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강남 재건축 시장에서는 서울시의 최고층수 ‘35층 룰’로 이미 사업성이 낮아진데다 이번 통합 개발 관리로 재건축 사업 시기가 더욱 늦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아직 서울시로부터 재건축 심의를 통과하지 못한 상당수 개별 단지는 지구단위계획 전환으로 기존 정비계획안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이렇게 되면 사업 일정이 늦춰져 내년 부활하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적용받을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
◇98개 재건축 단지 지구단위계획 묶여
서울시는 서울 반포·잠원·서초동과 영등포구 여의도동 일대 아파트 재건축 아파트지구를 ‘지구단위계획’으로 묶어 통합 관리할 방침이라고 19일 밝혔다.
반포·서초·여의도 아파트지구는 1970년대 아파트 공급 활성화를 목적으로 지정된 서울의 대표적인 대규모 아파트촌이다. 개별 단지별로 재건축 가능 시기가 도래함에 따라 보다 광역적인 도시 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선제적 조치를 마련한 것이라고 서울시는 설명했다.
양용택 서울시 도시관리과장은 “이들 아파트지구는 하나의 블록에 학교·공원 같은 기반시설과 교회·병원·시장·도서관과 같은 생활편의시설을 갖춰 그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한 ‘근린주구’ 이론에 기반해 계획됐다”며 “도심과 한강변 사이의 연계 부족 등 주변 지역과 단절된 폐쇄적 생활권을 도시공간과 유기적으로 연계하는데 개발의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이들 아파트지구는 개발된 지 30~40년이 지나면서 건물의 노후화, 주차문제, 주변지역 교통 문제 등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생활편의적 측면에서도 지역 주민들의 재건축 요구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문화·여가 자족기능을 갖춘 공공시설을 비롯해 주차수요 증가 등을 해결하기 위해 교통 개선 방향도 함께 제시할 방침이다.
통합 개발 구역에는 현재 정비계획이 진행 중이거나 재건축 심의를 앞둔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66개동 2210가구)·반포현대(1개동 80가구)·신반포14차(1개동 178가구)·신반포 7차(3개동 320가구)·삼풍아파트(24개동 2390가구) 등이 포함됐다. 영등포구 여의도동에는 시범(24개동·1790가구)·삼익아파트(4대동 360가구) 등이 속했다.
◇단지별 정비계획안 충돌시 사업 지체 우려
이번 지구단위계획에 속한 아파트지구는 대부분 한강변 일대에 들어서 있어 서울시 한강변 기본관리계획에 따라 재건축 단지 최고층 높이는 35층 이하로 제한된다. 다만 이미 재건축 정비계획안이 서울시 심의를 통과한 반포주공1단지와 반포현대아파트 등 몇개 단지를 제외한 대부분 단지는 지구단위계획 전환으로 재건축 사업이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교통 시설 정비 및 까다로운 기부채납(공공기여) 요건 등이 추가돼 기존 정비계획안과 충돌할 가능성이 높아 당분간 아파트값 상승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클 것으로 주변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내다봤다. 영등포구 여의도동 C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내년부터 시행될 환수제 적용을 피하기 위해 신탁 방식으로 변경해 사업을 추진하는 단지들도 지구단위계획 변경으로 재건축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개별 단지가 아닌 전 구역을 고려해 사업을 추진해야 하기 때문에 벌써부터 세금 폭탄이 될 수 있는 환수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조합 측으로부터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시는 지구단위계획 변경에 따른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고 각 아파트지구별로 주민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자치구와 거버넌스 체제를 구축해 협력·보완적인 도시관리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선제적으로 주민 설문조사, 공청회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지역주민의 환경개선 수요를 파악할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개별 단지가 아닌 통합적 도시 관리라는 큰 들에서 재건축 정비계획을 세워야 하기 때문에 공공기반 시설 마련 등에 중점을 둬야 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면서도 “아직 용역 착수 단계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위원은 “강남권에서 재건축을 추진하거나 서울시 심의에서 부결됐던 단지들은 지구단위계획 전환으로 사업이 늦어지면서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내년 이후로 재건축 사업을 미루는 단지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