 인해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발생률이 급증하는 추세다. 다행히도 대장암에 대한 인지도 개선, 치료법 발전과 함께 국가암검진사업이 효과를 보면서 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비율도 늘어나고 생존율도 높아지고 있다.
대장암을 초기(1~2기)에 발견했을 때는 생존율이 95%에 달한다. 하지만 이미 전이를 진행한 말기(4기)에 발견하면 생존율은 20%에 그쳐 무엇보다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그러나 대장암은 상당히 진행되기 전까지는 증상이 없고 변비와 설사, 복통, 피로감 등 다른 질환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 많아 정기적 건강검진이 중요하다.
때문에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만 50세 이상 남녀는 대장암 검진을 위해 매년 분변잠혈검사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 이 검사를 통해 대변에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미세한 피가 발견된다면 보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대장내시경 검사를 실시해야 한다. 윤혁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대장내시경은 대장 전체를 관찰하고 의심되는 병변이 있으면 조직검사까지 할 수 있어 대장암 진단을 위한 가장 효과적이고 정확한 검사”라며 “내시경 검사를 통해 대장암의 씨앗인 용종을 발견하는 경우에는 바로 제거가 가능해 대장암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대장암 수술, 생존율 넘어 삶의 질까지 고려
최근에는 내시경 치료 기술이 발전하면서 림프절 전이가 없는 조기 대장암은 소화기내과에서 내시경 점막하 박리절제술을 통해 수술 없이도 치료할 수 있다. 이 시술은 내시경 전기칼을 이용해 병변 부위만 얇게 포를 뜨듯 절제하는 최신 시술이다. 1기 이상의 대장암은 수술이 원칙이지만 환자가 고령이거나 동반 질환이 있어 합병증 위험이 높은 경우에는 내시경 절제술을 고려해볼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주된 치료법은 수술적 치료이며, 방사선 치료와 항암화학요법도 보조적인 수단으로 이용된다. 최근에는 개복 없이 배꼽에 몇 개의 구멍을 뚫은 후 5~10mm의 복강경 카메라를 이용해 병변을 제거하는 복강경 수술이 개복수술보다 널리 시행된다. 이러한 최소침습수술은 개복수술과 똑같은 부위의 병변을 절제하면서도 수술 후 통증이 적고, 장운동 회복시간이 빨라 수술 후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다만 대장암 종류 중 하나인 직장암의 경우 직장이 위치한 골반의 위치가 좁은 관계로 복강경 수술의 효과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분당서울대병원 의료진이 직장암 복강경 수술이 안전하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입증한 이후 직장암 복강경 수술도 널리 시행되고 있다.
수술 후에는 규칙적으로 CT와 혈액검사, 내시경 검사를 통해 재발 여부를 최소 5년간 살펴야 하며, 일부 고위험 환자의 경우 재발 방지를 위해 항암 및 방사선 치료가 필요하다. 강성범 교수는 “재발을 걱정하기 보다는 정기적인 관찰과 검사를 통해 상태를 확인하면서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지내는 것이 좋다”며 “앞으로 대장암 수술은 생존율 향상뿐 아니라 수술 이후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위험군은 선별검사로 미리 검진
대장암을 일으키는 위험요인은 크게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으로 나뉜다. 전체 대장암의 10~15%가 유전성으로 발생하는데, 친척 중에 젊은 나이에 대장암을 발견한 경우가 있거나 대장암 환자가 3명 이상 있는 경우 일반인보다 일찍 대장암 선별검사를 시행하고 의사와 상담해야 한다. 이밖에 크론병이나 궤양성 대장염 같은 염증성 장질환을 진단받은 경우에도 대장암 발병 위험도가 높아지므로 일반인보다 자주 대장암 선별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윤혁 교수는 “염증성 장질환 환자는 장 내 염증 자체로 인해 분변잠혈검사가 양성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장암 선별검사로 주기적인 대장내시경 검사가 더 적합하다”고 조언했다.
환경적 요인으로는 생활습관 중 식이가 큰 영향을 미친다. 붉은 육류와 육가공품 식품, 동물성 지방을 과다하게 섭취하거나, 섬유질을 적게 섭취하는 경우 대장암 위험도가 올라간다. 따라서 평소 섬유소가 풍부한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먹고 다채로운 식단으로 균형 잡힌 식사를 해야 한다. 이밖에 비만이 되지 않도록 꾸준한 운동으로 체중을 관리하고 금연하며 지나친 음주는 삼가는 것이 좋다.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40~50대라면 대장암 검진을 주기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