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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28일 발간한 ‘BOK 이슈노트: 탄소중립 이행경로의 경제적 영향’에 따르면 탄소 배출을 천천히 줄일 경우 2050년 국내총생산(GDP)은 추세대로 성장했을 때보다 10.2% 감소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빠르게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경로를 선택했을 때는 2050년 GDP가 8.2%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GDP 규모는 2025~2050년 연 평균 성장률을 1%로 가정했을 때를 기준으로 했다.
연구진은 정부가 정한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범위(2018년 대비 53~61%)의 하한과 상한에 맞춰 두 경로를 설정했다. 선형감축은 2035년 53%를 거쳐 일정한 속도로 줄이는 경로이고, 조기감축은 2035년 61%에 맞춰 2030년부터 감축 속도를 앞당기는 경로다. 두 경로 모두 2030년에는 같은 목표(2018년 대비 40%)를 지나 2050년 배출량 ‘0’에 도달한다.
어느 쪽을 선택해도 2030년 GDP는 기존 추세보다 1.7% 작다. 이후 조기감축 경로에서는 GDP 감소폭이 △2035년 2.5% △2040년 3.5% △2045년 6.1% △2050년 8.2%로, 선형감축 경로에서는 △2035년 2.1% △2040년 2.7% △2045년 4.7% △2050년 10.2%로 각각 예상됐다. 선형감축 경로에서는 2045년부터 5년 사이 감소폭이 두 배 넘게 뛰는 셈이다. 2050년 이후에는 두 경로 모두 회복해 2060년 감소폭이 2.5%(선형)와 2.2%(조기)로 줄어든다.
생산자물가도 같은 흐름을 보였다. 두 경로 모두 2030년 기존 추세 대비 1.3% 오른다. 2045년까지는 조기감축 경로의 상승폭이 크고(2045년 3.9%, 선형 3.1%), 2050년에는 선형감축 경로가 6.5%로 조기감축(5.1%)을 웃돈다.
2025~2060년 전체로 보면 연평균 성장률 하락폭은 선형감축 0.07%포인트, 조기감축 0.06%포인트로 큰 차이가 없다.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두 경로 모두 연평균 0.04%포인트 높아진다.
◇ 왜 갈리나…탄소값과 기술 보급의 시차
차이를 만드는 건 탄소 가격과 저탄소 기술 보급의 시점이다. 현재 톤당 7달러 안팎인 탄소 가격은 2030년 169달러로 두 경로가 같다. 이후 조기감축 경로에서 더 빠르게 올라 2035년 408달러, 2040년 543달러에 이른다(선형감축 283달러, 444달러). 선형감축 경로는 2045년 이후 급등해 2050년 1488달러로 조기감축(1352달러)을 추월한다. 모두 2010년 실질 달러 기준이다.
빨리 줄이는 쪽은 초반 탄소 가격 부담이 크지만, 그 압력이 저탄소 기술 도입을 앞당길 것이란 분석이다. 천천히 줄이는 쪽은 초반 규제가 느슨해 부담이 작은 대신 기술 개발과 보급도 늦어진다. 결국 2045~2050년 강화된 규제와 지연된 기술이 겹치며 충격이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투자 시점도 엇갈린다. 에너지 공급 부문 연평균 투자 규모는 2030년 약 26조원으로 현재의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다. 이후 조기감축 경로는 2031~2035년 45조 7000억원으로 정점을 찍고 줄어들고, 선형감축 경로는 점진적으로 늘어 2046~2050년 43조 4000억원으로 정점에 이른다.
◇ 탄소중립 청구서 어떻게 낼지 선택의 문제
연구진은 조기감축 경로의 성장률 하락폭이 소폭 작지만, 할인율을 적용하지 않은 값이라고 밝혔다. 비용이 초반에 몰리는 조기감축의 특성을 감안하면 총량 면에서 두 경로의 우열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결국 탄소중립 청구서를 언제, 어떻게 받을지를 선택해야 하는 셈이다.
김재윤 한은 기후리스크분석팀 과장은 “이번 연구는 탄소중립 정책에 따른 비용만을 분석한 것으로 편익은 추정하지 않았다”면서 “기후 대응을 하지 않으면 성장률이 연평균 0.3%포인트 낮아진다는 선행연구도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조기 감축이 경기 변동폭을 줄여주는 면이 있지만 기술 개발 등에 필요한 투자를 급격하게 늘려야 하는 측면이 있어 불확실성도 크다”며 “어느 쪽이 낫다기보단 최대한 가치 중립적으로 접근했다”고 말했다.
이번 추정은 저탄소 기술이 제때 개발·보급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연구진이 선형감축 경로에서 산업 부문 탄소중립 기술 개발이 5년 늦어지는 경우를 따로 분석했더니, 2050년 GDP 감소폭은 17.3%로 원활한 경우(10.2%)보다 7%포인트가량 커졌다.
철강·석유화학·시멘트 등 산업 부문 핵심 기술은 대부분 아직 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다. 연구진은 기후대응기금 등 재정 지원을 감축이 어려운 분야의 기술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번 연구는 반도체·피지컬 인공지능(AI)·AI 데이터센터 등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로 늘어날 전력 수요는 반영하지 않았다. 이를 반영하면 무탄소 발전설비와 관련 투자가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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